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에게 배우는 피서 방법

우리 조상들의 피서법

작성일 : 2025-08-05 02:50 수정일 : 2025-08-05 08:29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삼복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때가 제일 힘들다는 사람이 있다. 추울 때는 옷이라도 껴입으면 되는데 더위는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더위를 잘 이겨내는 사람이 있다. 한여름 무더위도 에어컨은커녕 선풍기 없이도 잘 넘긴다. 부채 하나면 된다고 한다. 이는 유전적인 기질도 있지만 평소에 몸을 튼튼하게 잘 관리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삼복더위 이겨내는 방법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에는 더위 피하기와 더위 맞서기가 있다.

더위 피하기는 피서(避暑)라고 한다.

더위를 피하여 시원한 곳으로 가는 것이다. 지금은 7월 말과 8월 초순이 되면 피서객으로 도로가 완전히 주차장이 된다. 피서가려다 도로 위에서 더위에 시달리기도 한다.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었던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무더운 여름을 지냈을까?

 

조선시대에는 제대로 피서를 하기가 어려웠다.

조선은 유교적 가치관을 국시로 삼은 나라였다.

국왕으로부터 선비와 백성에 이르기까지 유교적 가르침을 따랐다. 유교에서는 놀고 즐기는 것을 경계했다.

여름철에 피서를 떠난다는 건 호사이자 사치로 여겨졌다. 더위를 참고 견디는 것으로 피서를 삼았다.

 

 

조선 왕들의 피서 방법

 

조선시대 왕들은 덥다고 궁궐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는 일 자체가 더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궁궐 내에서 시원한 곳을 찾아 갔다. 경복궁의 경회루와 창덕궁 후원이 피서지가 되었다.

연못이 있는 경복궁 경회루, 숲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창덕궁 후원은 피서에 좋은 장소였다.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나는 임금의 피서 기록을 보면 이렇다.

 

1. 태종의 피서

태종실록 1412년에 임금이 대비를 문병하고 나서 경회루에 가서 더위를 피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곳에서 찬물에 담근 수박과 참외를 먹으며 부채를 부치고, 여름날의 더위를 달랬다.

 

조선시대 왕들의 피서지였던 경회루

 

2. 성종의 수반(水飯)

성종의 수반이란 찬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을 말한다.

성종은 더위를 매우 힘들어했다. 성종 임금이 애용한 여름 음식은 다름 아닌 수반(水飯)이었다. 이름만 들으면 진귀한 궁중 음식 같지만, 사실은 그냥 찬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이었다.

 

3. 영조의 미숫가루

영조는 신하들의 권유로 여름에 특별한 음식을 먹었다.

보리로 만든 고소한 미숫가루에 복분자와 오디를 더해서 먹었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영조는 여름이면 미숫가루를 즐겨 먹으며 기력을 회복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4. 정조의 피서 방법

정조의 피서법은 특이했다. 더우면 더운대로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며 그냥 참는 것이었다.

정조는 더위를 피해 자꾸 서늘한 곳만 찾아다니면, 만족할 때가 없을 것이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만족하고 참고 견디면, 이곳이 곧 서늘한 곳이니라라고 말했다. 즉 현재의 상황을 그냥 참는다는 것이었다.

 

정조는 지족(知足= 安分知足)의 자세를 강조하며, 절제된 삶을 살았다.

정조실록을 보면 정조 23년인 1799625일에 이런 기록이 남아 있다.

올여름에는 삼복더위가 혹심하지만, 나는 정사를 보는 여가에 책을 보는 공부를 한 번도 그만둔 적이 없다.”

한술 더 떠서 정조는 신하들에게, "여가에 강독을 하거나 작문을 하거나 해야 한다.” 고 당부하였다.

 

5. 연산군의 사치스러운 피서

연산군은 정조와는 반대로 피서도 사치스럽게 했다.

연산군은 후원(後苑)에 거대한 대()를 쌓아 피서용 건물을 지었으며, 여름철 잔치에는 무려 1000근 무게의 대형 놋쇠 쟁반 4개에 얼음을 가득 쌓았다. 일종의 조선판 에어컨을 만들었던 것이다.

 

 

조선의 왕들의 무더운 여름을 더위를 피해 나들이를 가는 것이 아니라 궁궐 안 연못가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찬 음식을 먹으며 여름을 보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내하는 마음으로 더위를 견디었다.

 

 

양반들의 피서 방법

 

조선시대 양반들은 시원한 계곡을 찾아 나무 그늘 아래에서 탁족을 즐겼다.

계곡물에 발을 담가 온몸이 시원해지도록 하는 탁족을 선비들은 정신 수행 방법으로 활용하였다.

 

  선비들은 시원한 계곡에 가서 발 담그는 것이 피서였다. 

 

 

선비들은 산속 정자에 가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시()를 짓고 문답을 즐겼으며 책을 읽음으로써 더위를 피하기도 하였다. 지금 남아 있는 산속의 정자들은 대부분 양반들의 피서지가 많다.

 

풍즐거풍(風櫛擧風)이라는 말이 있다.

