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은 더 이상 특정 연령대나 운동선수의 영양소가 아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면역력 저하, 근감소증이 겹치는 시대가 되면서 단백질은 건강수명을 지키는 핵심 자원이 되었다. 단백질 섭취가 충분하지 않으면 노쇠가 빨라지고, 면역 반응이 저하되며, 회복과 상처 치유 속도도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사회에 진입한 나라 중 하나다. 향후 10~20년을 고려하면 단백질은 의료·요양·영양·공공보건 영역에서 필수 인프라로 다뤄야 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단백질의 ‘공급 방식’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단백질 공급은 축산 중심이었지만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식물성 단백 식품이 새로운 축으로 등장했다. 여기에 글루텐 민감성·장 건강·염증 등 건강 요인까지 얹히며 식물성 단백 식품은 단순한 ‘대체 식품’이 아닌 건강과 기후 전환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식물성 단백의 핵심 원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왔다. 분리대두단백(SPI)과 식물조직 단백(TVP) 등 대체 단백 소재는 사실상 해외 공급망에 기반한 산업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식품 수입이 아니라 건강·산업·농업·기후·식품 안보가 얽힌 종합 의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섭식의 문제가 공공보건과 식품 주권의 문제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국산 콩을 활용한 글루텐-프리 식물조직 단백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술은 수입 분리대두단백이나 글루텐을 섞지 않고 국산 탈지 대두와 쌀가루로 고수분 식물조직 단백을 만드는 방식으로, 식감과 섬유조직이 개선된 시제품 3종이 실증되었다. 서울·수도권과 전북권 소비자 152명을 대상으로 한 기호도 평가에서도 맛·조직감·전반적 기호도에서 긍정적 반응이 확인되며 식물성 단백 식품의 국산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기술은 농업기술이나 신제품 개발 차원이 아니라 건강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첫째, 국산 콩 기반 식물성 단백은 고령사회를 대비한 건강 자원이다. 근감소증 예방과 단백질 섭취는 노쇠 지연 전략의 필수 요소이며, 장 건강·면역·염증 등 글루텐-프리 식단의 혜택이 중첩될 수 있다. 둘째, 국산화는 식품 주권과 안전성 문제를 다룬다. 건강을 위한 식단을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는 구조는 가격·공급·정책·기후 리스크를 동시에 갖는다. 셋째, 식물성 단백의 기술 내재화는 기후 전환 시대의 산업 전략이기도 하다. 탄소·수자원·토지 효율을 고려하면 단백질 공급은 축산·농업·식품 산업을 재편하는 주요 의제가 된다.
정책적 관점에서도 단백질을 다룰 방식이 바뀌고 있다. 단백질은 이제 식품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의료·영양·요양·공공보건 분야에서는 단백질 섭취가 질병 예방과 기능 유지에 직결되는 요소로 다뤄지고, 산업·농업 분야에서는 국산 소재 확보와 기술 내재화가 핵심 의제로 떠오른다. 기후·탄소·ESG 측면에서는 식물성 단백이 축산을 대체하는 ‘윤리적 소비’에서 ‘전환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단백질을 건강 인프라로 다루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단백질 섭취 기준·고령층 영양 가이드라인·의료 영양 프로그램·급식 정책·농정·산업 정책·식품 안전·공급망 전략 등이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국산 콩 기반 식물성 단백 기술은 이 연결의 출발점이다. 기술이 생겼다면 이제 정책과 산업이 따라가야 한다.
건강 인프라는 도로와 전기만이 아니다. 건강수명을 지키는 영양·식단·원료·기술·공급망도 인프라다. 단백질은 고령의 한국 사회에서 핵심 자원이다. 단백질을 더 늦게 다루기에는 우리의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