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선운사 꽃무릇

붉은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 지천으로 피어나 꽃멀미가

작성일 : 2020-09-27 16:18 수정일 : 2020-09-28 08:45 작성자 : 이상희 기자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가을이 살며시 다가와 고운 가을꽃들을 피워내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와 지친 마음에 위안을 준다. 대표적인 가을 꽃으로는 길가에 코스모스와 진한 향기를 풍기는 국화 그리고 주로 산사 주위에 많이 피는 꽃무릇을 들 수 있다. 이 중에 가장 화려한 빛깔을 뽐내며 군락을 이루어 피어나는 꽃무릇이 한 창 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와서 오랜만에 고창 선운사를 찾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꽃무릇 군락지는 고창 선운사를 비롯하여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등이다

사진 이상희 기자

꽃무릇은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본래 이름은 돌틈에서 나오는 마늘종 모양을 닮았다 하여 ‘석산화(石蒜花)’라고 한다.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꽃이 진 후에야 잎이 돋아나는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인 까닭에 꽃과 잎이 결코 만날 수 없다 하여 애절한 사랑을 보여주는 상사화와 혼동되기도 한다. 그러나 상사화는 잎이 진고 난 후에 꽃이 피고, 꽃 색깔도 꽃무릇은 짙은 선홍빛인데 비해 상사화는 연보랏빛이거나 노란빛을 띤다. 개화시기도 서로 달라 상사화는 7월말쯤 피어나지만 꽃무릇은 9월 중순이 되어야 개화한다.

 

고즈넉한 절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자태와 화사한 빛깔의 꽃무릇이 유독 절집에 많은 이유는 꽃무릇 뿌리에 있는 독성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꽃무릇의 독성은 코끼리도 쓰러뜨릴 만큼 강하여 인도에서는 코끼리 사냥용 독화살에 발라서 사용했다. 우리나라의 사찰에서는 예로부터 단청이나 탱화에 독성이 강한 꽃무릇의 뿌리를 찧어 발라 좀이 슬거나 벌레가 꾀는 것을 방지하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사찰 주변에 유독 꽃무릇 군락지가 많은 것이다.


꽃은 잎을, 잎은 꽃을 그리워하여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은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것에서 비롯되었지만 선운사 꽃무릇에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온다. 아주 오래전, 선운사 스님을 짝사랑하던 여인이 상사병에 걸려 죽은 후 그 무덤에서 꽃이 피어났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화는 절집을 찾은 아리따운 처녀에 반한 젊은 스님이 짝사랑에 빠져 시름시름 앓다 피를 토하고 죽은 자리에 피어난 꽃이라고도 한다.
 

사진 이상희 기자

선운사는 소중한 불교문화재들을 지니고 있는 역사 깊은 사찰로 빼어난 자연경관을 지니고 있어 불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사계절 사랑받는 곳이다. 무더운 여름 끝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선운사 주변 숲 여기저기에서 화려한 붉은색 꽃무릇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주차장에서 선운사로 가는 길 개울 건너편에 붉은색 카펫을 깔아놓은 듯 꽃무릇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풍경에 꽃 멀미가 난다. 꽃무릇 군락지로 이어지는 산책로 안으로는 들어가 꽃길을 거닐며 절정을 이루며 피어있는 꽃무릇을 배경으로 내일이면 추억이 될 사진을 한참 동안 참 많이도 찍는다. 보이는 모든 곳이 다 작품이 되니 계속 찍지 않을 수 없다. 도솔천 물길을 따라 도솔암에 이르는 숲길을 걸어 올라가노라면 나뭇잎 사이로 비쳐든 햇살을받은 꽃무릇이 마치 예쁜 조명등처럼 점점이 피어 있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이상희 기자

진흥굴과 천연기념물인 장사송을 지나 도솔암에 도착하였다. 절 뒤편으로 올라가 내원궁으로 가는 길에도 꽃무릇이 언덕을 가득 둬덮고 피어 있다. 언덕위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다 본 도솔암의 그림 같은 풍경이 살며시 펼쳐진다. 도솔암 오른편, 마애불 뒤를 돌아 바위를 끼고 100여 개의 좁은 돌계단을 올라가 내원궁에서 내려다보는 선운산 경치 또한 일품이다. 선운사 꽃무릇은 이번주부터 절정기가 시작 되어 다음주까지 계속될 전망이니 올 가을꽃 여행지로 강추드린다.

이상희 기자 seodg10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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