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는 단순히 머리카락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감과 사회적 관계, 나아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현대인의 깊은 고민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는 천만 명에 달한다. 수많은 사람이 매일 아침 머리숱을 세며 한숨을 쉬는 이 시대,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숲속에 있었다. 바로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보리밥나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2022년부터 모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산림자원을 탐색하며 170여 종의 식물을 연구했다. 그중 모유두세포 활성 효과가 가장 뛰어난 식물이 보리밥나무였다.
이 식물의 추출물을 10㎍/㎖ 농도로 처리했을 때 모유두세포 활성이 150%, 30㎍/㎖에서는 175% 증가했다. 모유두세포는 모낭 기저부에서 모발의 성장과 발달을 담당하는 핵심 세포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토대로 특허를 등록하고, 피부 안전성 평가에서도 무자극 등급을 받아 원료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이후 연구는 실험실을 넘어 산업으로 확장됐다. 9월에는 국립산림과학원이 ㈜이루메디컬과 기술이전 협약을 맺고, 보리밥나무 추출물을 활용한 탈모 예방 조성물의 특허를 이전했다.
기업은 이를 기반으로 헤어 컨디셔너와 샴푸에 적용할 계획을 세우며, 연간 1억 원 규모의 기술료를 산정했다. 생장 속도가 빠르고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보리밥나무는 산업적으로도 대량 생산에 유리해, 향후 임업과 화장품 산업을 연결하는 ‘그린 바이오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의 결실은 10월, 인체 적용시험으로 이어졌다. 성인 남녀 20명을 대상으로 12주간 진행된 시험에서 탈락 모발 수는 평균 61.3% 감소했다.
모발 밀도는 1㎠당 5.2% 증가, 모발 굵기는 12.6% 두꺼워졌으며, 길이와 두피 탄력도도 각각 17.1%, 14.9% 향상됐다.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실제 사람의 머리에서 확인된 결과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최초의 ‘보리밥나무 추출물 함유 탈모 예방 샴푸’가 10월 1일 출시됐다. 숲속의 식물이 욕실 속 생활제품으로 변신한 셈이다.

보리밥나무는 본래 제주와 남해안 해안 지대에서 자라는 상록 활엽 덩굴식물로, 예로부터 ‘동조(冬棗)’라는 이름의 한약재로 사용돼 왔다. 기침, 천식, 당뇨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이 식물이 이제는 탈모 예방의 주인공으로 재발견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한 종의 식물 연구 성과가 아니라, 자생식물의 부가가치를 과학으로 증명하고 산업으로 확산한 ‘국내 바이오경제의 축소판’이라 할 만하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원료 표준화, 기능 성분 분석, 기술이전 등 전주기 연구 모델을 완성했다. 공공 연구기관이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이를 민간기업이 상용화해 국민의 일상 속으로 전달하는 구조가 현실화한 것이다. 이는 ‘숲에서 국민의 삶으로 이어지는 과학’의 좋은 사례다.
보리밥나무는 머리숱을 되살리는 식물 그 이상이다. 자연과 과학, 공공과 산업, 그리고 국민 건강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는 상징이기도 하다. 탈모 예방을 넘어, 우리 숲의 자원이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주는 날이 머지않았다.
희망의 근원은 이미 우리 땅에서 자라고 있었다.
※ 본 칼럼의 모든 연구 데이터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공식 발표 자료(2025.8.6., 9.4., 10.30.)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탈모 예방 및 개선 효과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탈모 치료가 필요한 경우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