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감상 후에 무엇이 남는다는 것인가
기린미술관은 전주 한복판인 객사 부근 젊은이의 거리에 있는 미술관이다. 젊은이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붐비는 복판에 상가로 내놓아도 수입이 상당할 터인데 건물 3층 전체를 미술관으로 쓰고 있다.
미술에 대한 열정이 어지간해서는 엄두를 못 낼 결단이다.
그러기에 여기에서 열리는 전시는 그만큼 격이 높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기린미술관은 특별히 “기린미술관 소장전”을 열고 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열린 기린미술관 소장전
세 개의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회는 전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 작가의 작품이 무려 60여 편이나 전시되어 있다.
이런 기회도 흔한 일은 아니다.
작가도 다양하고 작품도 다양하고 크기도 기법도 다양하다.
한 번의 발길로 많은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는 일거양득이다.

기린미술관 소장품 전시에서는 전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품 가운데는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도 있고 활동을 쉬고 있는 원로작가도 있다. 다시 만나보기 어려운 작가도 있다.
작품을 그렸던 계절도 다양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있고 산도 있고 강도 있고 바다도 있다.
풍경화도 있고 정물화도 있으며 동양화, 추상화, 서예 작품도 있다.
씨 뿌리는 나이 든 여인도 있고 의자에 점잖게 책을 들고 앉아 있는 중년의 여인도 있으며 짧은 저고리 아래로 젖가슴을 반쯤 드러내어 젖꼭지가 보일락 말락 한 젊은 여인이 있는가 하면 아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의 여인도 있다.

이번 번시회에서는 시대별, 세대별 여인들도 만날 수 있다.
이번 “기린미술관 소장전”을 감상하는 사람은 조급한 마음을 가진 자나, 바쁜 사람보다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적격이다. 천천히 여유 있게 그림을 감상해야 제맛이 난다.
전시 작품 사이의 공간에 쓰여있는 문구도 전시를 돕는다.
“우리는 무엇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무엇이 남았는지를 보러 왔습니다.”
“시간은 모든 것을 데려가지만 의미만은 남겨 둡니다.”
“이 전시가 끝나도 당신의 시간은 계속됩니다.”

장르별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전시장에 들어왔던 사람도 이 문구 앞에서는 잠시 자기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이 전시 작품을 감상하고 내 안에 무엇이 남아 있는가?”
“어떤 의미를 남겨두었는가?”
“나의 어떤 시간이 계속된다는 것일까?”
이 문구 앞에서 나가려던 발길을 다시 전시장으로 돌리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작품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전시 작품 감상 후 내 마음에 무엇이 남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내 마음에 남길 그것이 무엇인가?
무엇을 계속 남길까?
그래서 감상의 농도가 짙어지고 어떤 의미를 가슴에 새겨 넣는다.
그래서 전시장을 나와서도 전시장의 여운이 길다.
이번 “기린미술관 소장전”은 3월 18일(수)까지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