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에 대한 효심이 일구어낸 투구봉 꽃동산

초록바위 영혼들의 혼이 서린 붉은 꽃

작성일 : 2022-04-28 19:21 수정일 : 2022-04-29 08:54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사방이 철쭉 천지다.

동서남북 어디를 보나 철쭉이 피어 있지 않은 곳은 없다.

그렇다고 철쭉을 보러 안 갈 수도 없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철쭉산은 금방 가기에는 멀다. 같은 전라북도지만 바래봉을 찾아가려면 하루 품을 팔아야 한다.

 

전주 시민이라면 금방 갔다가 올 수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그곳이 바로 완산칠봉 옆에 있는 곤지산 투구봉 꽃동산이다.

흔히들 완산칠봉 꽃동산이라 하는데 이 산은 완산칠봉이 아니다. 산이란 아무리 작아도 가다가 줄기가 끊어지면 이름이 달라진다. 이 산은 완산칠봉과 줄기가 이어지지 않고 중간에서 끊어진 독립된 곤지산이다.

 

곤지산은 예로부터 전주의 남쪽을 수호하는 산이었다. 북쪽의 건지산과 대비되는 산이다. 더 남쪽에 남고산이 있기는 하지만 여기는 너무 멀다. 전주의 성안을 굽어보며 지키는 산이 곤지산이다. 모양이 군인들이 전투에서 사용하는 투구와 같다 하여 투구봉이라고도 하고 색깔이 파랗다 하여 초록바위라고도 한다. 초록바위에는 벼락이 많이 떨어져 벼락바위라고도 한다. 바위의 성분이 철광석이어서 벼락이 자주 내렸던 것이다. 그 철의 성분이 빗물에 녹아 파랗게 녹이 슬어서 초록바위라 불렀다.

 

곤지산 투구봉이 꽃동산이 된 것은 선친에 대한 지극한 효심의 발로였다.

1944년생인 이 근방에 살고 있던 김영섭 씨선친이 잠들어 있는 산소 부근을 곱게 단장하기 위하여 꽃나무를 심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벚나무, 철쭉, 백일홍, 단풍나무 등 1,500여 그루를 식재했다. 그러다 보니 점차 꽃나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봉급생활자였던 그는 생활비를 쪼개어 나무를 사다 심다 보니 생활도 어려워졌지만 계속하여 나무를 심어나갔다. 어느 정도 꽃동산이 이루어지자 이를 욕심내어 팔라는 사람들의 유혹이 있었지만 선친을 위한 효심에서 시작된 만큼 이를 거절하였다.

 

그러다가 2009년 전주시에서 시민들을 위하여 공원화하겠다고 하여 이를 매매하게 되었다. 전주시에서는 여기에 각종 꽃나무를 추가로 식재하고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는 정자와 파고라, 산책로 등의 편의 시설을 하여 2010년 4월부터 시민들에게 개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또 하나 이 곤지산 투구봉이 간직하고 있는 깊은 의미가 있다.

이 산에는 초록바위가 있다. 그 초록바위 아래 전주천이 흐르는 지점이 조선시대 죄수들의 목을 치는 사형장이었다. 시퍼런 칼날을 들고 있는 날라리가 칼춤을 추던 곳이었다. 여기에서 잘린 목은 긴 장대에 올려 남문 밖에 세워두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게 하였다.

그래서 초록바위에는 원한 서린 혼들이 많다.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며 통곡을 해대어서 조용히 하라고 하늘에서 야단치는 소리가 천둥소리요 벼락 치는 소리라는 것이다.

 

동학란 때의 수많은 동학군과 정여립 역모사건 때의 억울하게 얽힌 사람들과 천주교 박해 때에 연루된 사람들이 이곳에서 날라리의 칼날에 목을 날렸다. 그 영혼들의 혼이 서린 꽃이어서 이렇게 색깔이 진한 것인가. 서럽도록 곱기도 하다.

 

벚꽃은 진지 오래 되었지만 겹사꾸라라고 하는 겹벚꽃이 한창이다. 그리고 이제 철쭉이 온 산을 덮었다. 분홍색의 벚꽃과 빨간색의 철쭉이 주변의 신록과 함께 화려한 봄동산을 이루었다.

이 꽃들이 지고 나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꽃들이 지기 전에 한 번쯤 다녀갈 일이다. 야간에도 꽃구경은 가능하다. 어쩌면 불빛 아래에서 보는 투구봉 꽃동산의 풍경은 색다른 감흥을 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하여 개방을 금지하다가 모처럼 활짝 개방하게 되었으니 전주 시민이라면 한 번쯤은 와 봄직하다.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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