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소극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가는 길이 분명한 사람이 고르는 가장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소모적인 입씨름에 쓸 힘을 아껴 목표에 쏟아붓기 때문입니다. 조용한 사람이 약한 것이 아니라, 힘을 아끼는 것입니다. 아낀 말은 결국 행동이 됩니다.
경청은 하고 싶은 말 중 하나를 삼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만큼의 힘이 내 목표로 돌아옵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과녁이 선명해지면 세상의 소란스러움 앞에서도 무의미한 언어를 남발하지 않게 됩니다.
남의 말을 끝까지 듣는 사람이 배운다
"다른 사람의 말을 중간에서 자르는 행위는 대표적인 자제력 부족이며 배움의 기회를 걷어차는 것이다."
상대방의 문장이 채 마침표를 찍기도 전에 "아, 그 사안은 저도 훤히 알고 있습니다"라며 말을 가로막은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혀끝을 제어하지 못한 경솔한 조급함이, 값진 지혜로 들어가는 배움의 문을 쾅 닫아버리고 맙니다.
패기 넘치던 신입사원 지호는 업무 지시를 내리던 선배의 말을 불쑥 끊어버렸습니다.
"이번 기획 서류 작성 건은 지난번과 달리 서식이 바뀌어"
"아, 말씀 안 하셔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분기 양식을 토대로 신속하게 정리하면 되는 것이지요?"
선배는 굳은 표정으로 짧게 답했습니다.
"…그렇게 진행해 보렴."
이튿날 결재 라인에 오른 서류는 여지없이 전면 반려 처리되었습니다. 선배가 끝내 전하지 못했던 핵심은 바로 새로운 규정 서식의 적용 지침이었습니다.
"선배님의 마지막 말씀을 끝까지 경청했어야 했는데…"
쓰라린 참패를 겪은 지호는 그날 이후 자신의 입술을 다물고 수첩에 경청의 내용을 기록하는 법부터 익혀 나갔습니다.
말을 끊는 순간 우리는 상대의 마지막 한 문장을 잃습니다. 그 문장이 가장 값진 정보일 수 있습니다. 다음 대화에서 딱 3초만 더 기다려 보세요. 입은 하나, 귀는 둘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입을 닫으면 귀가 열리고, 귀가 열리면 배움이 들어옵니다. 잘 듣는 사람은 말 잘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갖고 돌아갑니다.
봄에는 자제하고 겨울에는 버텨라
"행복할 때의 미덕은 자제이고, 역경에 처했을 때의 미덕은 인내이다."
인간의 생애 궤적에도 자연의 섭리처럼 뚜렷한 사계절과 기후의 변화가 존재합니다. 불행의 씨앗은 계절의 변화를 망각한 채 언제나 똑같은 옷차림을 고집하는 우둔함에서 움틉니다. 타는 듯한 폭염 속에 두터운 외투를 껴입고, 혹한의 눈보라 속에서 얇은 반소매를 입고 서 있는 격입니다.
유례없는 대풍년이 든 해, 노련한 농부 할머니는 잔치를 벌이는 대신 곡물 창고의 벽체와 빗장을 단단히 보수하고 있었습니다.
"어르신, 수확이 차고 넘쳐 축제를 열어야 할 때에 어찌하여 고되게 곳간을 고치고 계십니까?"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 뒤편에는 언제든 혹독한 기근의 세월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지."
"만약 혹독한 흉년이 닥치면 어찌 감당하시렵니까?"
"그땐 그저 곳간을 아끼며 묵묵히 버텨내는 것뿐이란다. 혹한의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대지를 녹이는 봄이 돌아오기 마련이니까."
할머니는 단단해진 창고 문을 두드리며 인자하게 미소 지었습니다.
"모진 겨울을 버텨내는 여정이 고통스럽지 않으십니까?"
"왜 고통스럽지 않겠니. 하지만 모든 생명의 씨앗은 얼어붙은 땅속에서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야만 마침내 찬란한 싹을 틔울 수 있는 법이란다."
잘 풀릴 때는 스스로를 낮추는 '자제'가, 막막할 때는 마음을 붙드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지금 당신은 어느 계절에 있습니까? 봄이라면 겸손하게, 겨울이라면 담담하게. 어느 계절이든 지나갑니다. 두 가지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은 어떤 날씨에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원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말을 아낀다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사람은 의견을 내는 데 신중하며, 쓸데없이 말을 내뱉지 않는다."
격렬하게 공방이 오가던 회의장 구석에서 내내 침묵을 지키던 이가, 말미에 이르러 묵직하게 던진 단 한마디에 회의장의 공기가 일순간 재편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습니까? 언어를 함부로 남발하지 않는 사람이 던진 한마디는 장황한 백 마디의 웅변을 압도하고도 남습니다.
소모적인 언쟁으로 격화되던 토론장 한편에서, 재현은 일체의 감정을 섞지 않은 채 고요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너는 왜 이 치열한 논쟁에 뛰어들어 네 정당성을 증명하려 들지 않니?"
곁에 앉은 동료의 물음에 재현이 나지막이 답했습니다.
"상대를 굴복시키고 말싸움에서 이긴다 한들, 내 영혼에 축적되는 본질적인 실익이 없기 때문이야."
"그렇다면 너는 진정 무엇을 남기기를 원하는데?"
"올해가 저물기 전에 내 사상을 집대성한 저작을 탈고하는 것. 내 모든 지적 화력과 에너지는 오롯이 그 목표에 집중 투입되어야 마땅해."
동료는 숙연해진 표정으로 감탄을 내비쳤습니다.
"참으로 단단한 태도구나. 나 역시 흔들리지 않을 핵심 과업을 하나 세워야겠어."
"지향하는 과녁이 선명해지면, 신기하리만치 무의미한 언어의 낭비가 저절로 잦아드는 법이란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불쑥 끼어든 조급함이 배움의 문을 닫아버립니다.
의미 없는 언쟁에 낭비한 에너지는 삶을 갉아먹습니다.
풍요 속에서는 교만을 경계하는 자제가 필요하고,
혹독한 계절 앞에서는 묵묵히 견뎌내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가벼운 말의 낭비를 멈추고,
침묵과 경청이라는 깊은 절제를 통해
내면의 단단한 중심을 세우는 것은 삶의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