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2. 02.
2와 0으로만 이어지는 날은 의미가 별나다.
금년 정월 초이튿날이다.
설 다음날에 시무식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불을 끄고 촛불을 켜고 시작한다. 별을 닮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인 “시낭송하는 오수 사람들” 모임이다.
장소는 임실치즈테마파크 파크방이다.
이곳은 엄난희 선생님이 전통 예절교육을 통한 바른 인성교육을 지도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모두가 양력 1월 1일에 시작하는 시무식을 음력 설날 연휴에 시작하는 “시낭송하는 오수 사람들”은 별난 사람들이다.
전등을 끄고 촛불을 별빛 삼아 정숙하게 앉아 있는 회원들은 설을 맞아 앞으로 일 년 동안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설계를 하고 다짐을 한다.
다짐의 시간이 끝나면 이윽고 전등을 켜고 엄난희 선생님이 준비해준 전통차를 마시며 새해 인사를 나눈다.

정월 설 연휴라 식당들이 문을 닫아 이곳에 오기 전에 이순례 회원의 집에서 떡국으로 식사를 했었다. 친형제들처럼 허물이 없는 사람들이라 누구의 집에서든지 모일 수 있다. 오늘도 막둥이 김균자 회원이 주방장이 되어 회원들의 식사를 준비했다.
오늘은 새로운 회원이 왔다.
임실 상월리에서 살던 김성하 회원이다. 모두들 ‘성하 오빠’라 부른다. 여기에서는 언니 오빠라 부르는 게 상례다. 누가 그러자고 하지도 않았는데 누군가가 그렇게 부르니까 따라서 그렇게 부른다.
성하 오빠는 전북문학관에서 시낭송 공부를 할 때에 만났다. 그가 임실군 관촌면 상월리에서 살았다는 것을 알고 고향 사람의 정을 느꼈던 사람이라 기꺼이 회원으로 영입을 한 것이다. 그도 이 모임에 끼워준 것을 감사하다고 했다.
오늘 모임에 대한 소감을 돌아가면서 말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럴 때는 오수에서부터 시작하던 어르신 글쓰기 공부하던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은 벚꽃이 피기 시작하던 2017년 봄날에 처음 모였다. 임실군립도서관 앞 도로에 벚꽃이 환하게 피어 있을 때였다. 이들은 이곳에서 모여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시를 낭송하였다. 그 후 한 덩어리가 되어 친형제처럼 된 사람들이다.
오늘 공부할 시는 오정윤 시인의 「저 토스카의 밤을 위하여」와 이용만 시인의 시 「사는 게 뭐냐고」다.
오정윤 시인의 시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작곡가 푸치니가 1900년에 작곡한 오페라 ‘토스카’에 나오는 ‘별은 빛나건만’을 연상케 하는 시다. 오정윤 시인은 전북 출신으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음악 선생님이다. 그러기에 이런 시를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이용만 시인의 ‘사는 게 뭐냐고’는 사는 게 뭐냐고 흘러가는 강물과 하늘의 구름과 구석구석 다 드나드는 바람에게 물어보아도 모른다고 하여 알고 있다는 세월을 따라다니다가 알지도 못한 채 세월만 흘러 귀밑에 서리만 내리고 나서 차라리 한가한 달팽이에게 물을 것을 하는 후회를 나타낸 시다.
회원들은 그동안 지냈던 이야기를 나누며 글쓰기와 시낭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노래도 부르고 율동도 한다. 여기에서는 자기 자랑을 해도 괜찮다. 흉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여전히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시낭송하는 오수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이제 아쉬움을 남긴 채 보내려 한다.
정월 초이튿날의 별난 시무식을 마친 회원들은 다음 모임날인 4월 첫 주 수요일인 4월 6일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임실치즈테마파크를 나선다.
지팡이를 짚고 서서 이들을 전송하는 지정환 신부님의 조각품이 점점 멀어져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