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읍내를 가로지르는 경천과 양지천의 정자들

동네마다 굽이마다 정자 가득한 냇가

작성일 : 2022-06-02 05:11 수정일 : 2022-06-02 08:45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순창은 예로부터 고추장으로 유명하다. 고추장이나 된장은 오래 묵을수록 맛이 좋아진다. 고추장이 오래 묵으려면 부잣집이어야 한다. 가난한 집은 묵혀서 먹을 여유가 없다. 순창 고추장이 유명해진 것은 순창에 부자들이 많이 살았다는 증거다.

 

먹을 것이 여유가 있으면 풍류를 즐긴다. 풍류와 관련이 깊은 것이 정자다. 정자가 있는 곳에 시가 있고 음악이 있다. 정자가 많다는 것은 마을 사람들이 살기가 넉넉하고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순창에는 강가에 정자가 많기로 유명하다. 순창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경천 둑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양지천에는 여러 개의 정자가 있다. 정자의 규모도 큰 것과 작은 것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다소는 덥게 느껴지는 초여름 날에 가로수가 욱어진 순창의 경천(鏡川) 둑길을 걸어본다는 것은 또 하나의 멋이요 풍류다.

경천(鏡川)은 글자 그대로 거울같이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른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깨끗하고 맑은 물이 흐른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렇게 거울같이 맑고 깨끗한 물이 흘렀던 것은 아니다.

 

2000년 4월 24일부터 2001년 12월 31일에 펼쳤던 익산지방 국토관리청에서 시행하고 유한회사 신신토건이 시공했던 “경천 시범 하천 환경 정비 공사”를 한 후부터다.

 

총사업비 226억 원을 투입하여 5.2km에 달하는 하천을 정비하고 교량을 연장하였으며 건곡교 재가설을 하고 자전거 길을 개설하였다. 그중에서도 교화교가 일품이다. 교화교는 순창읍 교성리와 순화리의 합성어다.

 

경천의 냇가에 서면 넓게 펼쳐진 냇가의 풍경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상큼하고 싱싱한 나무 잎들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는 가로수 아래를 걷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초여름 멋이다.

 

경천을 따라 걷는 것은 남쪽 옥천교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거기에서부터 천변으로 나 있는 경천로를 따라 교화교, 경천교를 지나며  동쪽으로 냇물을 따라 함께 흘러가는 것이다.

물론 둑 아래로도 산책길이 나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그늘도 없고 정자도 없다. 겨울이나 늦가을 따스한 햇볕이 그리울 때 걸어야 할 길이다.

그보다는 둑 위의 길이 훨씬 시원하고 멋스럽다.

 

잘 정비된 경천 둑길을 걷다 보면 순창과 잘 어울리는 장수정(長壽亭)이 금방 나온다. 사람만 장수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들도 장수를 하나보다. 둑 안길에 커다란 나무가 있고 나무 아래 보호수라는 안내판이 있다.

수령 400여 년으로 추정되는 보호수 느티나무는 순창읍 남계리 703번지 할머니 노인당 앞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나무가 서 있는 이곳은 백제시대부터 1962년까지 ‘빙덕거리’라고 불려왔는데 마을 이름이 금산과 같이 생겼고 마을 사람들 마음씨 역시 비단결 같이 고와서 금덕이라 불리었다 한다. 그래서 마을 중앙에 서 있는 이 느티나무 아래에서 음력 정월 대보름이면 당산제를 지내 마을의 안녕을 빈다고 한다. 전에는 이곳까지 배가 들어왔고 이 나무는 배를 매어두던 나무였다 한다.

 

조금 더 걷다보면 경천정(鏡川亭)이 나온다. 이름이 붙은 정자는 큰 정자다.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어서 감히 신발을 벗지 않고는 오를 수가 없다. 그리고 그보다 작은 정자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그야말로 동네마다 하나씩이요 굽이마다 하나씩이다. 이러한 정자들이 주욱 계속된다.

 

경천둑을 따라 걸어가노라면 읍내 끝부분에 큰 냇물인 경천과 마주쳐 흘러들어오는 양지천이 나온다. 양지천은 작은 냇가다. 그러나 정자의 수는 더 많다. 정자와 정자의 사이가 더 좁혀진다. 양지천을 따라 난 길이 양지길이다. 

 

 

양지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다 보면 양지정이 나오고 계속하여 여러 개의 정자가 나온다. 순창읍내에 사는 사람들은 복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정자가 많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 정자는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순창읍 행정복지센터가 나오고 읍사무소 옆에는 커다란 공원이 펼쳐져 있다. 이름 하여 일품공원이다. 이곳은 순창군에서 의도적으로 만든 공원이다.

 

특기할만한 것은 거기 서 있는 수령 100년에서 200년 수령의 나무들이 순창의 각지에서 자라고 있던 나무들이라는 것이다. 공원을 조성하면서 희사를 받은 것이다.

나무의 수종도 소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석류나무 등 여러 종이고, 나무가 온 곳도 수정, 구림, 금과, 팔덕 등 여러 곳이다.

 

이곳 일품공원에는 순창읍의 주요 기관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순창읍 행정복지센터를 비롯하여 순창 문화원, 청소년 수련관, 향토회관, 여성회관, 장애인체육관, 어린이 장난감 도서관 등이 있어 순창의 문화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요즘처럼 더위가 시작되고 있는 초여름에 시원한 정자에 앉아 넓고 푸른 경천 풍경을 바라보는 순창 사람들은 그래서 행복한 사람들이다.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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