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시로의 초대) 음악은 부드러운 음성이 잦아들면, 퍼시 비시 셸리

Music, When Soft Voices Die, Percy Bysshe Shelley (1792–1822)

작성일 : 2021-09-28 09:09 수정일 : 2021-09-28 09:53 작성자 : 정석권 기자

Music, When Soft Voices Die

Percy Bysshe Shelley (1792–1822)

 

Music, when soft voices die,

Vibrates in the memory―

Odors, when sweet violets sicken,

Live within the sense they quicken―

 

Rose leaves, when the rose is dead,

Are heaped for the beloved's bed―

And so thy thoughts, when thou art gone,

Love itself shall slumber on.

 

음악은 부드러운 음성이 잦아들면

퍼시 비시 셸리

 

부드러운 음성이 잦아들면, 음악은

우리의 기억 속에 아련한 떨림을 남기고,

향긋한 제비꽃 시들면, 꽃향기는

그것이 일깨운 감각 속에 살아 있네.

 

장미가 죽으면, 장미 꽃잎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침상에 쌓이고,

그대가 떠나고 나면, 그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사랑은 잠들어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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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인간이 현재를 깨닫는 유일한 영역이다.” 독일의 사상가 니체가 한 말입니다. 음악은 우리가 듣는 바로 그 순간 스쳐지나갑니다. 현재 순간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순수한 예술성의 세계를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예술 형태가 바로 음악입니다.

그러나 음악의 부드러운 곡조가 끝나고 나면 우리들의 마음속에 그 여운이 남게 됩니다. 음악을 통한 감동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여운은 더욱 깊고 길게 남고, 그것이 사랑의 노래라면 더욱더 그럴 것입니다. 침묵 속에 들리는 음악의 여운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한용운 시인은 「님의 침묵」의 마지막 구절에서 이렇게 묘사합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셸리는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음악과 꽃향기의 비유를 듭니다. 음악이 사라지고 침묵이 흐르면 그 음악의 여운이 우리들의 마음속에 남는다는 비유를 통해서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더라도 그 추억이 생생하게 남아 우리의 마음을 애타게 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마찬가지로 제비꽃의 향기도 시들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강하게 우리의 기억 속에 그 향기가 남아 있다고 시인은 노래합니다.

우리 삶의 역설은 우리에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가까이 있을 때는 우리가 그 가치를 모르거나 무시하지만, 떠나가고 나면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있을 때 잘해”라는 유행가의 노랫말도 있는가 봅니다.

첫째 시연에서 청각적, 후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떠나간 존재의 여운이 마음속에 오래 남는 것을 노래한 시인은, 두 번째 시연에서는 시각적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장미의 붉은 색은 장미가 죽더라도 사랑하는 이의 침상에 쌓인다고 노래하며, 붉은 장미가 가득한 침상을 상상 속에 그려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선물한 장미 꽃송이들은 그냥 시들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추억 속에서 사랑의 침대를 장식하는 아름다운 배경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의 마지막에서 이제까지 비유적으로만 표현했던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에 대한 시인의 감정이 절제된 형태로 표현됩니다. 사랑의 대상이 떠나더라도, 음악의 선율이 그렇듯, 제비꽃 향기가 그렇듯, 그리고 장미 꽃잎이 그렇듯, 사랑의 목소리와 향기와 색채의 여운은 오래도록 남아서 그 사랑으로 잠들어 가리라고 시를 끝맺습니다.

그림: 김 분임

하얀 장미 27.3 x 40.9 Watercolor on paper

 

 
정석권 기자 skcheong@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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