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조원 R&D 예산, 과연 '진짜 성장'을 만들어낼까

작성일 : 2025-08-22 17:51 수정일 : 2025-08-23 08:54 작성자 : 김윤옥 기자

숫자의 마법이 아닌 진짜 변화가 필요한 시점

35조 3천억원.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으로 제시한 숫자다. 역대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정작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다르다.

"돈의 크기가 아니라, 이 돈이 정말 우리 삶을 바꿀 수 있을까?"

무너진 연구현장의 절박한 외침

지난 몇 년간 한국의 연구현장은 말 그대로 '붕괴' 상태였다. 개인기초연구과제는 2023년 14,499개에서 2025년 11,827개로 급감했다. 젊은 연구자들은 불안정한 프로젝트 중심 시스템(PBS) 속에서 인건비 확보를 위해 연구보다 과제 따오기에 매달려야 했다.

 

돈 퍼붓기를 넘어선 '시스템 체인지'

그런데 이번 예산안은 단순한 돈 뿌리기와는 다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연구자들을 옥죄던 PBS 제도의 단계적 폐지다. 0.5조원 규모의 전략연구사업을 신설해 연구자들이 인건비 걱정 없이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기초연구과제도 15,311개로 확대해 2023년 수준을 회복한다. 폐지됐던 기본연구도 부활시켰다. 이는 그동안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잘라낸 연구의 다양성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AI 투자 106% 증가, 하지만 질문은 남는다

인공지능 분야에 2.3조원을 투입하며 전년 대비 106% 증가시킨 것도 주목할 만하다. 범용인공지능(AGI)부터 물리 AI까지, '전방위적 풀스택 연구개발'을 선언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AI 붐이 터지기 전에도 비슷한 구호를 들어왔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뉴딜"... 과연 이번엔 다를까?

핵심은 GPU 자원 공유체계 구축 같은 구체적 인프라다. 연구자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 GPU 고속도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실현된다면, AI 연구의 민주화라는 혁신적 변화가 가능해진다. 이는 우리나라 AI 연구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지역균형과 중소벤처, 성장의 새로운 동력

특히 인상적인 것은 지역성장 분야에 54.8% 증액한 점이다. 권역별 예산 배분으로 지역이 스스로 연구개발을 기획하도록 했다. 이는 그동안 수도권 중심으로 집중됐던 연구역량을 전국으로 분산시키려는 시도다.

중소벤처 분야 39.3% 증액도 의미 있다. 민간투자 연계형 R&D를 강화해 시장의 검증을 거친 기업에 집중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뿌리는 지원"에서 "선택과 집중"으로의 전환은 R&D 효율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긍정적 신호들

물론 도전 과제들이 있다. 하지만 이번 예산안에는 과거와 다른 긍정적 변화의 신호들이 곳곳에 보인다. PBS 제도 폐지 같은 구조적 개혁 의지, 지역별 자율 기획이라는 혁신적 접근, 민간투자와의 연계 강화 등이 그것이다.

특히 "진짜 성장"이 단순한 슬로건을 넘어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첫째, 연구자 중심의 유연한 예산 집행 시스템 구축

둘째, 단기 성과 압박에서 벗어난 중장기 평가 체계

셋째, 민간과 공공의 진정한 협력 생태계 조성

2026년, 변화의 출발선에 선 대한민국

35조원 R&D 예산은 단순한 기회를 넘어, 한국이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연구생태계 복원과 시스템 혁신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접근이다.

당신이 연구자라면, 이제 진정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당신이 일반 시민이라면, 이 투자가 만들어낼 AI 혁신, 에너지 전환, 지역 균형발전의 혜택을 직접 체감하게 될 것이다.

진짜 성장은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그 예산이 만들어내는 혁신의 깊이에서 나온다. 이번 K-R&D가 보여준 체계적 접근과 구조적 개혁 의지를 볼 때, 2026년은 한국 과학기술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칼럼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6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김윤옥 기자 viator29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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