(영미시로의 초대) 로도라 꽃, 랄프 왈도 에머슨

The Rhodora, Ralph Waldo Emerson (1803-1882)

작성일 : 2022-07-25 09:55 수정일 : 2022-07-25 10:43 작성자 : 정석권 기자

The Rhodora

Ralph Waldo Emerson (1803-1882)

 

On Being Asked Whence Is the Flower

 

In May, when sea-winds pierced our solitudes,

I found the fresh Rhodora in the woods,

Spreading its leafless blooms in a damp nook,

To please the desert and the sluggish brook.

The purple petals, fallen in the pool,

Made the black water with their beauty gay;

Here might the red-bird come his plumes to cool,

And court the flower that cheapens his array.

Rhodora! if the sages ask thee why

This charm is wasted on the earth and sky,

Tell them, dear, that if eyes were made for seeing,

Then Beauty is its own excuse for being:

Why thou wert there, O rival of the rose!

I never thought to ask, I never knew:

But, in my simple ignorance, suppose

The self-same Power that brought me there brought you

 

로도라 꽃

랄프 왈도 에머슨

 

그 꽃이 왜 피어났을까 라는 질문에 답하여

 

바닷바람이 우리의 고독을 꿰뚫는 5월에

나는 숲속에서 갓 피어난 로도라 꽃을 보았네.

축축한 구석에 이파리 없이 활짝 핀 꽃들이

인적 없는 한가로운 개울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지.

웅덩이에 떨어진 자줏빛 꽃잎들이

아름다운 빛깔로 검은 물을 화사하게 만들었네.

홍관조가 깃털을 식히러 이곳에 왔다가

제 맵시를 무색케 하는 그 꽃에 구애할 만하네.

로도라 꽃이여! 현자들이 그대에게 어찌하여

땅과 하늘에 이런 매력을 허비하느냐 묻거든

이렇게 말하라. 눈이 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아름다움은 바로 그 자체가 존재 이유라고.

장미와 경쟁자인 그대여, 그대가 왜 그곳에 있는지

나는 물어볼 생각도 하지 못했고 이 이유도 알지 못하네.

다만 내 소박한 무지 속에서 나를 그곳에 가게 한 그 힘이

그대를 그곳에 피어나게 했으리라고 생각할 따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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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도라는 북미산 철쭉의 일종입니다. 에머슨이 살던 곳인 미국 보스턴 지역은 봄이 늦게 오는 편이라서 5월에 봄소식을 전하는 로도라 꽃이 피는 모양입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른 봄에 산에서 피는 산철쭉이나 진달래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 내내 갇혀 지내다가 봄이 오면 사람들은 몸이 근질근질하거나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묘한 자극을 느끼게 됩니다. 사람들은 그런 변화로 인해 까닭모를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고 이 시는 “우리의 고독”이라는 모순어법을 빌어서 이야기합니다.

  그럴 때면 야외로 나가 자연과 소통하고 오는 봄을 감상하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봄기운이 오르는 산에 오르다 보면 산그늘 어두운 곳에서 봄꽃의 밝은 빛이 갑자기 나타나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기도 합니다. 이 시는 그러한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름다운 꽃이 산그늘에 숨어 피면 그 아름다움이 낭비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면 그 효용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시인은 그런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합니다.

  아름다움의 가치는 계산이나, 손익이나, 실용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아름다움 자체에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실질적인 효용가치가 적은 것일수록 그 미적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손해와 이익을 따지는 마음을 버리고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느끼고자 한다면,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사소한 것들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시는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그 자체가 존재 이유이며, 거기에 어떤 인위적이나 논리적인 이유가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공자가 『논어』에서 『시경』의 삼백편의 시는 한마디로 “사무사”(思無邪), 즉 “생각에 간사함이 없음”이라고 한 말도 이 시의 의미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사는 순간순간이 모두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는데 우린 그걸 느끼지 못한 채, 또는 다른 중요하고 급한 일 때문에 못 본 척하면서 지나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릅니다. 송 기원 시인은 지나온 시절이 모두 아름다운 꽃이었음을 「꽃이 필 때」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아름다운 구절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지나온 어느 순간인들

     꽃이 아닌 적이 있으랴.

 

     어리석도다.

     내 눈이여.

 

     삶의 굽이굽이, 오지게

     흐드러진 꽃들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지나쳤으니.

그림: 김분임

 
정석권 기자 skcheong@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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