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봉(麒麟峰)에는 기린이 두 마리가 있다

상상 속의 기린과 초원에서 사는 두 마리의 기린

작성일 : 2022-02-14 00:04 수정일 : 2022-02-14 09:18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오늘이 정월 열 나흗날.

내일이 정월 대보름날이다.

일 년 중, 달이 가장 크게 보이는 날이다.

전주시민이라면 내일 저녁에 달이 뜰 때쯤에는 동쪽에 자리 잡고 있는 기린봉(麒麟峰)을 바라보아야 한다. 거기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전주 8경 중 으뜸으로 삼았던 기린토월(麒麟吐月)의 장관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기린토월(麒麟吐月)은 기린봉 뒤에서 떠오르는 둥근달의 풍경이 마치 신성한 동물로 여겨지는 상상 속의 동물인 기린이 여의주를 토해내는 형상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내일 저녁에는 기린의 모습도 보고 여의주도 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은 산의 형세는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선조들이 어느 곳에서 바라보고 기린토월(麒麟吐月)이라 말했는지 그 지점을 꼭 짚어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주 동쪽에 있는 기린봉은 사신 중에서 우백호에 해당하는 산이지만, 호랑이 모습이 아닌 기린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기린봉이라 부른다.

기린봉은 전주 주변을 지키는 성스러운 산인만큼 전에는 이곳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지금도 1월 1일 해맞이 하러 온 사람들 중 산악회 회원들이 1년 동안 무사히 산을 잘 오르내리게 해 달라고 식루떡을 시루채 들고 와서 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은 지명을 정할 때에 지형의 모양이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찾아서 이름을 지었다. 그러므로 지형의 이름을 보면 그 지역의 형세나 전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기린봉은 왜 기린봉이라 했을까?

 

기린봉에는 두 마리 기린이 있다.

기린봉(麒麟峰-해발 271m)은 전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산봉우리다. 기린봉에 올라가서 보면 전주뿐만 아니라 주변인 완주와 김제 익산 군산까지도 볼 수 있다.

 

기린봉 남쪽에 있는 승암산은 중 승(僧) 자, 바위 암(岩) 자를 써서 승암산이라 부른다. 이는 봉우리의 모습이 마치 고깔을 쓴 스님들이 승무를 추는 모습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기린봉에서 승암산에 이르는 산줄기를 당그래봉(고무래봉), 또는 일자봉이라고 한다. 우아동 방향에서 보면 일자(一)로 보이고, 상관 쪽에서 보면 당그래 형상이기 때문이다. 

 

이 산은 주봉인 승암산에서 줄기가 벋어 나와 전주의 동쪽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래서 무언가 큰 힘을 가진 존재가 필요했고 마침 달이 떠오를 때 전설 속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인 기린을 떠올린 것이다. 그리고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형상이 그려진 것이다. 그런데 산의 형세가 용의 모양은 아니고 기린과 비슷하여 기린봉이라 이름을 붙인 것이다.

 

상상의 동물인 기린은 네 마리의 신령한 동물인 사령(四靈) 중 하나다. 용, 봉황, 거북과 함께 모든 동물의 우두머리로서, 인수(仁獸)인 동시에 성인(聖人)과 태평성대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동물이었다.

 

나라가 태평하고 세상이 평온할 때 기린과 봉황이 나타났으며, 공자가 태어날 때와 돌아가실 때 기린이 나타났다 하여 공자를 상징하는 동물로 묘사되었다. 그리하여 정치적으로는 어진 정치가 펼쳐지고 있음을 나타내었고 민가에서는 성공과 자손 번창을 기원하는 상징물로 자리매김했다. 모든 악으로부터 보호해 주고 지켜 주는 동물로서 황제나 왕릉을 지키는 동물이 되었다.

우리나라 기린은 삼국시대 고구려 고분벽화, 신라 천마총의 기린도, 통일신라시대 와당, 고려시대 청자, 불교의 부도, 조선시대 왕릉과 복식, 민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기린의 형상은 사슴, 말, 소, 용 등이 결합된 형태로 묘사된다. 

이마에는 하나의 뿔을 지니고 있으며 등의 털은 다섯 가지 색깔로 찬란하고 몸은 사슴에 배의 털은 황색이며 말발굽과 소의 꼬리를 가졌으며 날개가 있어 날 수도 있고 입에서는 서기를 품어낸다고 한다. 그리고 봉황과 더불어 한 쌍으로 표현된다.

