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시산책) 최상의 아름다움, 로버트 브라우닝

Summum Bonum, Robert Browning

작성일 : 2025-09-06 10:10 수정일 : 2025-09-08 09:16 작성자 : 정석권 기자

Summum Bonum

Robert Browning

 

All the breath and the bloom of the year in the bag of one bee:

All the wonder and wealth of the mine in the heart of one gem:

In the core of one pearl all the shade and the shine of the sea:

Breath and bloom, shade and shine, --wonder, wealth, and--how far above them--

Truth, that's brighter than gem,

Trust, that's purer than pearl,--

Brightest truth, purest trust in the universe--all were for me

In the kiss of one girl.

 

최상의 아름다움

로버트 브라우닝

 

한 해 동안의 모든 향기와 꽃은 한 마리 벌의 주머니 속에 있고

광산의 모든 황홀과 재산은 보석 한 개의 가슴 속에 있고

진주 한 개의 속에는 바다의 그늘과 광채가 들어 있다.

향기와 꽃, 그늘과 빛---황홀과 재산, 그리고--그것들보다 더 귀한---

진실---보석보다 더 밝은

신의---진주보다 더 맑은

우주에서 가장 찬란한 진실, 가장 순수한 믿음--

나에게 이 모든 것은 한 소녀의 키스에 들어 있다.

(번역: 피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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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브라우닝 Robert Browning (1812-1889)

런던 교외의 캠버웰에서 부유한 은행가의 아들로 출생했으며 테니슨(Tennyson)과 더불어 빅토리아 조()를 대표하는 영국의 시인이다. 극시(劇詩) 파라셀서스 Paracelsus(1835)가 토머스 칼라일과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선을 끌었으며, 1837년 코번트 가든에서 상연되었다. 이어 소델로 Sordello(1840)방울과 석류(8, 18411846)를 출판. 1846년 병약한 여류시인 엘리자베스 버레트와 몰래 결혼하였는데, 장인의 반대로 이탈리아로 도주, 그녀가 죽을 때까지 16년간을 주로 피렌체에서 지냈다. 그 사이 시집 남자와 여자 Men and Women(2, 1855) 등장인물 Dramatis Personae(1864)을 발표하였고, 극적 독백 형식의 리포 리피 신부 Fra Lippo Lippi, 안드레아 델 사르토 Andrea del Sarto(1855) 등의 명작을 썼다. 18681869년에는 대작 반지와 책 The Ring and the Book을 완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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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의 제목인 “Summum Bonum"은 라틴어에서 온 말인데 최고의 선이란 뜻으로, 원래 중세 철학이나 임마누엘 칸트의 철학에서 인간이 추구해야만 할 가장 중요하고 궁극적인 목적을 말한다고 하지요. 기독교에서는 가장 성스러운 성인의 길이며, 그래서 신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가는 길이라고 해석된다고 합니다. summum bonum은 그 자체가 목적이며 동시에 모든 다른 선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모든 진실과 선함과 아름다움, 진선미의 궁극적인 합일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요.

 

     브라우닝의 이 시는 그런 철학적, 신학적인 배경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이 시의 역설적인 의미가 더욱 확실하게 전달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왜냐하면 이 시의 첫행에서 부터 큰 것과 작은 것, 거창한 것과 (언뜻 보기에는) 사소한 것이 서로 병치 되어서 등장하기 때문이지요. "한 해 동안의 모든 향기와 꽃"은 세상의 모든 좋은 향기와 피어나는 꽃을 다 포괄한 아름다움이겠지요. 그런데 그것은 한 마리 벌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다고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한 개의 보석 속에 모든 광산의 황홀함과 재산 가치가 들어 있으며, 한 개의 진주 속에는 온 바다의 그늘과 광채가 들어있다고 말합니다. 이 모두 역설적인 표현의 극치이지만, 우리는 브라우닝이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진정으로 느낄 수 있다면 나뭇잎 하나에서도 우주의 질서를 느낄 수가 있고, 갓 피어난 매화 한 송이에서도 봄이 왔음을 알 수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할 것입니다.

 

     이 시의 주제는 어쩌면 윌리엄 블레이크의 "순수의 전조"(Auguries of Innocence)와 비슷합니다. "순수의 전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 모래 알갱이 하나 속에서 온 세상을 보고, 그리고 들꽃 한 송이 속에서 천국을 보고, 그대의 손바닥 안에서 무한을, 그리고 한 시간 속에서 영원을 품는다는 것." (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 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And eternity in an hour.)

 

     그러나 블레이크의 시가 초월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반면에 브라우닝의 시는 좀 더 현실적이고 감각적입니다. 브라우닝의 시에서 세상에서 가장 밝고 맑은 진실과 신의는 바로 사랑하는 소녀와의 키스에 있다고 말하며 끝맺는 것은 그가 철학적이거나 종교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게 분명해집니다. 위의 시의 번역에서 어느 역자는 "all were for me"이라는 구절에 대한 번역을 생략했는데, 아마 그것은 의도적인 듯합니다. 즉 우리의 모든 느낌과 생각은 결국 자신이 하는 것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그 구절이 이 시의 이해에 중요하기 때문에 그 번역을 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이라는 말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른 것, 예를 들면 보석이나 진주에 최상의 가치를 두고 있지만,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키스하는 것이라는 지극히 순수하고 열정적인 인생관을 강조한 것이니까요. 우리의 기쁨과 즐거움은 어떤 조건이나 보상에 관한 관심이 전혀 없이, 그 물질적 가치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이, 오직 그 자체에 대한 사랑이 가장 고귀한 것인 것을 이 시는 역설적 이미지를 통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구절은 로버트 브라우닝이 그처럼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그의 부인,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이 로버트 브라우닝에게 쓴 소네트 연작시인 "포르투갈인으로부터의 소네트"(Sonnets from the Portuguese)와 함께 읽으면 더욱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그중에서 14번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대가 날 사랑해야만 한다면,

오직 사랑만을 위해서 사랑해 주세요."

(If thou must love me, let it be for nought /

Except for love's sake 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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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석권

 
정석권 기자 skcheong@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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