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를 굽어보며 흐르는 전주천 발원지

줄곧 북쪽을 향하여 흐르는 전주천

작성일 : 2022-02-21 19:16 수정일 : 2022-02-22 08:45 작성자 : 이용만 기자

 

 

강의 발원지는 거의가 물이 마르지 않는 샘이다.

그러나 냇물의 발원지는 계속하여 물이 나오는 샘이라기보다는 빗물을 받아서 흐르는 간헐천이 많다.

전주천 발원지도 샘물이 아닌 빗물을 받아 흐르기 시작하는 밤나무 아래 움푹 파인 곳이다.

 

전주천 발원지를 찾아가는데도 크게 걱정하거나 고생을 할 필요가 없었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곳을 여러 번 다녀온 재야인문사학자 천판욱 선생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관련되는 대학과 대학원을 나오고 박사 학위를 받은 간판을 가진 사학자가 아니라 혼자서 발품을 팔아 온몸으로 체득한 알짜배기 사학자다.

 

전주천 발원지를 찾아 출발한 곳은 전주의 동쪽 한벽루부터다. 이곳을 기점으로 전주천을 따라 도로가 지나가는 춘향로를 따라가면 발원지 부근인 슬치까지 쉽게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완주군 상관면 소재지를 지나 남관에 이르자 같이 가던 천선생이 예로부터 전주를 지키는 요새였던 만마관에서부터  산골짜기를 따라 갈거냐고 묻는다. 삼천의 발원지를 찾아 가시덤불을을 헤치며 헤매던 때가 생각나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조금 쉽게 갈 수 있는 길로 안내하겠다며 전주천 발원지를 찾아가는 데는 임실과 완주를 가르는 슬치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준다.

슬치의 ‘슬’은 큰 거문고 슬(瑟) 자란다. 비파 슬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이 고개 위에서 거문고를 탔던 이야기가 숨어 있나? 그냥 산 위의 높은 곳이 아니라 거문고 가락이 울려 나오는 멋이 깃들어진 고개라는 생각을 하니 왠지 정감이 든다. 적어도 지형의 형태가 거문고를 닮기라도 했을 것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약간은 설레는 마음으로 17번 국도에서 갈라져 나간 745번 지방도로를 타고 슬치를 출발하여 신덕면 오궁리를 넘어가는 길을 택하여 조금 가니 산속의 동물들을 위하여 이동 통로로 만들어 놓은 터널이 나온다.

이곳이 호남정맥이 지나가는 전북 임실군 관촌면 슬치리 140번지 부근이다. 완주군 상관면 용암리와 임실군 관촌면 슬치리, 그리고 임실군 신덕면 오궁리가 만나는 삼각지점이다. 전주천은 이렇게 세 지점이 만나는 뜻깊은 곳에서 출발을 하는 것이다.

 

 

터널을 가로지르는 능선을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길이 가파르다. 막상 능선에 올라서고 보니 군부대의 철망이 앞을 가로막는다. 철망을 끼고 능선길을 가다 보니 저 멀리 진안의 마이산 두 봉우리가 뾰쪽하게 솟아 있다. 이곳에서 보니 틀림없는 말의 귀다.

 

조금 걸어 올라가니 길은 막히고 밤나무 아래 움푹 파인 웅덩이가 나온다. 밤나무가 표적이 된단다, 비가 오면 이곳으로 빗물이 모여 졸졸 흐르기 시작하니 이곳이 전주천의 발원지란다. 이 능선을 중심으로 이쪽으로 떨어진 빗방울은 전주천 발원지를 이루면서 전주로 흘러들어 만경강을 이루면서 서해로 흘러들고, 능선 저쪽으로 떨어진 빗방울은 오원천으로 흘러들어 옥정호에서 잠시 머물렀다가 섬진강이 되어 남해로 간다.

 

이곳을 출발한 실개천 물은 이제 전주천 80리와 만경강 200리를 달려갈 것이다. 슬치 아래 산정마을을 지나 남관과 상관을 지나면서 고덕산에서 흘러나온 물과 만덕산에서 흘러나온 물을 받아 전주를 향해 흐른다. 전주에 들어오기 전에 은석골을 지나는데 이곳은 풍운아 정여립이 살던 곳이다.

 

엉뚱하게 전주에 사는 정여립을 황해도 군수가 모반으로 고발을 하여 말 한마디 들어보지도 않고 동인 세력 사람들 천여 명을 처형해 버린 전대미문의 희한한 일이 벌어졌던 곳이다. 정여립이 살던 마을을 폐쇄시키고 정여립의 집은 방죽을 파서 물구덩이를 만들어버렸다. 

그가 그런 일만 안 당했더라면 그 후 3년 뒤에 왔던 임진왜란 때 크게 활약을 했을 것인데 못내 아쉽고 안타깝다.  

 

정여립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정여립! 당신은 진정 모반의 뜻이 있었는가? 그리고 죽도로 도망을 가서 자살을 했는가? 임금마저 믿지 않았던 억지 모반에 대하여 그가 입을 열까봐 미리 제거해버린 것은 아닐까?

물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가슴을 치면서 원통함을 호소해 보련만 흐르는 물만 내보낼 뿐 물길은 말이 없다.

 

전주의 한벽루에 입성한 전주천은 발길을 돌려 서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우리나라 강이 거의가 서쪽이나 남쪽으로 흐르는데 전주천이 북 쪽으로 흘러 반역의 기미를 띌까 봐 서쪽으로 머리를 두른 듯하다.

잠시 완만하게 속도를 늦추고 유유히 흐르던 물길은 전주 중심을 지나서는 다시 머리를 북으로 돌려 내려가다가 모악산과 경각산에서 내려오는 삼천을 만나 이름을 추천이라 바꾸고 팔복동과 덕진동을 이어주는 추천교 밑을 지나 잠시 더 흐르다가 고산천을 만나 비로소 만경강이라는 강의 이름을 가지고 호남평야의 기름진 들녘을 적시는 것이다.

 

전주를 굽어보는 슬치에서 시작한 전주천 발원지 슬치 물길을 완주군에서는 상관의 편백나무 숲과 상관 체육공원을 연계하여 350억 원을 들여 창조적 하천공간으로 정비한다고 한다.

 

완주와 임실이 만나는 거문고 소리 정겨운 슬치에서 발원한 전주천은 오늘도 이렇게 굽이굽이 전주를 향하여 흘러들어 가서 전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안고 김제 만경 호남평야로 스며들어가는 것이다.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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