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시로의 초대) 사랑과 우정, 에밀리 브론테

Love and Friendship, Emily Jane Bronte (1818~1848)

작성일 : 2021-07-12 08:42 수정일 : 2021-07-12 08:58 작성자 : 정석권 기자

Love and Friendship

Emily Jane Bronte (1818~1848)

 

Love is like the wild rose-briar,

Friendship like the holly-tree―

The holly is dark when the rose-briar blooms

But which will bloom most constantly?

 

The wild-rose briar is sweet in the spring,

Its summer blossoms scent the air;

Yet wait till winter comes again

And who will call the wild-briar fair?

 

Then scorn the silly rose-wreath now

And deck thee with the holly's sheen,

That when December blights thy brow

He may still leave thy garland green.

 

사랑과 우정

에밀리 브론테

 

사랑은 들장미 덤불같고

우정은 호랑가시나무 같아라.

들장미가 피어날 때 호랑가시나무는 볼품없도다.

그렇지만 둘 중 어느 쪽이 변함없이 피어날 것인가?

 

들장미 덤불은 봄에는 부드럽게 피어나,

여름이 오면 만발하여 대기를 향기롭게 하도다.

그렇지만 다시 겨울이 오게 되면

누가 그 들장미 덤불을 아름답다고 할 것인가?

 

그러니 이제 어리석은 장미화관은 경멸하고

반짝거리는 호랑가시 잎으로 그대를 장식할지어다.

그래서 12월이 되어 그대 이마가 그늘지게 될지라도

호랑가시나무는 당신의 화관을 여전히 초록으로 남아있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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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에서 에밀리 브론테는 화려하지만 쉽게 변하는 사랑과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도록 지속되는 우정을 들장미와 호랑가시 잎의 이미지를 사용해서 대조하고 있습니다. 물론 들장미는 화려하지만 짧은 사랑의 상징이고, 호랑가시나무는 소박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우정의 상징입니다.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이 오래 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우리 삶에서 많은 것이 그렇듯이, 한꺼번에 좋은 걸 모두 향유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짧은 정열적인 아름다움, 아니면 오래 지속되는 차분한 소박함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이 시의 전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에서도 비슷한 양자택일의 문제가 갈등의 요소가 됩니다. 히스클리프가 거주하는 폭풍의 언덕과 언쇼 일가가 사는 스러쉬크로스의 평화로운 마을은 서로 합일될 수 없는 두 세상을 상징합니다. 스러쉬크로스는 평화롭지만 유약하고, 폭풍의 언덕은 강인하지만 잔인하기 때문에 그 둘이 만나면 갈등과 비극이 탄생하게 됩니다. 히스클리프와 캐더린의 사랑은 강렬하며 집착적이지만 그 집착으로 인해서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 소설이 지닌 매력은 그 비극 속에서 인간적인 사랑의 진솔한 고뇌와 정열의 깊은 곳을 엿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들장미는 어쩌면 스러쉬크로스와 연결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당장은 평화롭고 즐겁지만 어딘가 취약하고 시간이 흐르면 쉽게 변할 수 있는 상처받기 쉬운 아름다움은 스러쉬크로스와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호랑가시나무는 폭풍의 언덕과 비슷합니다. 당장은 거칠고 날카롭지만 쉽게 변하지 않고 오래도록 그 상태를 보존하는 투박함을 말한다고 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둘의 상반된 이미지가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상태는 마치 딱딱하게 굳어 있는 부동의 상태, 또는 죽음의 상태와 같은 것일 것입니다. 그 둘이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면서 반응하는 역동적인 긴장 관계 속에서 삶과 예술의 힘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치 『폭풍의 언덕』에서 캐더린이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라고 하는 것처럼 어쩌면 상반된 그 둘은 우리 자신 속에서 함께 존재하고 있는 상반된 성향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림: 김분임

장미의 노래 53.0 x 40.9 Watercolor on paper

 
정석권 기자 skcheong@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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