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깜빡하는 건 나이일까, 뇌의 신호일까

건망증과 치매 사이, 기억의 과학

작성일 : 2026-03-13 16:24 수정일 : 2026-03-16 08:53 작성자 : 한송 기자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한다. 방에 들어와서 내가 왜 왔지?” 하고 잠시 멈칫하거나, 분명히 아는 사람의 이름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는 순간 말이다. 특히 중년 이후 이런 일이 잦아지면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한다. 혹시 치매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경우 이런 현상은 치매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뇌의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건망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문제는 건망증과 치매가 겉으로 보기에 비슷해 보여 많은 사람들이 혼동한다는 점이다.

 

건망증은 기억의 저장이 아니라 인출 과정에서 잠시 문제가 생기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잠시 잊어버리거나, 아는 단어가 금방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거나 힌트를 떠올리면 다시 기억이 돌아오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치매는 기억 자체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방금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는 수준을 넘어, 물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또한 시간과 장소에 대한 감각이 흐려지고 일상생활 능력이 점차 떨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약해지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뇌 역시 신체의 다른 기관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변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와 전두엽의 기능이 조금씩 감소하고, 뇌세포 사이의 연결을 담당하는 시냅스의 활동도 예전보다 느려진다. 그 결과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기억을 떠올리는 속도가 이전보다 느려질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뇌가 평생 변화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신경과학에서는 이를 뇌 가소성이라고 부른다. 뇌는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경험과 자극을 통해 신경 연결을 만들고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규칙적인 운동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걷기와 같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뇌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기능을 돕는다. 충분한 수면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면 중에는 낮 동안 들어온 정보가 정리되고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는 과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계 역시 뇌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과의 대화와 교류는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활동이다. 새로운 취미를 배우거나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뇌의 신경 연결을 활성화하는 좋은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기억력은 단순히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몸의 근육이 사용하지 않으면 약해지듯이, 뇌 역시 자극이 줄어들면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깜빡깜빡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뇌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삶의 방식이다. 일상의 작은 활동과 호기심, 새로운 경험들이 모여 우리의 기억을 지키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한송 기자 borianna@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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