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시로의 초대) 모래톱을 건너며, 알프레드 테니슨

Crossing the Bar, Alfred Lord Tennyson (1809–1892)

작성일 : 2021-11-07 14:03 수정일 : 2021-11-08 08:34 작성자 : 정석권 기자

Crossing the Bar

Alfred Lord Tennyson (1809–1892)

 

Sunset and evening star,

And one clear call for me!

And may there be no moaning of the bar,

When I put out to sea,

 

But such a tide as moving seems asleep,

Too full for sound and foam,

When that which drew from out the boundless deep

Turns again home.

 

Twilight and evening bell,

And after that the dark!

And may there be no sadness of farewell,

When I embark;

 

For though from out our bourne of Time and Place

The flood may bear me far,

I hope to see my Pilot face to face

When I have crossed the bar.

 

모래톱을 건너며

알프레드 테니슨

 

해 지고 저녁 별 뜨니

날 부르는 또렷한 소리!

나 바다로 향해 떠나가는 날

모래톱에 슬픈 신음소리 없기를.

 

한없는 심해에서 나온 생명

다시 본향으로 되돌아갈 때에

소리도 거품도 없이 가득 차서

자는 듯 움직이는 밀물만 있기를.

 

황혼녘에 저녁 종소리 울리고

그 이후에 오는 것은 어둠!

내가 배에 오를 때에

이별의 슬픔일랑 없기를.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

물결이 나를 멀리 실어간다 할지라도

내가 모래톱을 건너고 나면

내 수로 안내인을 얼굴 맞대고 보게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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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에는 테니슨의 죽음에 대한 명상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테니슨의 마지막 작품은 아니지만, 그의 요청으로 테니슨 시집에서는 항상 마지막으로 싣게 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죽음 이후에 대한 진솔한 소망을 표현한 시라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 김수환 추기경(1822-2009)의 삶과 죽음이 떠오릅니다. 그는 항상 낮은 자세로 불행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했고, 그는 언제나 겸손한 자세로 살았지만 불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저항했습니다. 그는 병환 중에도 산소호흡을 통한 생명 연장을 하지 말도록 부탁했고, 각막이식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묘비에는 사목 표어인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와, 그가 부탁한대로 성경의 시편 23절 1절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게 없어라.”라는 글을 새기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의 삶이 그랬듯이 그의 죽음도 감사와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였습니다.

  추기경의 평온한 죽음과 마찬가지로 테니슨의 시에서 시인은 죽음 이후에 슬픈 신음소리나 이별의 슬픔 대신에 생명의 본향으로 가는 평화로움과 고요함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하느님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수로 안내인”은 시편에서의 “주는 나의 목자”와 연결되고, 그의 얼굴을 보고자 하는 기원은 “나는 아쉬울 게 없어라”라는 행복한 마음과 뜻이 닿아 있습니다.

  이 시에서 바다로 향해 떠나는 것은 죽음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영원의 세계로 떠나는 출항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바다는 영원의 세계의 상징이요, 죽어서 바다로 떠난다는 것은 자신의 본향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시인은 자신이 모래톱을 지나 바다로 떠날 때에 밀물이 가득 들어 차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백사장에 자갈이나 굵은 모래를 지나서 배가 바다로 가야 할 경우에는 배와 모래톱 사이에서 거칠고 괴로운 마찰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 마찰음은 바로 죽는 사람의, 그리고 죽는 사람에 대한 이별의 고통과 슬픔을 표현합니다. 그래서 그런 소란 없이 평화롭게 이 세상을 떠나서 영원의 세계로 갈 수 있게 되기는 바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천상병 시인은 「귀천」(歸天)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고 말하며 시를 끝맺습니다. 그의 천진성과 순수성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우리의 삶을 아름다운 소풍이라고 여기고자 하는 긍정적인 자세와 고요하게 생을 마감하고자 하는 소망은 테니슨의 시와 함께 읽으면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삶과 죽음은 서로 분리되어 있는 다른 존재가 아니라, 함께 이어진 우리 존재의 같은 부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테니슨의 시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명상이기도 하지만, 죽기 전까지 자신의 삶이 원만하고 평화롭기를 바라는, 그래서 바다로 떠날 때에 잠이 든 듯 고요히 떠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삶에 대한 기원이기도 합니다.

그림: 김분임

초가을의 서정 72.7 x 53.0 Watercolor on paper

 
정석권 기자 skcheong@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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