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산소, 적이면 독이지만 동지면 생명이다

‘노화의 주범’으로만 알려진 활성산소, 알고 보면 생존의 필수 물질

작성일 : 2025-10-29 15:11 수정일 : 2025-10-29 17:05 작성자 : 한송 기자

 

‘활성산소(Active Oxygen Species, ROS)’는 흔히 ‘노화의 주범’ ‘세포 파괴자’로 불린다. 건강식품 광고에서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라”, “항산화가 해답이다”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의학계에서는 활성산소를 무조건 나쁜 존재로만 보는 시각이 오해라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활성산소는 과도하면 독이 되지만, 적정 수준에서는 우리 몸의 방어와 재생을 돕는 필수 생리물질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이현정 교수는 “활성산소는 세포 대사 과정의 부산물이지만, 동시에 면역세포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공격할 때 사용하는 ‘무기’ 역할도 한다”며 “ROS는 인체의 방어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백혈구, 특히 대식세포(macrophage)는 침입한 세균을 잡아먹을 때 ROS를 생성해 세균의 세포막을 산화시켜 파괴한다. 또한 ROS는 세포 내 신호전달에도 관여해 세포분열, 조직재생, 염증 조절 등 다양한 생리 과정에서 ‘신호물질’로 작용한다.

 

문제는 균형이 무너질 때다. 활성산소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만들 때 자연스럽게 생성되지만, 스트레스·흡연·자외선·오염물질 등 외부 요인에 의해 과도하게 만들어지면 세포 산화 손상(oxidative stress)’을 일으켜 단백질, 지질, DNA를 공격하고, 동맥경화·당뇨병·치매·암 등 위험을 높인다.

 

하버드 의대 브루스 에임스(Bruce Ames) 교수는 “활성산소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이를 중화하거나 복구할 능력이 떨어진 상태가 문제”라며 “항산화물질은 활성산소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맞추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한다.

 

즉, 활성산소는 적절히 존재해야 한다. 완전히 제거되면 면역 반응이 약화되고, 세포 신호 전달이 흐트러진다. 실제로 독일 막스플랑크 노화생물학연구소 실험에서는 “항산화제를 과다 섭취한 쥐에서 근육 회복 속도와 면역 반응이 오히려 떨어졌다”고 보고됐다. 이는 활성산소가 손상된 조직에 ‘재생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적정 산화 균형(oxidative balance)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활성산소를 무조건 줄이는 대신, 신체가 스스로 산화·항산화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는 방향이다. 규칙적인 운동이 대표적이다. 운동 중에는 일시적으로 활성산소가 증가하지만, 그 자극이 오히려 항산화 효소(SOD, GPx 등)를 활성화시켜 세포 방어력을 높인다.

 

서울성모병원 예방의학과 정상민 교수는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일시적 산화 자극을 주지만, 장기적으로 체내 항산화 시스템을 단련시켜 건강한 균형 상태를 만든다”며 “활성산소는 피해야 할 적이 아니라, 통제해야 할 에너지”라고 말했다.

 

활성산소는 ‘독’과 ‘약’의 경계선에 있다. 과하면 세포를 해치지만, 적당하면 우리를 보호하고 회복시킨다. 이 균형은 생활습관 전체에서 만들어진다. 적절한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조절이 바로 그 해답이다.

 

활성산소는 사라져야 할 적이 아니라, 길들여야 할 에너지다.우리 몸의 건강은 ‘무산화’가 아니라, ‘균형 잡힌 산화’ 위에 세워져 있다.

한송 기자 borianna@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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