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치열한 현장, 재래시장

전주 모래내 시장을 찾아서

작성일 : 2022-01-12 05:16 수정일 : 2022-01-12 08:54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사는 게 힘들고 어렵다고 불평이 나올 때, 혹은 할 일이 없어 무기력해질 때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럴 때는 망설이지 말고 재래시장을 찾아갈 일이다.

거기에서는 삶의 현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이 있고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다. 결코 가식 하지 않은 현실 그대로의 삶의 모습이 있다.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에 자리 잡고 있는 모래내 시장은 전주는 물론이고 전주 주변의 동쪽과 서북쪽의 완주군 소재의 소양, 봉동, 고산 사람들이 많이 들락거리는 곳이다. 때로는 진안이나 장수, 임실 사람들도 들린다.

 

아침에 시내버스가 모래내 시장 정류장에 멈춰 서면 크고 작은 보따리들이 버스 밖으로 굴러 내린다. 차례차례 들고 나올 여유가 없기 때문에 일단은 밀거나 던져 놓는 것이다.

새벽에 밭에 가서 따오거나 뜯어온 농산물들이다. 그러기에 싱싱하고 풋풋하다. 포장되어 있지 않아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살 수 있는 물건들이다. 결코 화학약품을 써서 시들지 않게 하려는 물건들이 아니다.

 

모래내 시장에는 수백수천 가지의 물건들이 있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은 다 있다. 그러기에 이곳에만 가면 무슨 물건이든 다 구할 수가 있다.

 

시장에는 물건을 파는 사람들과 물건을 사람들이 있다. 결코 사치스럽거나 고급스럽다고 볼 수 없는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물건들이 있고 결코 부자라고 볼 수 없는 장사꾼들이 있고 체면치레를 하지 않는 솔직한 사람들이 있다.

 

 

시장은 시끌벅적하다. 물건을 사가라고 외치는 장사꾼의 소리와 파는 사람들과 사는 사람들과의 흥정하는 소리, 거기에 빵빵거리는 차의 경적소리까지  뒤엉켜 시끄럽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처럼 파는 사람이 공손하고 친절하지 않아도 크게 흉보지 않으며 그렇다고 다시는 안 가는 것도 아니다.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언제 그랬느냐고 다시 기웃거린다.

 

노상에 물건을 몇 가지 늘어놓고 파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그것으로 집안 살림을 유지해 나가고 자녀들을 가르쳐 온 사람들이다.

 

이곳을 매일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말하는 장똘뱅이다. 그들은 하루만 빠져도 허전하여 견디지 못한다. 작은 손수레 하나를 끌고 유유작작하게 여유를 부리며 시장을 누비고 다닌다. 그래서 물건 값을 상인들보다 더 잘 안다.

“어제보다 200원이나 올랐네.”

그런데 그것이 규칙적인 운동이 되어 나이를 먹어서도 다른 친구들에 비하여 건강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모래내 시장에서 광주리에 물건을 이고 와서 노점을 펼치는 한 아낙네는 한 때 부족함 없이 잘 사는 사람이었단다. 남편이 건설업을 하다가 친구의 배신으로 부도를 맞아 하루아침에 가난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자기가 삶의 현장으로 나서게 되었는데 광주리 노점상으로 아들딸들 다섯을 모두 대학을 보냈단다.

그랬더니 아들딸들이 다 효자가 되어 편하게 살 수 있었는데 일을 하지 않고 집에 가만히 있자니 심심하기도 하려니와 몸이 사방이 아프고 시큰거려 더 죽을 지경이 되더란다. 그래서 다시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노점상이 되었단다.

“이곳에 오지 않고 집에 있으려니 친구도 없어 심심하고 오랫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상인들이 그리워서 견딜 수가 없었지요. 살아가는 힘을 잃어버린 것이었어요. 그래서 내가 살기 위해서는 다시 시장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재래시장에는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다. 상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대로 다큐멘터리 특집이 되는 것이다.

 

모래내 시장에서 오랫동안 기름집을 했던 사람은 시장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억척스럽고 거칠어 보이지만 실상은 작은 일에도 크게 상처를 받는 여린 사람들이라며 그들에게 다정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면 금방 인간적인 감화를 받아 큰 힘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재래시장에는 물건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만큼이나 인간적인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그곳이 바로 삶의 현장이고 살아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행여 힘들고 어려워서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그때에는 재래시장을 찾을 일이다.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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