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이 깊어지는 공부란?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

작성일 : 2022-04-07 23:53 수정일 : 2022-04-08 08:45 작성자 : 김윤옥 기자

논어(論語)·위정 편(爲政篇)에는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라는 평생 동안 깊이 새겨야 할 삶의 자세가 실려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뜻이다. 칸트의 '내용 없는 사상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라는 문장과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올바른 배움의 과정은 지식을 배우는 학(學)의 단계와 입력된 내용에 경험이나 판단 등을 더하여 주관적으로 내면화하는 사(思)의 단계를 거쳐 이를 몸에 익히는 습(習)의 단계로 이어진다. 그런데 학이불사(學而不思) 즉, 어떤 정보나 지식을 받아들이기만 하고 이를 내면의 사고 과정을 거쳐 나의 것으로 체화하지 못하면 오히려 혼란스럽고 맹신에 빠지게 되는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한다. 반대로 사이 불학(思而不學) 즉, 외부의 객관적 사실과의 비교나 검토가 없는 나만의 판단이나 사고는 근거가 부족하거나 독단에 빠지기 쉬워 자신은 물론 주변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배움과 사고(思考)를 함께해야 한다는 학문의 자세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로 공자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공자는 양자(養子)로부터 거문고를 배우며 열흘 동안 한 곡만 계속 탔다. 

양자: “이제 신곡을 타도 되겠다.” 

공자: “저는 이 곡을 탈 줄만 알지, 기법은 아직 장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 양자가 말했다. 

양자: “이제 기법을 장악했으니 신곡을 배워도 되겠다.” 

공자: “저는 아직 이 곡의 운치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또 며칠이 흘렀다.

양자: “너는 이미 이 곡의 운치를 잘 깨달았다. 신곡을 배우거라.” 

공자: “저는 이 곡을 쓴 작곡가의 인품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또다시 며칠이 흐른 뒤 새로운 경지에 들어선 공자는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공자는 때로는 경건한 표정으로 숙연해지고 또 때로는 깊은 사색에 잠겼다가 머리를 들어 저 멀리 바라보며 심오한 뜻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러던 공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공자: “그가 누구인지 이제 알겠습니다. 살색이 검고 몸집이 우람지며 눈빛이 깊어 보이는 그 사람은 세상 제후들을 지배하는 왕인 듯합니다. 주문왕(周文王) 말고는 누가 이런 곡을 만들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양자가 깜짝 놀라며 공자에게 예를 갖추었다.

양자:  “그래! 나의 스승님이 이 곡의 이름이 왕 조(文王操)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자는 배움과 생각을 함께해야 진정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여겼다. 

 

배우기만 하고 스스로 사색하지 않으면 학문의 체계가 없고, 사색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오류나 독단에 빠질 위험이 있다. 생각하는 과정은 배운 바를 내면화하는 과정으로 지식이 지혜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반면 배움 없이 생각만 한다면 객관성이나 보편타당성을 잃기 쉬워 독단에 빠지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지혜로운 삶은 지식과는 분리되어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지식을 쌓아만 두고 꺼내어 쓸 수 없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을 것이다. 수많은 지식을 받아들여도 깊은 헤아림의 과정이 없이는 진정한 학습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필자도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의 자세를 삶에 깊이 새기고자 배우고 깊이 생각하고 몸에 익히려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어떤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이 깊어지는 공부를 하자. 이렇게  쌓인 지식과 지혜는 우리의 삶을 더욱더 풍요롭게 가꾸어 갈 것이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學(배울 학) 배움
而(말이을 이) 승접 접속사(앞말을 받아 뒷말을 연결함)
不(아닐 불) ~않다. 思(생각 사)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
則(곧 즉) ‘~면’ 가정 접속사(전제조건의 문구(學而不思)와 결과(罔)를 가정하여 접속함)
罔(그물망/없을 망) 멍한 상태. 없는 상태
殆(위태할 태) 위태롭다. 형세가 마음을 놓을 수 없을 만큼 위험하다

 

 

김윤옥 기자 viator29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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