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가 터널과 철도 교각 위의 자전거길

일제 강점기의 아픔은 섬진강 풍산 여기에도

작성일 : 2022-03-07 08:54 수정일 : 2022-03-07 10:09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순창에 있는 향가터널과 강 위의 교각에 만들어진 섬진강 종주 자전거 길을 탐방하게 된 것은 순창 토박이요 오랫동안 순창군청에서 행정, 재무, 개발, 건설, 복지까지 두루 섭렵하며 기획하고 추진했던 이용옥 사무국장의 도움이 컸다.

아직 3월 초라 날씨가 차갑고 최근에 시베리아 찬 공기가 한반도를 덮고 있어 바람까지 쌩쌩 불고 있는 때인데도 그가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온 것이다.

 

섬진강이 제대로 강줄기를 이루는 시점은 섬진강댐 아래부터인 임실군 강진면 옥정리에서부터다. 그 윗부분은 아직은 강이 아닌 오원천이라 부른다.

댐은 대부분이 수문이 있는 곳의 지명을 따서 짓는다. 그래서 섬진강댐을 옥정 댐이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섬진강이 옥정 댐에서부터 시작하여 천담을 돌아 장군목을 지나 적성, 유등을 거쳐 풍산에 이르면 80년 가까이 머리도 없이 맨다리로만 서 있던 철교 교각에 이른다. 그리고 그 옆에 기찻길을 내기 위해 굴을 뚫었던 터널이 나온다.

 

이곳이 최근에 새로운 관광지로 이름을 얻은 향가리 터널이요 향가리 자전거 길이다.

 

향가터널은 전북 순창군 풍산면 대가리 향가마을에 있는 기찻길용 터널이다. 길이가 384m에 이르는 긴 터널이다. 일제 강점기 때에 순창과 남원을 잇는 철도를 개설하기 위해 뚫어놓은 굴이다.

마을 이름을 향가리라 한 것은 터널이 있는 옥출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섬진강 맑은 물에서 일어나는 바람과 어울려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터널을 지나면 바로 폭 100여 m에 이르는 섬진강 강줄기가 나온다. 기차가 이곳을 통과하려면 철교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철도용 교각이 있다. 물속에 다리를 넣고 서 있는 교각은 어언 80년이라는 세월을 바라보건만 아직도 튼튼하게 버티고 있다. 오랫동안 교각만 서 있었는데 최근에 교각 위에 상판을 올려 섬진강 종주 자전거 길로 만들어 놓았다.

 

이용옥 국장과 함께 도착한 터널 입구에는 향가터널이라는 글자가 자전거 바퀴를 배경으로 부착되어 있고 자전거 안장에 걸터앉은 자전거 마니아의 모습이 시원스럽다. 그 아래 ‘향가터널 예술 공간’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터널 주변에는 이 터널을 뚫기 위해 일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감시하는 일본 경찰의 모습과 함께 밀랍인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총을 들고 있는 모습과 소리를 지르고 있는 일본 경찰의 모습과 함께 곡괭이를 들고 일을 하고 있는 모습과 무거운 돌을 등에 지고 나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도 밀랍인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여기에도 나라를 잃고 굶주림 속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처절한 이야기가 함께하고 있다.

 

터널로 들어서니 바람이 차갑다. 모자를 벗길 만큼 쌩쌩 분다. 터널 옆과 천정은 그때 당시에 판자를 대고 콘크리트 작업을 했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당시에 기차가 지나갈 만큼 이렇게 넓고 높게 바위를 뚫어 길을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384m의 긴 길을 그것도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일을 하다가 죽거나 다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 사람들 대부분이 순창 군민이었으리라. 더욱이나 이곳 순창을 중심으로 남원과 곡성, 담양, 송정, 나주를 거쳐 일본을 향하는 배가 있는 목포까지 우리의 농산물을 수탈해 가기 위한 길이었으니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쓰리고 아팠을까.

 

터널 벽에는 오래된 순창 지역의 옛날 사진들이 걸려 있다.

1960년에 촬영한 순창농고 농업 실습장, 1970년대 초의 새마을 사업 광경, 농로 개설 작업, 마을의 공동 우물 풍경, 팔덕 마을 풍경과 길쌈하는 모습들이 있고 1974년의 순창 터미널 풍경도 있다.

곳곳에 그때 당시의 모습들을 형상화한 장식품들이 있다. 당시의 풍습과 일제에 시달렸던 광경들이 장식되어 있고 자전거 타기에 대한 내용도 있다. 천정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들의 모형들이 있다.

 

터널의 반대쪽 가까이 이르면 ‘향가 터널 꿈의 자리 그림 그리기’에 참가한 사람들이 터널을 방문하고 그린 그림들이 터널 벽에 길게 전시되어 있다.

터널 밖에는 ‘무인 공방’이 있다. 누구든지 이곳에 와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라는 곳이다. 그림을 그릴 종이와 물감들이 비치되어 있고 항상 무료로 개방이 되어 있다. 작업실도 몇 개로 나누어져 있다. 이곳에서 관람객들이 그린 그림과 글을 제출하면 터널 안에 게시를 해준단다.

이용옥 사무국장이 종이 한 장을 내민다. 나더러 관람소감을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써서 터널 벽에 붙게 하자는 것이다.

종이에는 “향가터널 꿈(★)의 자리 그림 그리기”라는 제목 아래 자신의 꿈, 미래의 내 모습, 미래의 나에게 전하고 싶은 말 등 미래에 대한 상상을 그림이나 문자로 표현하는 것으로 수집한 작품을 중심으로 타일로 제작하여 향가터널 내의 ‘꿈의 자리’에 전시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지금 당장 하지 않고 종이를 가지고 갔다가 집에서 만들어 제출해도 된단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바로 섬진강변에 이른다. 폭이 100여 m에 이르는 넓은 강변이다. 여기가 일제 강점기에 철교를 놓기 위해 교각만 만들어 놓았던 곳이다. 교각이 무려 열 개나 된단다.

 

 

지금은 교각 위에 상판을 얹어 사람과 자전거가 함께 다니는 섬진강 종주 자전거 길이 되었다. 다리가 시작되는 지점에 자전거 공기 주입기도 있고 마니아들을 위한 인증 장소가 있으며 인증 스탬프도 있다.

주변에 유원지가 있고 캠핑장도 있다.

밤에는 LED의 밝은 조명이 한층 더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해 낸다고 한다.

 

영화 “피 끓는 청춘”의 촬영지가 바로 여기란다. 피 끓는 청춘은 이연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박보영, 이종석, 이세영, 김영광이 주연했던 2014년 1월에 개봉한 영화다.

 

다리 중간에 ‘스카이 워크’ 구역이 있다. 다리 바닥을 투명 유리로 깔아 발아래 수십 길 시퍼런 물살이 휘돌고 있다. 잠시 바라보는데도 어질어질하다.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아래를 내려다보기 힘들다.

 

다리 한가운데서 바라본 풍경이 아름답다.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 물도 좋고 강 주변의 산들도 좋다. 향가마을이 이름을 향가라 지을만하다. 이곳에서 멈추어진 길이지만 기찻길이 뚫렸으면 남원시 대강면을 지나 전남 담양까지 곧바로 갈 수 있는 곳이다.

 

이곳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오랫동안 기찻길이 없는 순창군으로 남아 있었는데 그때 이 길이 뚫렸으면 사방이 막힌 답답함을 해소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마음이 답답하고 하는 일이 다소 막힐 때에는 시원하게 불어오는 향가터널과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자전거 길 위에서 마음을 달래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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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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