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감 해소부터 공기정화까지, 나에게 맞는 '반려식물 처방전'

작성일 : 2026-01-12 14:42 수정일 : 2026-01-12 16:26 작성자 : 김윤옥 기자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올해는 식물 키우기에 도전해보자"는 다짐과 함께 책상 한편에 작은 화분 하나를 들인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시들어가는 잎사귀를 보며 좌절한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지 않을까?

문제는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내 생활환경과 성향에 맞지 않는 식물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환경에 양지식물을 들였거나, 물 주기를 자주 잊어버리는 사람이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 식물을 키우려 했다면 실패는 예정된 수순이다.

 

2조 원 규모 반려식물 시장, 정신건강과 맞물려 급성장

반려식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2024년 성인 5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가 반려식물을 키우고 있으며 관련 산업 규모는 2조 4,21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장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심화한 정신건강 문제가 자리한다. 1인 가구 증가, 실내 생활시간 확대, 우울감과 외로움 호소 증가 등이 맞물리며, 식물은 단순한 인테리어 소품을 넘어 정서적 동반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질수록 선택의 폭도 넓어졌고, 그만큼 고민도 깊어졌다. 화원에 가면 수백 종의 식물이 있지만, "내게 맞는 식물이 뭘까?" 하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얻기는 쉽지 않다. 식물 관리 정보를 얻는 데도 한계가 있다.

5년간 연구 결과 바탕, 과학적 근거 갖춘 추천 시스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개발한 '반려식물 추천 서비스'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지난 5년간 반려식물의 우울감 개선, 외로움 해소 등 정서 안정 효과와 공기정화 등 기능적 효과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서비스는 MBTI 성격유형검사처럼 8가지 질문에 답하면, 32가지 '식물과의 반려 유형' 중 하나로 분류되고 228종의 식물 중 나에게 꼭 맞는 것을 추천받는 방식이다.

질문은 크게 두 범주로 나뉜다. 첫째는 식물에 기대하는 기능이다. 정서 안정을 원하는가, 공기정화 효과를 중시하는가, 실내장식 목적인가를 묻는다. 둘째는 개인의 생육 환경과 재배 경험이다. 햇빛은 얼마나 드는지, 물 주기를 자주 확인할 수 있는지, 식물 키우기가 처음인지 등을 파악한다.

정신건강 관리 도구로서의 가능성

반려식물의 정신건강 효과는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규칙적으로 물을 주고, 잎의 상태를 관찰하고, 햇빛 위치를 조절하는 등의 돌봄 행위는 일상에 구조를 만들어준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이러한 규칙적 루틴이 우울증과 불안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얻는 성취감은 자존감과 자기효능감 향상으로 이어진다. 약물이나 전문적 상담에 비해 접근성이 좋고 경제적 부담이 적어, 경증 우울감이나 일상적 스트레스 관리 차원에서 효과적인 비약물적 개입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원예치료(Horticultural Therapy)를 정신건강 치료 프로그램에 통합하고 있다. 노인 환자의 인지기능 유지, 만성질환자의 스트레스 관리, 정신과 환자의 사회적 기능 회복 등에서 긍정적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개인 맞춤화가 핵심, 환경과 성향 모두 고려

하지만 모든 식물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효과를 주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개인 맞춤화의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어 우울감 해소에 도움이 되고 따뜻한 느낌의 반려식물을 원하는 '성실한 식집사'에게는 베고니아, 벤자민 고무나무 등을 추천한다. 공기정화 효과가 있고 단정한 느낌의 반려식물을 선호하는 '은은한 식집사'에게는 율마 등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 접근법의 핵심은 '기능적 필요'와 '환경적 제약'을 동시에 고려한다는 점이다. 정서 안정을 원하지만, 햇빛이 부족한 환경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특정 식물군을 제안한다. 재배 경험이 없는 초보자에게는 관리가 쉬운 종을 우선 추천하여 실패 확률을 낮춘다.

각 추천 식물에 대해서는 생육 관리 정보도 함께 제공되어, 초보자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자료: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누리집 → 치유·도시농업 → 반려식물 추천 서비스

데이터 축적으로 근거 기반 웰니스 도구로 발전

농촌진흥청은 향후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추천 정확도를 높이고, 서비스 기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AI 기반 식물 건강 진단, 계절별 맞춤 관리 가이드, 커뮤니티 기능 추가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반려식물과 정신건강의 상관관계를 더욱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유형의 사람에게 어떤 식물이 가장 효과적인지, 얼마나 오랜 기간 돌봐야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등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다면, 반려식물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근거 기반 웰니스 도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김광진 과장은 "반려식물 추천 프로그램은 반려식물 선택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생활환경과 성향에 맞는 식물을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반려식물을 매개로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관련 산업 활성화를 지원하는 연구와 서비스를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의료진도 주목, 처방 도구로 활용 가능성

반려식물 추천 서비스 같은 표준화된 도구가 있다면, 의료진이 환자 개개인에게 적합한 원예 활동을 처방하기가 더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울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정서 안정' 기능에 특화된 식물을 추천하거나, 수면 문제가 있는 환자에게 공기정화 효과가 뛰어난 식물을 제안하는 식의 활용이 가능하다.

창가에 놓인 작은 화분 하나가 아침 루틴을 바꾼다. 물을 주고, 잎의 상태를 살피고, 햇빛 방향을 조절하는 몇 분의 시간이 하루에 숨 쉴 틈을 만들어준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고 살아있는 생명체와 교감하는 시간, 그것이 바로 반려식물이 주는 선물이다.

중요한 건 나에게 맞는 식물을 선택하는 것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누리집(www.nihhs.go.kr)에서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반려식물 추천 서비스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 서비스 이용 방법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홈페이지 → 치유·도시농업 → 반려식물 추천 서비스
(www.nihhs.go.kr)

 

 

 

 

김윤옥 기자 viator29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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