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위는 서러운 곳이다.
초록바위는 무서운 곳이다.
전주에서 초록바위만큼 서럽고 무서운 곳은 없다.
전주 남문시장 쪽에서 바라다 보이는 전주천 건너 깎아지른 절벽으로 서 있는 초록바위는 곤지산 봉우리다.
전주의 북쪽을 지키고 있는 산이 건지산이라면 남쪽을 지키고 있는 산이 곤지산이다. 흔히 완산칠봉과 혼동을 하는데 완산칠봉과는 별개의 산이다.
산이란 산줄기가 끊어지면 별개의 산으로 본다. 아무리 큰 산도 산줄기가 이어지면 같은 산으로 산 이름 하나에 나머지는 '봉'자가 붙는다. 대표적인 산이 '지리산'이다. 반면,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외따로 떨어져 있으면 이름이 따로 붙는다. 예를 들면 효자동 양지노인복지관이 있는 작은 언덕이 '성미산'이라는 독립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초록바위는 완산칠봉과는 산줄기가 이어지지 않고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곤지산이라 부른다. 모양이 투구 같다하여 투구봉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은 조선시대에 죄인들을 처형하는 곳이었다. 어째서 이곳을 택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 남문 밖에 죄인의 목을 장대에 매달았는데 남문과 가깝고 전부터 초록바위에 벼락이 잘 떨어져 무서운 산으로 불렸기에 이곳을 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천주교가 들어왔던 때에 많은 천주교도들이 시퍼런 망나니의 칼에 목숨을 날렸고 동학혁명 후에 수많은 동학군들이 피를 뿌린 곳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종교박해로 손꼽히는 병인박해 때에 만여 명에 달하는 천주교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대원군은 밀려오는 서구문물을 막기 위하여 쇄국정책을 썼는데 천주교인들 중 승지 남종삼(요한)과 진사 홍봉주(토마스)를 천주교 괴수로 보고 1866년 3월 7일, 서울 서소문 밖에서 처형하였다. 그리고 이들 가족을 포함하여 수많은 천주교인들을 처형하였다.
그런데 당시에 나라 법에 따라 15세 미만은 처형을 못하도록 정해져 있어 남명희와 이름이 전해지지 않은 홍봉주의 아들을 전주옥에 수감하고 있었다. 전라감사는 이들을 살려주기 위해 천주를 믿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만 하면 살려준다고 회유를 하였으나 그들은 끝내 신앙을 지키겠다고 요지부동이었다.
이들이 15세가 되던 1867년 가을이 되자 처형을 시켜야 하는데 차마 이들의 목에 칼날을 댈 수가 없어 초록바위 위로 데리고 가서 전주천으로 떠밀어 죽였다고 한다.

초록바위 아래 도로변에 세워진 곤지산과 초록바위에 대한 안내석과 안내판
동학혁명 때는 전주를 함락시킬 만큼 많은 동학군이 있었다. 그 사람들 중 김개남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곳 초록바위 아래에서 참수형을 당했다. 그 수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 원혼들이 초록바위를 바라보며 울부짖을 때 얼마나 소름이 끼치겠는가? 그 소리가 벼락이 되어 이곳에는 벼락이 자주 내렸다고 한다.
초록바위 아래에는 안내판도 서 있고 천주교인들과 동학군들이 참수형을 당하는 그림도 그려져 있다.
그때의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후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전주의 조○○ 시인은 외증조부가 동학혁명 때 미리 잠입하여 동학군이 진주할 때 전라감영 서문을 열었는데 이곳에서 참수당하여 남문 밖에 잘린 목이 장대에 끼워 서 있었다고 한다.
동학군을 섬멸하는데 공을 세우고 친일파가 되었던 김○○은 그의 묘가 기린봉 아래 기린봉APT 뒤에 있는데 반역자, 친일파, 매국노 등 그를 비난하고 규탄하는 수십 개의 팻말이 어지럽게 꽂혀 있다.
전주 남부시장 쪽에서 바라본 초록바위는 지극히 평범한 바위산이다. 초록바위라 이름이 붙은 것은 그곳 바위가 철광석을 품은 바위라 쇳가루가 빗물에 녹이 슬어 초록색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에는 여름철 소나기 올 때는 자주 벼락을 때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초록바위는 현재의 모습으로는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1936년 큰 홍수가 나서 제방이 유실되어 제방공사를 하면서 바위를 상당 부분을 깎아내어 본래의 모습을 잃었기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초록바위는 깎아지른 절벽으로 그 산세가 갈마 음수격(渴馬 飮水格)으로 목마른 말이 물을 찾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이곳 초록바위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팝나무 군락지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수령 200년이 넘는 이팝나무 24그루가 서 있어 봄이 오고 5월이 되면 구름처럼 하얀 이팝꽃이 산을 덮는다.
최근에는 시립 완산도서관 뒤로 철쭉과 박태기 등 다양한 종류의 꽃을 심어 꽃밭이 조성되어 온통 꽃 천지를 이루어 수많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다 내려놓고 희희낙락 즐기는 곳이다.
어찌 보면 '전주미래유산 16번'을 달고 이 아이러니한 관경을 바라보고 있는 곤지산 초록바위는 가슴이 더 쓰리고 아플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