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시로의 초대 ) 채프먼의 호머를 처음 읽고서, 존 키츠

On First Looking Into Chapman's Homer, John Keats (1895-1921)

작성일 : 2022-03-14 08:34 수정일 : 2022-03-14 08:51 작성자 : 정석권 기자

On First Looking Into Chapman's Homer

John Keats (1895-1921)

 

Much have I travell'd in the realms of gold,

And many goodly states and kingdoms seen;

Round many western islands have I been

Which bards in fealty to Apollo hold.

 

Oft of one wide expanse had I been told

That deep-brow'd Homer ruled as his demesne;

Yet never did I breathe its pure serene

Till I heard Chapman speak out loud and bold.

 

Then I felt like some watcher of the skies

When a new planet swims into his ken;

Or like stout Cortez, when with eagle eyes

He star'd at the Pacific―and all his men

Look'd at each other with a wild surmise―

Silent upon a peak in Darien.

 

채프먼의 호머를 처음 읽고서

존 키츠

 

나는 황금의 영토를 많이 여행했고,

수많은 훌륭한 나라들과 왕국들을 보았지.

시인들이 아폴로 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많은 서쪽 섬들도 돌아다녔다네.

 

이마가 훤한 호머가 자신의 영토로 다스렸던

넓은 땅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들었지.

그러나 채프먼의 우렁차고 대담한 음성 들을 때까지는

그 땅의 순수한 공기를 맛보지 못했다네.

 

비로소 난 새로운 행성이 시야 속으로 헤엄쳐 오는 걸

발견한 하늘의 관측자와 같은 느낌이 들었지.

또는 독수리 같은 눈으로 태평양을 지켜보며,

그의 부하들 모두가 무수한 추측들로 서로를 바라볼 때,

다리엔의 봉우리에 말없이 서 있는

강건한 코르테즈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네.

-------------------------------------------------------------

 

  이 유명한 소네트는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가 스물한 살 때에 조지 채프먼(George Chapman)이 번역한 호머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빌려서 밤새워 읽고 다음 날 아침에 그 감격을 시로 표현한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대단한 집중력입니다. 물론 작품을 꼼꼼히 정독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감동이 덜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 시는 말하자면 일종의 독후감이며 동시에 새로운 시인의 탄생을 예고하는 선언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독서의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이 시는 입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태평양을 발견한 사람은 바스코 발보아(Vasco Balboa)이고, 코르테즈는 멕시코를 정복한 사람이기 때문에 역사적인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사실적 오류로 인해서 이 시의 예술적 가치가 상실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시가 훌륭한 것은 정확한 역사적 사실의 진위 여부가 아니라 그 감동의 깊이와 비유의 설득력에 있습니다. 14행의 짧은 시에서 독서는 “황금의 영토”로의 여행에 비유되고, 그 여행의 비유가 왕국의 다스림으로 확장됩니다. 독서를 통한 정신적 풍요로움이 물질적인 부유함이나 정치적인 권력과 비유되어 실제 세상의 가치와는 다른 가치를 지닌 세계가 “우렁차게 대담”하게 펼쳐집니다.

 

  이 시의 또 다른 특징은 자신의 약점을 성장과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당대의 영국에서 그리스 서적을 번역본으로 읽는 것은 크게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었는데도, 키츠는 그런 상황을 더 큰 자신감과 의지의 표현수단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키츠는 채프먼이 번역한 호머의 책을 읽은 감동을 새로운 행성을 발견한 천체 관측자나 새로운 대륙을 발견한 탐험가의 느낌에 비유하여 표현합니다. 얼핏 보기에는 서로 동떨어진 비유를 통해서 젊은 시인은 온갖 불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내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와 기개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우리의 현재 상황이 열악하더라도 독서를 통해서 정신세계가 새롭고 찬란하게 펼쳐질 수 있음을 이 시는 이야기합니다.

 

  일상에서 탈피하고, 새로움을 접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의미에서 독서와 여행은 비슷합니다. 키츠는 편지에서 독서를 통해 우리는 한 번의 삶에서 수 천 번의 삶을 살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건 여행을 통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독서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겪기도 하고, 여행을 통해 다른 장소들을 직접 가보기도 하면서 우리는 삶을 다양하고,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독서와 여행을 통해 우리의 삶을 새롭고 다양하게 하고, 또 여러 삶을 한꺼번에 살 수 있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내리는 축복일 것입니다.

그림: 김분임

리치몬드 해변 53.0 x 40.9 Watercolor on paper

 
정석권 기자 skcheong@jbnu.ac.kr
"정확하고 빠른 전라북도 소식으로 지역공동체의 건강한 내일을 위한 건강한 정보를 전달드리겠습니다."
저작권ⓒ '건강한 인터넷 신문' 헬스케어뉴스(http://www.hcnews.or.kr)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영미시로의_초대 #채프먼의_호머를_처음_읽고서 #존_키츠 #On_First_Looking_Into_Chapman'sHomer #John_Kea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