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고산에서 대간선 수로 타고 온 물
“어려운 질문 한 가지요?”
이건 보나 마나 못 맞출 문제다.
“군산에 큰 저수지 4개가 있는데 저수지 모두가 주변에 산이 없어요. 그럼 그 저수지 물은 어디서 나올까요?”
“그럼 나도 틀린 답 하나, 땅에서 솟아난다.”
“땡! 그래서 오늘 취재 여행은 고산으로 갑니다. 군산 저수지의 수원지를 찾아서요.”
나를 만나면 꼭 어려운 질문을 한 가지씩 만들어 가지고 오는 그는 재야 인문사학자 천판욱 선생님이다.
군산에 있는 저수지의 수원지가 고산이란다. 그 저수지가 생긴 지가 백 년 이 되었는데 그때부터 고산에서 군산까지 계속 물이 흘러 내려갔다는 것인가?
우리가 찾아간 곳은 완주군 고산면 어우리 마을 앞 냇물인 고산천의 보.
물이 콸콸 보를 넘쳐 흘러가고 있다. 이곳은 대아댐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경천댐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운주 쪽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와 합하여 큰 내를 이루는 곳이다.
어우리보는 물을 가두어 두는 곳이라기보다는 잠시 머물다 가게 하는 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물을 보에 가두어 두지 않고 아래로 다 내려 보내고 있다.
여기가 군산에 있는 저수지들의 수원지란다. 그럼 여기에서부터 땅속으로 굴을 뚫어 수로를 통하여 군산까지 간다는 말인가?
“여기에서 꼭 보아야 할 중요한 곳이 있습니다.”
천 선생이 안내하는 곳은 전주-운주 간 도로 아래였다. 그가 가리키는 도로 밑에 수로가 하나 있다. 그곳을 통하여 물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도로를 따라 난 수로를 따라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이것이지요. 이 수로가 군산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이럴 수가? 이 수로가 군산까지 간다니 놀랄 일이다.
이 수로는 전주-군산 간 백 리 벚꽃길을 따라 흐른단다. 이름 하여 만경강 ‘대간선 수로’라 부른단다. 가다가 다른 냇물을 만나면 합쳐지지 않고 그 아래를 뚫고 지나가는 잠관함이 설치되어 있단다.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어우리 마을 앞의 보.
그 옆으로 새어나오는 물줄기 하나. 그것이 군산까지 가는 대간선 수로의 시작점이란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소중하기도 하다. 비록 일본 사람들이 호남평야의 쌀을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조선 사람들을 시켜서 만든 수로이기는 하지만 소중한 수로다.
이 수로를 이용하여 1923년 옥구저수지를 만들었다. 옥구 들판은 1914년 바다를 막아 논으로 개척한 땅이다. 이 사업을 불이흥업주식회사가 주관을 했다. 후지이간따로가 운영하는 농장이었다. 그는 옥구 갯벌 간척지를 개발하면서 완주 대아 저수지를 축조했다.
1922년 대아저수지를 만들고 그 물을 대간선 수로를 이용해 옥구 저수지까지 채운 것이다. 옥구저수지 외에 옥산저수지, 은파저수지, 옥녀저수지도 고산에서 물을 끌어다 채운 저수지다. 옥산과 은파저수지는 제방이 없는 미제 저수지다. 필요한 만큼만 품어 올리면 되니까 물을 흘려보낼 필요가 없으니 제방이 필요 없는 것이다.
계화도 갯벌을 막아 논으로 개척할 때는 임실의 옥정호에서 섬진강물을 끌어다 썼다. 김제 한 복판에 있는 두악산 저수지도 섬진강물을 끌어다 채운 인공호수다.
일본은 한국을 점령하자마자 김제 만경 너른 들판에서 나는 질 좋은 쌀을 욕심내어 빼앗아가려고 갖가지 수단을 다 부렸다. 그것이 대간선 수로로 남은 것이다.
고산의 어우리에서 시작하여 만경강을 따라 함께 흘러가고 있는 대간선 수로는 또 하나의 숨어 있는 강줄기임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