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음력 2월 초하룻날이다.
영등할매가 오시는 날이다. 영등할매는 이날 내려왔다가 스무날이 되면 다시 올라간다.
이날은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는 것으로 풍년과 흉년을 점쳤다. 바람이 부는 것은 영등할매가 딸을 데리고 오면서 딸이 입은 치마를 더 예쁘게 보이려고 바람을 일으키기 때문이라 했다. 그래서 이날 바람이 불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비가 오는 경우는 며느리가 명주옷을 곱게 차려입고 함께 오는 경우인데 명주옷 젖으라고 비를 뿌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날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등할매가 딸을 데려오지 말고 며느리를 데리고 오게 해달라고 빌기도 했다.
음식 중에서는 떡을 해 먹었는데 쑥떡을 해 먹었다. 그리고 찰밥과 잡곡밥을 해 먹었다. 잡곡밥을 새벽에 지어 마당 가운데 놓고 풍년이 오기를 빌기도 했다.
2월 영등날 특별히 해 먹는 떡이 있었다. 그것을 영등떡이라 했다. 영등떡으로는 송구떡을 해먹었는데 송구떡은 붉은 소나무 껍질을 물이 오르는 봄에 벗겨 잘 말려두었다가 정월 보름이 지나면 물에 불려두었다가 이날 찹쌀과 멥쌀을 섞어 찧어서 떡을 한 후 콩고물에 묻혀서 먹었다.
이 날은 생선 중에서 갈치는 먹지 않았다. 갈치는 비린내가 많이 나 영등할매가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날은 아침 일찍 세 곳의 우물물을 떠다가 장독대에 짚을 깔고 상 위에 물을 올려놓고 영등할매에게 풍년 기원과 자녀 복을 빌었다.
이날 첫닭이 울면 우물에서는 새로운 물이 솟아오른다고 믿었다. 그 물을 제일 먼저 떠가는 집이 그 동네에서 농사가 제일 잘 된다고 믿었다. 그 물을 아이들에게 마시게 하면 영리해져서 공부를 잘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첫닭이 울 무렵에 우물에 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얼른 물을 퍼왔다.
또 사람들은 콩과 보리와 밀, 수수 등의 곡식을 볶아먹기도 했다. 이제 날이 풀려 농사철이 다가오니 힘을 내어 농사철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2월 초하루는 영등할매를 달래는 날이었다. 바람을 관장하는 영등할매가 농사철에 바람을 세게 몰아치지 않도록 달래기 위하여 음식을 차려 달래기도 했다. 그해 간장 맛을 좋게 해달라고 메주를 함께 놓고 빌기도 했다.

2월 초하루에서 닷새까지는 영동할매에게 ‘바람[所願] 올리기’를 했다. 이 기간을 통하여 가내 평안과 소원을 빌었다. 이때에 소지(燒紙)를 올렸는데 가족들의 이름을 차례대로 부르며 풍년과 건강과 행운을 빌었다. 그리고 불에 태운 소지의 재를 아이들이 먹으면 영리해진다고 물에 타서 마시기도 했다.
이월 아흐레 날은 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집안을 청소했다. 이날은 손이 없는 날이기 때문에 나무를 심거나 가재도구를 옮겨도 동티가 나지를 않았다.
2월 초하룻날은 머슴날이기도 했다.
이날 주인은 머슴을 위로하고 음식을 넉넉히 주기도 했으며 하루를 마음 놓고 먹고 마시고 춤추며 놀게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되는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음식을 장만하여 머슴들에게 주며 하루를 마음껏 놀게 했다. 농사철에 쓸 힘을 충전하기 위한 날이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머슴들이 영등밥을 먹고 썩은 새끼줄을 가지고 가서 목을 매기도 했다고 한다. 며느리도 닥쳐올 농사일을 생각하고 울타리를 잡고 운다는 것이다. 죽을 만큼 힘든 일을 하기 위한 각오를 다지는 것이다.
그 외에도 이날은 스님이나 무당에게 부적을 구입하여 문 위나 방의 벽에 붙이기도 했다. 액운을 막고 복을 빌어 모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날은 시샘 많고 변덕스러운 영등할매를 기분 좋게 해주려고 오색천으로 작은 리본을 만들어 나무에 걸어놓기도 했다. 영등할매 딸이 오색 치마 입기를 좋아했다는 것이다. 영등할매가 키가 작기 때문에 낮은 나무에다 걸어놓았다. 그리고 그것을 몰래 떼어가는 사람은 눈병이 난다고 하였다. 아마 이때쯤부터 봄바람이 불어 흙먼지가 눈에 들어가 눈병이 잦으니 조심하라고 경계를 했던 것 같다.
이날은 볏짚으로 인형을 만들어 물가에 가서 태움으로써 용왕님께 자녀들의 건강을 빌기도 했다.
또 좋은 일을 해야 복을 받는다고 돌다리가 없는 곳에 짚으로 통을 엮어 흙이나 모래를 담아 돌다리를 만들어 놓기도 하였다. 그것을 겸손한 마음으로 하도록 이른 새벽에 사람들이 나오기 전에 만들어 놓았다.
더 좋은 일을 하려고 돌다리 위에 돈을 놓고 납작한 돌로 눌러놓기도 하였다. 가난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다.
2월 초하룻날은 영등할매 오시는 날로 정하고 여러 가지 농사 준비를 했던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예지가 빛나는 날이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