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순간

사랑하기 때문에 이별하는 낙엽의 애틋함

작성일 : 2020-11-15 22:01 수정일 : 2020-11-16 08:59 작성자 : 기동환 기자

“ 어느 날, 내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순간이다.”

 

전주향교는 노랗게 물들은 은행나무가 일품이다. 우리 부부의 방문을 축하하는 듯 은행잎이 손을 흔들며 머리 위로 우수수 내려앉았다.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동영상으로 담았다. 오늘 향교 방문객들은 축복을 받은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면 그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순간이기 때문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엄마와 이별해야 하는 은행잎의 애틋함도 느꼈다.

 

울긋불긋하게 예쁘게 단장한 단풍잎들이 향연을 벌이고 있다. 잔치 참여 초대장을 냉큼 받아들고 전주향교, 한벽루, 생태박물관, 그리고 치명자산 성지를 잇는 승암산 둘레길을 달렸다. 전주시 공영자전거 향교 대여소에서 2인용 자전거를 대여했다. 하루 종일 이용하는 비용은 1,000원이다. 엄청 저렴하다. 전주 시내에 대여소가 아홉 곳이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안해와 자전거를 탄 것은 30여 년 전 연애시절이다. 그녀를 자전거 뒷좌석에 태우고 시내를 힘차게 질주한 기억이 떠오른다. 참으로 오랜만에 여유를 내서 함께하는 하이킹이라 감회가 새롭다. 자전거가 2인용이라 페달이 두 세트여서 함께 힘을 보태니 훨씬 에너지 소모가 적다. 쾌청한 날씨여서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한벽루에 들렸다. 빨갛게 물들은 단풍이 흐르는 냇물에 비친 모습을 보니 찬사가 저절로 나온다. 와우! 뷰티풀!!! 어르신 한 분이 반주에 맞춰 대금 연주를 하고 있다. 마치 신선이 내려와 연주하는 듯 감미롭다. 이곳이 바로 천국이 아닌가!

 

왜 가을이면 단풍이 들고 낙엽은 지는가? ‘숲 덕분에’ 모임에서 배운 내용을 상기해 본다.

가을철이 되면 나무는 월동준비를 위해 나뭇잎을 떨어뜨리는데 나뭇잎이 떨어지는 원인은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층이 형성되기 때문이다。떨켜층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나뭇잎은 뿌리에서 충분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지만 잎에서는 계속 햇빛을 받아 광합성이 진행된다。이때 생성된 양분은 떨켜층 때문에 줄기로 이동하지 못하고 잎 안에 남게 되고 이로 인해 산성도가 증가한다。따라서 엽록소는 파괴되고 엽록소 때문에 보이지 않던 카로틴(Carotene)이나 크산토필(Xanthophyll)과 같은 색소가 나타나고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 생성되어 나뭇잎의 색이 붉게 혹은 노랗게 보이는 것이다。

 

추운 겨울이 되어도 잎이 남아있다면 어떻게 될까? 물이 든 나뭇잎은 꽁꽁 얼어 죽고 만다. 나무도 동상을 입어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나무는 잎을 말려서 땅에 떨어뜨리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낮 기온이 섭씨 5도 이하,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뿌리는 수분 흡수를 완전히 멈춘다. 결국 나무는 잎을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긴다. 생존을 위한 지혜로운 선택이다.

 

떨어진 단풍잎의 잎자루 끝을 보았다. 하트♡ 모양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이별해야 하는 애틋함의 표시이다. 떨어진 낙엽은 이불이 되어 나무를 포근하게 감싸주고 결국에는 분해되어서 거름이 된다. 이듬 해에 다시 나무는 건강하게 싹을 틔우고 왕성하게 자라면서 맑은 공기를 인간에게 제공한다.

나무의 영특한 전략을 배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한 멋진 데이트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자연도 그렇다. 너도 그렇다."

 

기동환 기자 kidong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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