깊은 산에 들어가 옷을 벗어 아랫도리를 드러내놓고 햇볕을 쬐는 것이다. 바람으로 몸과 마음을 씻어 주는 건강법인 풍욕인데 습하기 쉬운 사타구니 주변을 건조하게 말려서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보았던 것이다.

 

또한 피서 용품으로 죽부인, 등거리(대나무 조끼), 부채 등을 이용하였다.

 

서민들의 피서 방법

 

서민들은 삼복더위 기간이 바쁜 농사철이어서 김매기, 거름주기 및 물 대기 등 농사일로 여가가 없었다.

그러나 틈틈이 냇가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기는 천렵으로 더위를 이겨내기도 하였다. 밤이면 냇가에 나가 목욕을 수시로 했다.

 

여인들은 여름 나기가 더 힘들었는데, 그래도 유둣날이면 개울가에 모여 멱을 감으면서 무더위를 식혔고 함지박에 물을 담아 뒤꼍에서 목욕하기도 하였다.

마을에 따라서는 냇가의 한쪽을 밤에 여인들이 목욕하는 장소로 정해주기도 하였다.

 

 

우리 조상들의 공통적인 피서법

 

1. 탁족(濯足)

탁족이란 졸졸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노는 것을 말한다.

발은 온도에 민감해 찬물에 담그면 온몸이 시원해지고, 흐르는 물은 간장, 신장, 방광, 위장 등 오장육부의 기()가 흐르는 것을 자극한다.

더울 때는 계곡의 물이 아니더라도 샤워기의 찬물로 발바닥을 골고루 자극하면 계곡물로 발을 씻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고 한다.

 

2. 유두(流頭)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신라시대 때부터 내려오던 세시풍속 가운데 유두(음력 615)’가 있다. 이날 여인들은 시원한 계곡을 찾아가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았다.

 

우리 조상들은 여름철 가장 무더운 시기에 일가친지들이 모여 음식을 장만하고 맑은 개울이나 산간 폭포가 있는 곳으로 가서 머리를 감고 몸을 씻으면서 서늘함을 취하고, 마련해 간 음식을 먹으면서 시원하게 지내는 풍속으로 물맞이라고도 한다.

 

 

3. 천렵(川獵)

친구들이나 친지들끼리 모여 냇물이나 강에서 천렵이라는 물놀이를 즐겼다.

천렵(川獵)은 여름철 피서법의 하나로 주로 남자들이 냇물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기는 놀이를 말한다.

물놀이를 하면서 그물을 던지기도 하고 삼태기나 채를 대어 고기를 잡아 강가에 솥을 걸어놓고 얼큰한 매운탕이나 찌개를 끓여 먹었다.

 

 

4. 모래찜질

강가나 냇가에 나가 뜨거운 모래로 온몸을 덮고 누워서 몸을 데워 기가 잘 흐르게 하는 것이다. 몸이 약한 사람이나 신경통, 소화불량 등의 질병을 가진 환자들에게 좋다.

불면증, 우울증,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이에게도 도움이 되며, 또 까칠까칠한 모래알이 피부에 적당한 자극을 줘 살갗에 피가 잘 흐르도록 해 피부 건강에 좋다.

 

5. 삼림욕

나무가 우거진 숲에 들어가 몸과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것이다.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라는 항균 물질을 많이 흡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피톤치드는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는 물질로서 가벼운 달리기나 뜀뛰기, 맨손체조 등 유산소운동을 곁들이면 더욱 효과가 좋은 방법이다.

 

6. 부채를 이용한 피서

우리 조상들은 부채를 직접 만들어 부치고 부채를 나누며 더위를 견디었다.

단오 부채는 선물용로 사용했으며 여름 내내 소중한 피서 도구였다.

궁중에서는 단옷날이면 임금이 신하들에게 부채를 하사하기도 하였다.

 

7. 더위 팔기

우리 조상들은 정신적인 피서로써 더위를 팔아버리기도 하였다.

정월 대보름날, 그해에 닥쳐올 더위를 미리 팔았다.

정월대보름 아침에 이름을 불러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가라~”하고 외침으로써 더위를 파는 풍습이 있었다.

장난처럼 주고받음으로써 놀이로 삼았고 액운을 예방하기도 하였다.

 

 

음식을 통한 더위 이겨내기

 

옛사람들은 음식으로 더위를 이겨내기도 했다. ‘복날 음식이라고 했다.

초복, 중복, 말복에 삼계탕, 닭백숙, 보신탕 등을 먹으며 이열치열(以熱治熱)’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오히려 땀을 내서 몸의 기운을 회복하였다.

 

 서민들은 물에 발 담그며 수박을 먹으며 더위를 참았다.  

 

또 다른 음식으로는 잡귀를 쫓아내고 열기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는 팥죽을 먹었으며 수박, 참외, 오이 등 수분 많은 과일을 먹어 몸속의 열을 식혔다. 그리고 별미로 메밀국수, 콩국수 등을 만들어 먹어 속을 시원하게 달래기도 하였다.

 

 

우리 조상들은 더위를 피한다기보다는 더위를 받아들이고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피서를 했다.

올여름에는 조상들의 피서 방법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여 색다른 피서를 해보는 것도 괜찮은 피서 방법이 되리라 본다.

 

 

 
이용만 기자 ym60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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