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랑 함께 떠난 여름휴가

전라도 장성 축령산 편백숲 계곡에서 시원한 물놀이

작성일 : 2021-07-23 14:16 수정일 : 2021-07-26 08:59 작성자 : 이상희 기자

연일 찌는 듯한 폭염에서 탈출하여 근 일 년 만에 우리부부와 장성한 두 아들과 강아지랑 함께 여름 휴가를 떠났다. 35킬로그램이상 나가는 대형견이어서 웬만해서는 강아지 동반 호텔을 찾아 예약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호캉스는 애당초 포기했다. 대신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계곡을 목적지로 정하고 전주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장성 남창계곡으로 향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보니 내장산 국립공원안에 있는 계곡이라 애견동반입장이 불가한 곳이었다.

목적지를 같은 장성내에 있는 축령산 편백숲으로 바꾸고 가는 길에 근처에 있는 냇가에 돗자리를 깔고서 수박을 먹으면서 강아지 물놀이를 시켜주었다.견종이 래브라도 리트리버인데 물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평상시에도 산책하다가 물웅덩이만 보면 뛰어들어 물장구 치고 아예 배 깔고 누워있기 일쑤다. 강아지가 첨벙거리고 놀기엔 딱 좋은 곳인데 너무 하류인지라 물이 뜨뜨 미지근하고 도로에서 가까운 곳이라 덥기도 했다. 오래 있을만한 곳이 못되어 잠시 놀다가 장성 축력산 편백숲으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멀었는데 그 곳에서 25분정도 달려서 도착했다.


축령산 편백숲은 남북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추암리와 모암리 두 지구의 주차장에서 올라갈 수 있는데 모암리쪽 주차장에서 올라갔다. 모암저수지를 끼고 숲으로 들어가는 완만한 경사길을 오분 가량 올라가니 시원한 편백숲이 마법처럼 눈 앞에 나타났다. 숲으로 들어서니 상쾌한 피톤치드향이 확 끼쳐와 코가 뻥 뚫리고 머릿속까지 상쾌해지는 느낌이 든다. 하늘을 찌를 듯이 시원스레 쭉쭉 뻗어있는 편백나무가 빽빽한 숲 그늘을 이루어 한 낮의 무더위를 식힐 만큼 충분히 시원하다. 앞서 가는 강아지가 신이 나서 쫄랑쫄랑 엉덩이를 흔들며 혼자서 걸어가는 뒷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편백 숲에 앉아 잠시 땀을 식히고 내려오다가 우연히 작은 계곡을 찾아서 제대로 된 물놀이를 한 시간정도 할 수 있었다. 계곡물이라 시원하고 우리 말고 아무도 없어서 전용 물놀이장 삼아서 실컷 놀았다. 큰 돌로 둑을 만들어 윗물과 아랫물로 나뉘어 있었는데 둑 아래 돌계단으로 계곡물이 폭폭수처럼 쏟아내리고 있었다. 계단 경사가 너무 급해 강아지가 잘 못내려 가는 걸 안아서 내려주어 아래쪽 물에서도 놀게 해주었다. 워낙 물을 좋아해서 무서워하기는 커녕 신나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즐거워지고 저절로 웃음이 났다. 물에서 놀 수 있는 것만으로 세상 행복해하는 강아지를 보며 사람도 마찬가지로 행복해지는데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음을 새삼 느끼는 마음이 소박해지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온 식구가 한 참을 물놀이 삼매경에 빠져 더위를 확실히 날린 후에 모암주차장에서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왔다. 날씨가 무덥지 않았다면 호수 둘레길도 산책했을 텐데 오늘은 그림같이 평화롭고 예쁜 풍경을 눈으로만 보고 갈 수 밖에 없어 아쉽다.

주차장 그늘 벤치에 앉아 남은 수박 마져 먹고, 광주로 가서 저녁식사를 하고 귀가했다. 강아지 동반 식당을 찾을 수 가 없어서 일반 식당에 가서 교대로 식사를 하면서 한사람은 주차장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있었다. 짖지도 않고 낑낑거리지도 않고 착하게도 한 시간 가량 잘 기다리는 리트리버 강아지 인내심은 최고다. 성격이 진짜 좋아서 아무리 싫어도 한 번도 으르렁거리거나 이빨을 보인 적 없고 싫은 건 백 번이라도 참고 좋은 건 열 배 스무 배로 표현한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느끼는 건 진짜 사람이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이다.

이번 휴가는 너무나 극 저렴한 당일치기 일정이었지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만족스럽고 행복한 여행이었고 휴가였다.

이상희 기자 seodg1012@naver.com
"정확하고 빠른 전라북도 소식으로 지역공동체의 건강한 내일을 위한 건강한 정보를 전달드리겠습니다."
저작권ⓒ '건강한 인터넷 신문' 헬스케어뉴스(http://www.hcnews.or.kr)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축령산 #편백숲 #물놀이 #전라도 #장성 #여름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