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시로의 초대) 여유, 윌리엄 헨리 데이비즈

Leisure, W. H. Davies (1871-1940)

작성일 : 2022-01-18 08:55 수정일 : 2022-01-18 09:43 작성자 : 정석권 기자

Leisure

W. H. Davies (1871-1940)

 

What is this life if, full of care,

We have no time to stand and stare?

 

No time to stand beneath the boughs

And stare as long as sheep or cows.

 

No time to see, when woods we pass,

Where squirrels hide their nuts in grass.

 

No time to see, in broad daylight,

Streams full of stars, like skies at night.

 

No time to turn at Beauty's glance,

And watch her feet, how they can dance.

 

No time to wait till her mouth can

Enrich that smile her eyes began.

 

A poor life this if, full of care,

We have no time to stand and stare.

 

여유

윌리엄 헨리 데이비즈

 

그게 무슨 인생이겠는가? 근심 걱정에 휩싸여

멈추어 서서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양이나 젖소처럼 나뭇가지 아래에 서서

오랫동안 물끄러미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숲속을 지나면서 다람쥐들이 풀밭에

도토리 숨기는 걸 볼 시간이 없다면.

 

한낮에도 밤하늘처럼 온통 별이 빛나는

시냇물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돌아서서

그녀의 춤추는 발의 자태를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눈에서 시작해서 입으로 풍요롭게 퍼지는

그 미소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

 

참으로 가련한 인생이리라, 근심 걱정에 휩싸여

멈추어 서서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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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많은 현대인들이 살고 있는 인생이 이 시에서 말하고 있는 바로 그런 인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근심 걱정에 휩싸인 채로 고요히 멈추어 서서 삶을 관조하거나 우리 주변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감상할 시간조차 없이 살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는 속도와 집중력과 경쟁력을 최우선시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면 낙오될 것이라는 근심과, 한가롭게 여유를 피우다가는 이제까지 이루어놓은 경쟁력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자신을 채찍질합니다. 빠름은 부지런한 강점이요, 느림은 게으른 약점이라는 선입견 속에서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 시는 그런 인생은 “참으로 가련한 인생”이라고 말하며, 그게 무슨 인생이겠느냐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숲길을 가다가 멈추어 서서 물끄러미 나뭇가지를 바라보기도 하고, 다람쥐들이 숲속에서 뛰노는 걸 보기도 하고, 대낮에도 밤하늘의 별빛처럼 물이 반짝이는 개울물도 쳐다보는 여유를 가져보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즐거운 모습도, 웃는 표정도 차분히 바라보라고 합니다.

  이 시는 중국의 사상가인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을 연상시킵니다. 노자는 무위자연이란 무엇을 억지로 하지 않으며 스스로 그러한 대로 사는 모습이이라고 말합니다.

  노자는 『도덕경』(道德經)』제 8장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 즉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고 하면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해줄 뿐, 일체 다투지 않고, 남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해 있으므로 거의 도(道)와 가까운 존재이다.” 라고 설명합니다. 그의 사상은 무한경쟁의 쳇바퀴를 돌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커다란 의미로 전해집니다.

  고대 서구의 사상가인 키케로도 느림과 게으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진정 자유로운 사람이란 언젠가 한번쯤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릴 수 있는 사람이다.” 고대의 사상가들은 우리가 여유로울 때에 우리의 정신이 더욱 고양된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이 시의 여유로움에 대한 메시지는 지리산에 들어가 살면서 글을 쓰는 우리나라 이 원규 시인의 「느림의 미학」에서 맑고 푸르게 메아리칩니다. “느리게, 천천히, 여유롭게, 한가하게, 둘러보며 걸어가다 보면 비로소 꽃이 피고 새가 웁니다. 빨리, 서둘러, 정신없이, 앞만 보고 가는 길에 자주 붉은 신호등만 켜질 뿐이지요.”

 

그림: 김 분임

백운의 여름 40.9 x 27.3 Watercolor on paper

 
정석권 기자 skcheong@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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