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실에서의 베개 놀이

- 이용만의 교육이야기 -

작성일 : 2020-08-20 12:14 수정일 : 2020-10-21 17:51 작성자 : 이용만 기자

도서실에서의 베개 놀이



학교 안에서 가장 편안한 곳이 어디일까? 아이들은 도서실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가 편안한 때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도서실에 가서 베개 놀이를 한다는 것이었다. 베개를 들고 상대방을 때리는 놀이를 한다는 것이다. 도서실에 베개는 웬 베개이며 그것으로 놀이를 한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언뜻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학교마다 도서실이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도서관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아이들이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오밀조밀하게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놓고 각자가 선호하는 장소를 찾아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앉아서도 읽고 누워서도 읽고 은밀한 곳으로 숨어들어가서도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2층으로 올라가서도 읽고 텐트 안에 들어가서도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누워서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베개도 있고 안락의자, 풍선의자도 있다. 아이들은 그중에 놓여 있는 베개를 들고 베개 놀이를 하는 것이 가장 재미가 있단다. 그래서 쉬는 시간만 되면 복도를 쿵쿵 달려와 도서실에 도착하자마자 와아! 소리를 지르며 베개 놀이를 시작하는 것이다.

도서실이란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정숙한 곳으로 인식되었던 어른들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 그 와중에도 책을 읽고 싶은 아이는 작은 공간을 찾아들어가 책을 읽는다. 점심시간. 도서담당 선생님이 자리에 앉아 있다. 쿵쿵 달려오던 아이가 딱 멈춘다. 베개 놀이는 글렀다고 생각했는지 소파에 벌떡 드러눕는다. 그냥 쉬었다 간단다. 풍선의자를 안고 엎드려 있는 아이도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 도서실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놀이공간이다. 이것이 새로운 도서관문화로 발전해 나갈 것 같다. 도서실이라고 해서 책만 읽은 기능을 담당하던 시대는 오래전부터 사라졌다. 여러 가지 문화 공간으로 바뀐 것은 사실인데 이제 놀이공간으로도 자리매김을 하여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이 가장 편안하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생각한다면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여야 하고 놀이공간으로의 역할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도서실에서의 베개 놀이는 도서관 기능을 한층 확대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이용만 기자 moon@healthcarenews.or.kr
"정확하고 빠른 전라북도 소식으로 지역공동체의 건강한 내일을 위한 건강한 정보를 전달드리겠습니다."
저작권ⓒ '건강한 인터넷 신문' 헬스케어뉴스(http://www.hcnews.or.kr)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도서실 #도서실에서의베개놀이 #이용만의교육이야기 #헬스케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