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에서 우러난 누각과 정자를 겸한 누정(樓亭)
사람이 제비집에서 살 수 있을까?
제비집에서는 살 수 없지만 제비집 같은 집에서는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집이 있다.
전라북도 진안군 마령면 강정리 좌포에 가면 연안 송 씨 제각인 구산재(龜山齋) 뒤에 제비집처럼 벼랑에 매달린 누정 수선루(睡仙樓)가 있다.
누정(樓亭)이란 누각(樓閣)과 정자(亭子)를 겸한 집을 말한다. 제비집처럼 한 해 살고 버리는 집이 아니라 300년이 넘도록 끄떡없이 버티어 온 집이다. 그 집이 바로 수선루(睡仙樓)다.
수선루(睡仙樓)는 잠잘 수(睡) 자에 신선 선(仙) 자이며 다락 루(樓) 자다. 다락방 같이 높은 누정에서 신선처럼 편안하게 누워 잠을 잔다는 뜻이니 그야말로 신선놀음인 것이다. 그런 곳이 있다면 누군들 탐내지 않으랴. 누군들 그런 호의를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지 않으랴.
수선루(睡仙樓)는 조선 숙종 때인 1686년에 연안 송씨 4형제인 진유, 명유, 철유, 서유가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들을 위하여 지은 것이다. 그곳에서 시도 읊고 바둑도 두며 신선처럼 늙지 말고 오래오래 사시라고 지은 2층 누정이다. 누각과 정자를 겸한 이 누정에서 지내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이들 4형제가 이곳을 드나들며 몸과 마음을 수련했는데 목사 최계영이 이들 4형제가 이곳에서 지내는 모습이 옛날 중국의 네 신선의 모습과 같다 하여 수선루(睡仙樓)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한다.

수선루 앞에는 연안 송 씨 제각인 구산재가 있고 수선루 옆에는 연안 송씨 시조인 숙의공(肅毅公) 송경(宋卿)의 비가 있다.
연안 송 씨는 황해도 연안군의 연안을 본관으로 삼은 성씨이며 시조는 숙의공(肅毅公) 송경(宋卿)이다.
송경(宋卿)은 고려 공민왕 때 나라에 공을 세워 좌명공신(左命功臣)으로 공민왕 14년인 1365년에 벼슬이 판밀직사사(判密直司事) 겸 찬성사(贊成事)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권신 홍언박의 전횡을 탄핵하다가 그의 미움을 받아 한 때 파직되기도 했으나 중신(重臣) 김용의 반란을 평정하고 홍건적을 격퇴시킨 공으로 일등공신에 올랐다. 그 후 지밀직사사(知密直司事)를 거쳐 서북면체찰사(西北面體察使)를 지내고 추성익대보국동덕좌명공신(推誠翼戴輔國同德佐命功臣)으로 연안부원군(延安府院君)에 봉해졌다.
그 후 그의 아들 훈(勛)이 여러 관직을 거쳐 이조판서(吏曹判書)에 오르고 손자 광언이 대사성(大司成)에 이르러 연안군(延安郡)에 봉해지는 등 명문가의 기틀을 단단하게 다져갔다.
연안 송 씨 시조비와 함께 있는 ‘수선루 중건 및 관리사 개축’ 내력을 보면 이러한 글이 새겨져 있다.
“여기에 누각을 세운 지 320여 년의 세월이 흘러 풍마우습(風磨雨濕)으로 누정이 마모되고 붕괴되어 우리 종사원은 부끄러워 머리를 들 수 없어 중론을 모아 중수 및 개축하고자 하나 소요 재정이 난제로써 국비 지원 요청키로 하고 관계 기관에 누차 진언하여 3차에 걸쳐 국‧도‧군으로부터 1억 5천 일백만 원을 지원 받아 1998년 11월에 시공하고 2005년 11월에 준공 하게 되어 이를 후세에 남기고자 이 비를 기록한다.
2006년 3월 5일
24세손 종손 상진(常鎭) 외 종원(宗員) 일동”
그리고 거북 비석에는 연안 송씨 시조 숙의공(肅毅公) 송경(宋卿)에 대한 이력과 내력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공(公)의 휘(諱)는 경(卿)이요 초휘(初諱)는 경(璟)이니 천성이 심순하고 재주가 빼어났으며 효도가 지극하고 배움이 깊어 언제 어디서나 본보기가 되어 어느 사람도 감히 추종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 수선루(睡仙樓)는 고종 때인 1884년에 송석노와 송병선이 수선을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어떻게 벼랑 위에 여러 사람들이 쉴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만들어 누정을 지을 수 있었을까?
그것은 이 지역의 특이한 지질 때문이다. 마이산 줄기인 이 산은 마이산처럼 역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이다. 산의 표면은 타포니라고 불리는 커다란 구멍이 벌집처럼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갈과 모래와 진흙으로 이루어진 역암의 구성 물질에서 오랫동안 암석 속으로 물이 스며들어 암석의 결함이 약해지거나 겨울철에 암석 속으로 흘러들어 간 지하수가 얼면서 부피가 커졌다가 날이 풀리면서 녹는 작용이 반복되면서 역암을 구성했던 결합력이 약해진 것이다. 그로 인해 암석에 박혀 있던 돌이 떨어져 나오면서 크고 작은 구멍이 생긴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구멍이 커지고 구멍과 구멍이 서로 연결되어 더 큰 구멍이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타포니 현상을 이용하여 입구에 누정을 지어 꾸민 것이 진안 마령 좌포의 누정인 수선루(睡仙樓)인 것이다.
수선루(睡仙樓)는 현재 지방 유형문화재 16호(1975년)로 지정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