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천 억새꽃 흐드러진 가을길 걷기

냇물 따라 사연이 깃든 다리 밑을 걷는 산책길

작성일 : 2021-10-15 12:25 수정일 : 2021-10-15 13:09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전주천에는 벌써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억새꽃이 하얗게 피어서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긴다.

들판은 벌써 가을인데 산천은 아직 가을이 설익었다.

전주천으로 나오면 가을 속으로 풍덩 빠질 수 있다.

서둘러 가을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은 전주천으로 나올 일이다.

 

전주천은 임실과 경계를 이루는 슬치고개에서부터 시작된다. 슬치고개 정상에 떨어지는 빗방울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유명을 달리한다. 조금 남으로 치우치면 섬진강 물이 되어 남해로 흘러들고 조금 북으로 치우치면 전주천 물이 되어 만경강을 이루면서 서해로 흘러든다.

 

본격적인 전주천 산책길은 한벽루 정자 아래에서부터 시작된다. 한벽루 주변의 풍경은 한벽청연(寒碧晴烟)이라고 해서 맑은 승암산 기슭을 돌아 흐르는 전주천 물이 한벽루에 이르러 파란 물 위에서 안개를 피워 올리며 빚어내는 풍경이 일품이어서 일찍이 전주팔경의 하나로 손꼽혔다.

 

 

한벽루에서 시작한 전주천 산책로는 얼마 안 가서 남천교 아래를 지나게 된다. 이 다리는 전주에서 처음으로 놓인 다리다. 전주천 건너에 사는 사람들과의 원활한 통로를 위하여 놓은 다리다. 전주에서 남원이나 임실을 향하여 가는 길목이기도 했다.

 

남천교 아래를 지나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싸전다리 밑을 지나게 된다.

남부시장 주변의 쌀을 사고팔던 자리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펼쳐진 조선 후기의 전주 읍내장(邑內場)은 전국 15대 장터로 꼽혔다. 그중에서도 대구, 공주와 더불어 조선의 3대 시장으로도 불리었다.

 

거래물품은 평야지대에 위치하였으므로 쌀을 비롯한 곡식들이 주를 이루었고 특산품인 종이, 부채, 생강, 자기, 죽제품 등과 토목, 모시, 연초와 해산물 등 물자가 풍족했다.

 

싸전다리를 지나면 초록바위가 나온다. 초록바위 아래 공터에는 동학군들과 천주교도들이 처형당하던 사형장이 나온다. 도로변에 모자이크 형상으로 큰 칼을 든 망나니 앞에 두 손을 뒤로 묶인 채 무릎 꿇려 있는 사형수의 그림이 있다. 동학군을 이끌었던 김개남 장군이 처형당하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싸전다리를 지나 걷다보면 좀 의아해하는 다리가 나온다. 서천교다. 지금의 서천지구는 전주의 서쪽이 있다. 그런데 전주의 남쪽에 위치한 이 곳에 웬 서천교인가.

이것을 이해하려면 조선시대의 전주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지금 동문과 서문, 그리고 남문과 북문을 보면 전주성이 그다지 큰 성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작은 성을 중심으로 볼 때 당시에는 서천교 부근도 전주의 서쪽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남천교가 전주의 남쪽에 위치한 남원이나 임실 쪽으로 가는 길목이었으면 전주의 서쪽에 위치한 김제나 정읍 쪽으로 가는 길목이 이곳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전주천에서 두 번째로 놓인 다리가 서천교다.

 

서천교를 지나서 다가공원으로 가는 길목인 다가교가 있고 이어서 도토리골이 나온다. 이곳은 도토리가 많이 나와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본래의 이름은 돛대골이다. 돛을 단 배가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곳이다. 먼 서해 바다에서 소금이나 젓갈을 실은 돛단배가 여기까지 와서 머물렀대서 붙여진 이름인데 음운 전이 현상으로 부르기 쉬운 도토리골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쩌면 돛을 단 배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옆의 산에 도토리나무만 보이니 도토리골로 불렀는지도 모른다.

조금 더 걸어가면 어은골에 이른다. 어은골은 고기가 그늘에 숨는다는 뜻이다. 이곳을 돌아나가는 물이 깊고 넓어서 고기들이 많았다는 이야기이리라.

 

여기까지 걷다보면 잠시 쉬어야 한다. 이제 다시 돌아가야 하니 다리의 힘도 축적해야 한다.

 

전주천 산책길에는 억새꽃이 막 피어나고 있다. 억새꽃은 막 피어날 때가 눈부시게 곱다. 흰색도 어느 색에 못지않게 예쁘다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가벼운 차림으로 나설 수 있는 전주천 산책길을 지금 나서보면 어떨까?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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