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노루 명당을 아시나요

포수로부터 노루를 살려준 그 자리

작성일 : 2021-12-12 15:55 수정일 : 2021-12-12 19:41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포수에 쫓기는 노루를 살려준 사람의 이야기가 전주에도 있다. 그 노루 명당을 찾아 나서 보았다.

 

전주시 덕진구 안덕원로 349번지인 전주시립 인후도서관을 끼고 산길을 따라 오르막길을 올라가다 보면 평평한산마루가 나온다. 여기가 노루 명당이다.

커다란 돌비석이 받침대 위에 옆으로 누워 있는데 거기 ‘노루 명당’이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통천김씨 안덕원세천(通川金氏安德院世阡)이라고 쓰여 있는데 전주의 서예가 미산(未山) 송하선(宋河璇)의 글씨다. 여기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통천김씨들인 것이다.

 

이곳이 노루명당으로 불려 지게 된 이야기는 이러하다.

어느 날, 이곳에서 살던 한 사람이 일을 하고 있는데 포수에게 쫓기는 노루 한 마리가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머리를 짚단에 처박고 숨었다. 그러나 몸뚱이는 다 보이는 상태였다. 사태를 짐작한 그는 얼른 다른 짚단으로 노루의 몸을 덮어주었다. 그러자 포수가 달려와 노루를 못 보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산꼭대기를 가리키면서 그쪽으로 달아났다고 알려 주었다. 그리고 노루를 살려서 보내주었다.

그런데 그날 밤 꿈에 노루가 나타나서 자기를 살려준 은혜에 감사하다며 그곳이 명당자리이니 그곳에 묘를 쓰면 자손에게 영화가 있을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그래서 그곳을 노루 명당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노루 명당이라 쓰여 있는 비석 아래 자리를 잡은 묘들이 통천김씨 묘들이다.

통천김씨가 묻혀 있는 집단 묘 맨 위쪽에 김윤성(金允聲)의 묘와 비석이 있다. 그 비석에 새겨진 것을 보면 그의 자(字)는 진옥(振玉)이고 호(號)는 월계(月溪)였으며 전주 안덕원에서 태어나 일생을 선비로서 올곧게 살았다는 것이다.

 

그는 통천김씨 중시조인 원등(遠登) 공의 17세손이며 안덕원 종회 입향조인 수대(壽大) 공의 증손으로서 조선 정조 기유년 4월 22일에 출생하여 순조 임진년 9월 16일에 타계하였다 한다. 그의 자녀 중 상충(常忠)은 벼슬이 증통정대부(贈通政大夫)에 이르렀고 장손자 해균(海均)은 행통정대부(行通政大夫)에 이르렀으며 차손자 완균(浣均)은 행통훈대부에 (行通訓大夫)이르렀다고 한다.

 

 

통천김씨 집단 묘를 지나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다보면 또 하나의 비석을 만난다. 이 비석은 죽은 이의 이름이 아닌 “통천김씨반암선영(通川金氏盤岩先榮)”이라고 쓰여 있는 안내석이다. 뒷면을 보면 통천김씨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기거해 왔음을 알 수 있는 기록들이 있다.

 

통천김씨 진산공파 종인들이 이곳 안덕원과 반암리에 거주하던 시기는 서기 1,700년 무렵인데 중시조인 원등(遠登) 공의 14세손 수대(壽大) 공 이후부터였다. 호남사관결선록과 전선지의 기록을 보면 이곳에서 통천김씨 일족들이 번창하였음을 알 수 있다.

 

통천 김씨 보첩 기록에 의하면 석소리산, 가장산, 노루명당, 반암전록산과 반암후록산, 분토동산 등 선영이 여러 곳에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달라지고 의식구조가 변화하면서 집성촌이 사라지고 종산도 여기저기가 깎여 나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2대손 철희(哲熙) 공이 반암후록산을 단독명의로 보존해 오다가 종중에 환원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요즈음에 보기 드문 선행으로 종중과 가족에 대한 사랑의 모범으로 그 정신을 오래 기리고 귀감으로 삼고자 비를 세운다는 것이었다.

 

종중 땅을 몰래 자기 앞으로 이전해서 팔아먹어버린 사례가 비일비재한 요즘 세태로 보아 비를 세울만한 선행이라 할 것이다.

 

전주의 동쪽에 낮으막하게 자리 잡고 있는 도당산의 남쪽 부분을 전주 류씨와 반분하고 노루 명당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통천김씨들의 안덕원 세천도 또 하나의 소문나지 않은 명소임이 분명하다.

땅의 기운만 좋아 명당자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후세에 사람들의 입에 좋은 이야기로 오르내리는 것 또한 명당이 아닐까 한다.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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