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의 남자 석장승과 여자 석장승

순창읍 충신리와 남계리 석장승

작성일 : 2022-04-01 19:40 수정일 : 2022-04-02 08:37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순창읍사무소 옆에 군민의 쉼터인 ‘녹색 나눔 숲’에는 남자와 여자 두 개의 석장승이 서 있다. 충신리에서 온 남자 석장승과 남계리에서 온 여자 석장승이다.

 

장승은 마을 또는 절 입구에 세운 나무나 돌로 만든 기둥으로 윗부분을 사람의 머리 모양으로 조각한 것을 말한다. 재질이 나무이면 목장승, 돌이면 석장승이라 부른다.

몸통에는 남자 장승에는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이라 쓰여 있고 여자 장승에는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이라고 쓰여 있다.

 

장승은 신라시대부터 제작되었으며 절이나 마을의 위치를 표시하거나 지역 간의 경계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또 마을에 질병이 퍼지거나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면 이것을 막아주는 일을 담당하기도 하여 마을 주민들의 불안한 마음과 근심걱정을 덜어주는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요즘은 장승을 자기 취향에 맞추어 여러 모양으로 만든다. 옛날 사람들이 보면 깜짝 놀랄 모양새다. 저렇게 우스꽝스러운 장승이 어떻게 마을을 지켜줄 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할 것 같다. 옛날 장승은 대부분 엄하고 무서운 모습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악귀가 무서워서 마을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충신리 석장승은 국가민속문화재 제101호로 지정되었으며 눈이 작고 눈썹이 뚜렷하여 남성 모습을 하고 있는데 미륵불과 성황대왕 상을 조합하여 조각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민속문화재 102호인 남계리 석장승은 얼굴의 양 볼에 곤지를 찍은 흔적이 있어 여성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장승의 오른쪽 눈은 아래를 내려다보는 부처님 눈맵시를 하고 있는 반면 왼쪽 눈은 위로 치켜뜬 모습으로 눈웃음을 짓는 듯한 맵시를 하고 있다. 이러한 눈은 미륵불과 성황당 각시 상을 조합하여 조각한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거의 비슷한 모양으로 보이나 자세히 보면 여러 가지 뜻을 포함하여 만들었다.

두 개의 장승은 해학적이면서도 깊은 혜안의 미소를 보이는 듯하며 이름다운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충신리와 남계리 석장승은 제작 연대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고려시대 후기로 추측된다.

 

충신리 석상과 남계리 석상은 본래 두 마을에 있었던 것을 순창군민을 위한 쉼터인 일품공원이 조성되면서 이곳으로 옮겨 왔다. 마을에서 선뜻 내주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고 오래 보존을 위한 결단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두 마을이 이웃이기는 하나 어떻게 한 마을의 석상은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고 다른 마을의 석상은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거기에는 필시 전해지지 않은 숨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남계리에서 충신리로 시집을 간 여인이 시부모님과 남편을 잘 모시고 자녀들을 잘 길러 동네의 모범이 되었으리라 짐작된다. 이 여인의 칭송이 자자해지자 충신리 쪽에서 고맙다는 표시로 여인의 석장승을 만들어 주었을 것 같다. 이에 남계리 쪽에서도 답례로 충신리에 남자의 석장승을 만들어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장승은 곳곳에 있다. 그러나 나무로 만든 것은 세월이 흐르면서 썩어 없어지고 돌로 만든 것만 남아 있었던 것이다.

 

 

순창군 복흥면에서는 장승축제가 열린다. 순창에서 정읍으로 넘어가는 추령에서 해마다 열리는 ‘추령장승축제’는 1995년부터 시작되었으며 500여 기가 넘는 각기 다른 모습을 한 장승들이 전시된다. 거기에 덧붙여 풍물놀이, 가수공연, 장승시화전, 사진전시회, 야생화전시회를 비롯하여 갖가지 행사가 열리며 장승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과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에 대하여 여권을 강력히 주장하는 여자들이 아직까지 아무 말이 없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지상여장군(地上女將軍)이라고 써야 할 것 같다. 천하대장군이나 지상여장군은 결국 같은 말이 되기 때문이다.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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