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고품격 명화 감상 1, 그린 북(Green Book)

'모멸감을 참으면서 품위를 지키는 것만이 이기는 길'

작성일 : 2021-12-17 12:06 수정일 : 2021-12-17 12:58 작성자 : 이상희 기자

영화 그린 북(Green Book)은 헐리웃 영화의 단골 소재인 인종차별을 고발하는 영화로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상, 남우조연상, 각본상을 비롯하여 내 노라 하는 영화제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한 빼어난 수작이다.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에피소드 사이 사이에 맛깔 나게 곁들여진 유머와 예측불허의 사건전개, 배우들의 명품 연기와 더불어 영화 전반에 휴머니즘과 따뜻한 가족애가 흐르는 고품격 영화다.

영화는 1962년 미국 남부의 인종 차별 실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흑인 노예해방이 1800년대 후반에 이루어졌지만 흑인 노예에 대한 기득권을 강하게 주장했던 미국 남부 지역에서는 1960년대에도 여전히 흑인의 인권은 무시 당하고 짓밟히는 일이 비일 비재 하였다.

 

백인 토니의 손에 쥐고 있었던 여행 안내서 그린 북 (The Motorests Green Book), 책을 읽으며 고개를 좌우고 흔드는 다소 생뚱맞은 장면으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이 영화의 힘은 탄탄한 구성과 줄거리에서 기인하지만 치밀한 캐릭터에서 나오는 힘이 다양한 사건과 상황 너머로 주제를 바라보는 지평을 확장시켜 주는데 있다.

 

두 남자 주인공 중 한 사람은 교양과 품위 그 자체인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살라 알리), 그는 어려서부터 피아노로 명성을 떨쳤고 백악관에 두 번이나 초청 받아 연주를 할 만큼 성공한 음악가이다. 그는 미국 남서부 지역의 유색 인종 차별에 맞서기 위해 ’투어공연‘에 나선다.

다른 한 남자는 입담과 주먹만 믿고 거친 인생을 살아 온 이탈리아계 미국이민자로 그 역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흑인인 돈 셜리박사의 운전기사로 취직을 한다.

생각, 행동, 말투, 취향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그들을 위한 여행 안내서 ‘그린북’에 의존해 특별한 남부 투어를 시작한다. 8주간 투어 공연을 다니는 동안 너무나 상반된 성격과 성향의 두 사람은 초반부터 티격태격 소소한 마찰을 빚는다.

영화 속의 토니 발레롱가는 겉으로는 한심한 아재의 모습이지만 보스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에게 옳고 그름에 대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만큼 내면적으로 똑똑하다. 게다가 따뜻하고 가정적이며 섬세하고 예술의 가치를 알아보고 향유 할 수 있는 소양이 있는 ‘참 좋은 사람’이다.

토니의 순수한 인간애를 접해가면서 돈은 꼿꼿한 왕좌 위의 천재 음악가로서 고상함의 대명사라는 이미지를 벗고  단한 겉모습 속에 감추어진 상처와 나약함과 외로움을 드러내며 토니와 더불어 가족과 같은 끈끈한 우정을 만들어간다.

 

여행이 계속되면서 남부 지역으로 갈수록 흑인에 대한 차별은 심해진다. 그들은 돈 셜리박사의 음악은 원하지만 그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흑인 돈 셜리는 철저히 무시하고 차별한다. 그래서 탈의실도 창고 같은 데를 사용하게 하고, 심지어 음식조차 호텔 식당에서먹지 못하게 한다.

또 어떤 주에서는 흑인은 밤 10시 이후에 밖에 돌아다니지 못하는 통금 법이 있어 유치장 신세를 지기도 한다. 돈이 차별 받는 것에 분통을 터뜨리며 맞붙어 싸우려는 토니에게 돈은 '모멸감을 참으면서 품위를 지키는 것만이 이기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서로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며 길 위에 맞닥뜨리는 예기치 못한 여러 상황 속에서 적당히 웃기고 적당히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진지하게 그러나 너무 무겁지 않게 일정한 페이스로 이끌어가는 연출력이 탁월하다.

 

특히 이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던 점은 돈 셜리 박사의 피아노 연주는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 감상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이다. 그러나 영화 막바지에 클래식 음악 만을 고집하던 주인공이 허름한 흑인 재즈 바에서 무명의 악단들과 함께 신나게 연주 했던 흑인 음악이 훨씬 좋았다

이상희 기자 seodg10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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