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추위를 뜻하는 절기 대한이 지나가고 있다. 한겨울 추위가 매서운 것은 당연하지만, 이 추위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질병관리청이 최근 5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한랭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1,914명 중 절반이 넘는 56%가 60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중 12.2%가 치매를 앓고 있었다는 점이다. 숫자로만 보면 234명이지만, 이는 추운 겨울날 집을 나선 채 돌아오지 못한 어르신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료: 질병관리청, 연령별 한랭질환자 추이
왜 고령층이 더 위험할까. 나이가 들면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젊은 사람은 추우면 금방 느끼고 몸을 움츠리며 따뜻한 곳을 찾지만, 어르신들은 추위를 인지하는 것 자체가 늦다. 특히 치매가 있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추운 줄도 모르고 얇은 옷차림으로 밖을 배회하다가 저체온증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젊은 층과 고령층이 겪는 한랭질환의 유형도 다르다. 20-30대는 주로 등산이나 스키 같은 야외활동 중 손가락이나 발가락에 동상을 입는다. 국소적인 손상이다. 반면 고령층은 전신의 체온이 떨어지는 저체온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저체온증은 동상보다 훨씬 위중한 상태다. 의식을 잃을 수 있고, 심장과 뇌 기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발생 장소를 보면 더 가슴이 아프다. 젊은 층은 산이나 스키장 같은 야외활동 장소에서 주로 다친다. 하지만 고령층은 다르다. 집 안이나 집 근처, 주거지 주변에서 한랭질환을 겪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동네 슈퍼에 다녀오는 길,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아침 산책을 하다가 쓰러지는 것이다. 멀리 떠난 것도 아닌데, 바로 우리 집 앞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날씨가 추운 날, 부모님이나 조부모님께 전화 한 통 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오늘 날씨 어때요? 밖에 나가실 거예요?"라고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이라면 이웃이나 관리사무소에 부탁해 안부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함께 사는 경우라면 더 세심해야 한다. 실내 온도를 18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외출할 때는 목도리와 모자, 장갑을 챙겨드렸는지 확인해야 한다. 치매가 있는 어르신이라면 혼자 외출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만약 밖에 나가셨다면 30분 이상 자리를 비우지 않았는지 수시로 확인이 필요하다.

자료: 질병관리청, 어르신 한랭질환 예방 건강수칙
한파특보가 내려진 날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도록 권하는 것도 가족의 몫이다. "날씨 풀리면 나가세요"라고 부드럽게 말씀드리면 대부분 이해해주신다. 만성질환이 있는 어르신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급격한 온도 변화는 혈압을 올리고 심뇌혈관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대한의 추위는 누구에게나 매섭지만, 우리 부모님과 조부모님에게는 더 가혹하다. 통계가 말해주는 건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가족의 얼굴이다. 이번 겨울, 어르신들의 방이 충분히 따뜻한지, 외출 준비는 제대로 하셨는지 한 번 더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작은 관심이 생명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