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발원지의 끝점은 어디인가
전라북도에 산재해 있는 강(江)과 내(川)의 발원지 중 가장 찾아가기 힘들다는 삼천의 발원지를 찾아 나섰다.
이럴 때 동행해야 할 사람이 바로 ‘재야인문사학자’라고 부르는 천판욱 선생님이다. 재야인문사학자라는 말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그에게 딱 맞는 이름이라고 지어준 것이다. 본인은 한사코 자신을 드러내기를 사양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그의 많은 지식과 경험과 경력을 인정해 주기 위하여 붙여준 이름이 재야인문사학자인 것이다.
삼천(三川)은 이름 그대로 내의 줄기가 세 곳이기 때문에 하나씩 더듬어 보아야 한다. 그런 수고를 덜고 가장 긴 내의 줄기를 바로 찾아갈 수 있도록 단초를 제공해 준 사람이 천판욱 선생님이다. 그가 차를 몰고 와서 채근대는 덕분에 집을 나선 것이다.
정월 열여드레 날인데 그동안 오지 않던 눈이 내려서 곳곳이 미끄러웠고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는 추운 날씨였다.
삼천의 발원지 세 곳 중 가장 긴 유점치를 찾아 나섰다. 일단은 옥정호 막은댐 부근까지는 가야 한다. 막은댐으로 올라서기 전에 전주-순창 간 자동차 전용도로 아래로 통하는 샛길을 택하였다.
조금 가다 보면 수원백씨문경공파세천(水原白氏文敬公派世阡)이라는 돌기둥이 서 있다. 그곳을 지나 올라가다보면 저수지가 나오고 외딴집 한 채가 나올 때까지 쭉 걸어갔다. 여기까지는 차를 타고 올 수 있다.
여기에서부터가 문제다. 실개천을 따라 샛길을 따라 올라가야 하는데 군데군데 눈이 하얗게 쌓여 있고 가시와 덩굴이 앞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대밭 사이로 난 길은 대를 베어낸 뾰족한 밑동을 피해서 발을 디뎌야 한다. 아차하면 발을 다치고 신발을 찢겨 보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멧돼지들이 파헤쳐놓은 흔적이 곳곳에 눈에 뜨이고 눈길 위에 고라니와 멧돼지 발자국들이 어지럽다. 이런 산속에서 멧돼지와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도 된다.
얼마쯤 올라가더니 천 선생이 주변에 무덤이 있는지 살펴보라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제단까지 갖추어진 무덤이 하나 나온다. 동래정씨안산공파(東萊鄭氏安山公派)의 어느 집 가족묘다. 이런 골짝 깊숙이에 이런 무덤이 있다는 것도 놀랍고 벌초를 말끔히 하면서 정성껏 보살피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
그 무덤 옆의 개울에는 물이 있다. 여기가 완주군 구이면 백여리 산 260번지 부근이다. 흔히들 여기를 삼천의 발원지로 삼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 삼천의 발원지
그런데 골짜기는 계속되고 있다. 제법 넓은 골짜기다.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여기를 삼천의 발원지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아쉬운 생각이 든다. 물론 물은 없는 간헐천이다. 간헐천이라고 해서 발원지가 아니라는 법도 없다. 전주천의 발원지인 슬치고개 위의 골짜기도 평소에는 물이 없는 간헐천이다.
천 선생이 자기는 여기까지 동행할 것이니 이제부터 혼자서 더 깊은 발원지를 찾아보라고 한다. 그래서 골짜기를 따라 계속 걸어갔다. 물론 길은 없다. 골짜기를 타고 가다가 가시덤불로 막히면 개천을 중심으로 이쪽으로도 갔다가 저쪽으로도 갔다가 하면서 계속 올라갔다.
뱀을 잡기 위해 가을에 쳐놓은 망도 길게 늘어서 있고 화전민이 집을 짓고 살았던 흔적인 돌담도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 저 담을 성터라고 할 사람이 나올지도 모른다.
이제 막바지다. 실개천의 흔적이 멈추고 평지가 나오는 곳에 이르렀다. 저 나무 밑 움푹 파인 곳이 비가 오면 빗물이 고여 실개천을 이루는 시발점인 것이다.

필자가 임의로 정한 삼천의 발원지
이곳이 삼천의 발원지라 나 혼자 정해놓았다.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는 않는 나 혼자만의 발원지를 정해놓는 일도 감추어진 재미다. 가시에 긁히고 미끄러지면서 여기까지 올라온 보람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삼천은 이곳 유점치에서 발원한 물과 모악산에서 발원하여 흘러온 물, 그리고 경각산에서 발원하여 흘러온 물을 합쳐 삼천이라 부른다. 그 사이에 여기저기에서 작은 개천들이 흘러와 합수한다.
이 물들이 전주의 서쪽 들판을 적셔 전주를 살찌게 했던 젖줄이다. 그 덕분에 지금은 전주의 서쪽인 삼천동과 효자동이 전주의 중심지가 되었다.
삼천은 전주천과 합하여지면서 추천이 되고 다시 고산천과 합하여 만경강을 이룬다. 그 만경강이 우리나라 최고의 곡창지대인 김제 만경 평야에 물을 제공하고 있는 젖줄인 것이다.
삼(三)이라는 수는 완전한 수다. 넉넉한 수다. 삼시 세 판이면 모든 경기가 끝난다. 그래서 삼천(三川)은 전주를 풍요롭게 하는 냇물이고 사람이 살만한 터전을 이룬 원천이 된 것이다.
간헐적 금식을 이야기하면서 점심을 건너뛰기까지 하고 나를 삼천의 발원지까지 안내해준 재야인문사학자 천판욱 선생님 덕분에 내가 정한 새로운 삼천의 발원지를 찾은 뜻깊은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