 

중국 명나라 황제 영락제 때 아프리카에서 '지라프'가 들어왔는데 이 동물의 이름이 소말리아 말로 '기리'라 하여 발음이 기린과 비슷하여 전설의 동물 기린과 혼용되어 사용되어 온 것이다. 

최근에 와서는 전설 속의 기린과 아프리카의 목이 긴 사슴인  지라프와 혼용하여 쓰인다. 

 

기린봉에 있는 또 하나의 기린은 아프리카 초원에서 살고 있는 지라프의 기린의 형상이다. 기린봉을 북쪽인 건지산 정상이나 전북대학병원 고층에 올라가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기린의 형상이다. 

 

  건지산 정상에서 바라본 기린봉

 

기린봉 정상 부위는 기린의 엉덩이 부분이다. 이곳을 시내 쪽에서 바라보면 뾰족한 삼각형으로 보인다. 이 부분이 기린의 엉덩이다. 그곳에서 마당재로 내려오는 산줄기와 승암산 쪽으로 내려가는 산줄기는 기린의 뒷다리다.  

기린봉 정상에서 아중리 쪽으로 내려오는 산불 감시소까지의 평평한 부분이 기린의 등이다. 그리고 북쪽을 향하여 자리한 선린사의 양쪽 산줄기가 기린의 앞다리와 뒷다리다. 

거기에서부터 경사가 져서 길게 내려오는 부분은 기린의 긴 목이다. 이 목 부분은 아중리 저수지까지 내려온다. 기린이 목을 길게 빼고 아중리 저수지 물을 마시고 있는 형상인 것이다.  

전주를 둘러싸서 보호하고 있는 산줄기는 기린봉의 기린을 비롯하여 용머리 고개의 용, 거북바위의 거북, 봉황암의 봉황이 있다. 

 

기린봉의 산줄기는 주산인 승암산에서부터 벋어나와 기린봉에서 잠시 머문 후 마당재를 거쳐 도당산을 건너 건지산으로 이어지며 덕진 연못을 지나 가련산까지 이어진다. 

건지산과 가련산 사이가 공허하여 기운이 새어나가므로 그것을 막기 위하여 둑을 쌓아 제방을 만들고 덕진이라 하였다. 지금의 덕진 연못이다. 

 

마당재에서 갈려나온 또 한 줄기는 노송동 물왕멀 부근에 이르는데 이곳은 견훤이 후백제를 세우고 36년 동안 재위하던 왕궁터가 있었던 곳이다. 견훤왕의 흔적은 기린봉과 승암산 사이에도 있다. 적을 방어하기 위한 동고산성을 쌓았고 그 안에 새로운 궁궐을 지었던 궁터가 남아 있다. 

기린봉은 전주의 상징이다. 학창시절에 학교에서 "기린봉 정기 받은..."으로 시작하는 교가를 소리높여 불렀던 기억이 있다. 전주에는 교가에 '기린봉'이 들어가는 학교가 상당수 있다. 

 

기린봉은 예로부터 신령한 산으로 여겨왔기 때문에 절과 암자가 많다. 북쪽 중턱에는  한국불교 태고종 선린사가 있고 부근에 허공 기도터가 있다.

서쪽에는 기린사, 보석사, 일광사가 있고 전라북도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는 암자인 벽송암이 있다. 벽송암은 서기 640년인 신라 선덕여왕 때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암자라 한다. 

남쪽에는 동고사가 있다. 동고사 너머 동남쪽에는 천주교 순교자 묘지와 성지가 있고 서쪽 산자락 아래 낙수정에는 한국전쟁 때 순직한 국군과 경찰의 묘지인 군경묘지가 있다.    

 

기린봉은 전주를 수호하고 있는 신령한 산이다. 전설 속의 동물인 기린의 영기를 받아 전주시민 모두가 태평성대를 누리기를 기원해 본다.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정확하고 빠른 전라북도 소식으로 지역공동체의 건강한 내일을 위한 건강한 정보를 전달드리겠습니다."
저작권ⓒ '건강한 인터넷 신문' 헬스케어뉴스(http://www.hcnews.or.kr)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린봉 #기린 #전주기린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