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 해월암을 찾아서

유년시절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

작성일 : 2022-05-20 12:37 수정일 : 2022-05-20 14:16 작성자 : 이용만 기자

 

 

봄이 오면 오수 서쪽에 위치한 저라산 아래 산자락에 자리 잡은 해월암에는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오른다. 한 곳에 수북하게 피어 있어서 먼 곳에서도 금방 눈에 띈다.

그 곳에 해월암(海月巖)이 있다.

 

네 고향이 이곳에서 30리 떨어진 임실군 삼계면 봉현리 숙호 부락이다. 어머니를 따라 오수장에 올 때마다 나무가 욱어진 곳에 자리한 해월암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한 번도 가보지 못하였다.

 

그래서 오늘은 작정을 하고 해월암을 찾았다.

오수에서 순창으로 나가는 길목에 오수천을 건너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한다. 지금은 2차선 큰 다리가 있지만 전에는 난간도 없는 낮은 다리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 다리를 ‘멍청이 다리’라고 불렀다. 갑자기 비가 와서 물이 불어나면 다리 위로 물이넘쳐 바지가랑이를 걷고 건너야 했다.

다리 건너에서 오수초등학교를 다녔던 대명리 아이들은 갑자기 비가 많이 쏟아지면 공부를 하다 말고 얼른 책보를 싸서 물이 불기 전에 멍청이 다리를 건너 집으로 갔다고 한다. 그것이 부러웠다는 사람도 있다. 

 

다리를 건너 대명리 마을을 지나 오수천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저라산 아래에 닿게 되고 해월암을 향한 산길이 나 있다. 산길 양쪽으로는 숲이 울창하고 새들의 울음소리도 들린다.

잠시 후에 도착한 해월암은 암자치고는 넓은 곳이다.

 

해월암은 임실군 오수면 대명리에 자리 잡고 있는 암자이며 공민왕 원년인 1352년 해경대사와 월산대사가 함께 창건한 암자다. 그래서 두 사람의 첫 자를 따서 해월암이라 부른다고 한다.

혹은 조선 태조 5년인 1396년에 무학대사가 창건하였다는 설도 있다.

그 후 명종 11년인 1556년 7월에 남원부사가 중건을 하였으며, 영조 23년인 1747년에 5월에는 거사 양정봉이 중수하였고, 철종 9년인 1858년에도 중수를 하였으며, 1915년에 봉인이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해월암은 1989년 2월 25일에 법당에 소장 중이던 지장보살과 관세음 불상을 도난당하기도 하였다.

해월암은 대한불교 조계종 24교구, 선운사의 말사이다.

본전인 인법당(因法堂)을 비롯하여 승려들이 거처하는 요사채와 종각, 칠성각 등이 있다.

본전인 인법당은 한쪽 지붕은 옆면에서 보면 여덟 팔자인 팔작지붕이고 다른 한쪽은 사다리꼴 모양인 맞배지붕으로 만들어져 있다.

현재 해월암은 전라북도 문화재 자료 24호로 지정되어 있다.

 

 

사방을 둘러보고 있는데 스님이 산 위에서 내려오고 있다. 산책이라도 나갔다 오는 모양이다. 어디에서 왔느냐 묻는다. 고개를 들어 스님을 바라보았더니 여승이다. 키도 크고 몸매도 좋다. 얼굴도 참 예쁘다.

삼계에서 왔다 대답을 하고 물어보았다.

“이 암자가 선운사 말사라 쓰여 있는데 말사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요?”

“말사라는 말은 그 지역의 중심이 되는 큰 절에서 갈라져 나온 절이거나 본사에 소속된 절로써 본사의 관리를 받고 있는 절을 말합니다.”

“그런데 가까이 금산사 등의 큰 절이 있는데 왜 멀리 떨어져 있는 고창의 선운사 말사라 할까요?”

“말사는 거리가 가깝고 멀고는 상관이 없습니다. 같은 소속의 절이면 말사가 됩니다. 잘 둘러보고 가십시오.”

 

그리곤 거처로 들어간다. 해월암 마당의 벤치에 앉아 있는 내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상상이 나래를 편다. 저만한 몸매와 인물이면 속세에서 살아도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절로 들어올 이유가 무엇일까? 어떤 말 못할 사연이 있어서 지금 저렇게 작은 암자에 와 있을까? 어쩌면 첫사랑 그 사람이 먼 세상으로 가버렸을지도 몰라. 아니면 첫사랑 그 사람이 언약을 깨고 깊은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르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버린 이유도 석연찮아.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사연을 캐물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도 또 사연을 물어볼까 봐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려 보니 해가 산 위로 기울었다. 사방을 돌아보니 적막하다. 아까 그 여승은 한 번 들어가더니 나올 생각을 않는다. 좌선에 들어간 모양이다.

 

어려서부터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던 오수의 해월암.

그 암자 마당에서 나도 잠시 명상에 잠겨 보는 기회를 가졌으니 오랜만에 이곳을 찾아온 값은 하고 가는 것 같다.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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