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신평 상가 윷판형 암각화 유적지
암각화(巖刻畫)란 글자 그대로 바위에 새겨놓은 그림이다.
문자가 없던 원시시대의 표현 방법으로 주로 선사시대의 벽 예술품으로 남아 있다. 암각화는 동굴 벽화와 함께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고 우리나라에도 곳곳에 있다.
그런 암각화가 전라북도에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임실군 신평면 가덕리 산 32번지에 자리 잡고 있는 전라북도 기념물 제133호인 ‘상가 윷판형 암각화 유적’이다. 암각화가 윷판을 그려 놓은 것이어서 윷판형이라 하고 상가는 가덕리의 윗동네를 의미한다.
이곳을 찾아가려면 전주에서 출발하여 관촌을 지나 관촌역에서 우회전하여 신평에서 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좁은 농로를 따라 가야 하기 때문에 운전에 조심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취재하는데 발품을 덜 팔게 하려고 상가마을 골목까지 올라가서 자동차 꽁무니를 긁히고는 ‘지난번 금산 수류성당에서 앞쪽을 긁혔으니 이번에 뒤쪽 긁히는 것은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라 괜찮은 일’이라는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말을 하는 재야 인문 사학자 천판욱 선생님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차를 멀찍이 세우고 걸어가야 한다.
하긴 상가 윷판형 암각화가 있는 곳이 옛날에도 걸어서 올라가던 산길이었으니 그때 분위기에 맞게 걸어서 가는 것도 좋으리라.
상가 윷판형 암각화는 정자나무가 욱어진 바위 위에 그려져 있다. 그림이 옛사람들이 놀이하던 윷판이고 고누다. 한두 개가 아니고 여러 개다. 떨어져 있는 나뭇잎을 치우면 여기저기 윷판들이 나온다. 완전하게 형태를 알 수 있는 윷판 암각화가 23점이고 완전하지 않고 형태를 알아볼 수 있는 윷판형 그림이 16점이 있다. 그리고 고누판 1점과 선각 표현 2점 등이 있다. 모두 합하여 구멍 수가 90여 개에 달한다.
이 상가 윷판형 암각화가 더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암각화의 한가운데 북두칠성이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하늘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농경시대에는 하늘이 도와야 풍년이 왔다. 그래서 천체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이것은 국내 최대의 윷판형 암각화인 것이다. 이것은 고인돌이나 왕조 시대의 건축물의 주춧돌, 산의 정상부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아 중심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상가 윷판형 암각화는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는다. 2002년부터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2014년에 임실문화원 주관으로 정밀 조사 및 학술대회를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상가 윷판형 암각화는 가덕재를 올라가는 저수지 옆의 길목에 있다. 예로부터 느티나무가 있고 그 아래 바위가 있는 곳은 쉼터다. 가덕리 윗동네인 상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쉬었으며, 고갯길 오르던 사람들도 이곳에서 쉬어갔던 곳이리라.
윷판형 암각화는 너벙바위라고도 하고 윷판바위라고도 하는 10여 개의 바위가 있는 곳에 있다.
그리고 직사각형으로 파인 네모가 있는 것으로 보아 비석이 서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 비석이 윷판형 암각화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비석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저수지 속에 빠져 있을 수도 있다. 저수지 준설공사를 핑계 삼아 비석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윷판형 암각화가 발생된 시기는 고인돌 문화가 소멸되고 철기문화로 접어든 시기인 BC 3~4세기로 볼 때 최소한 2,000년이 넘었을 것이라 한다.
그런데 자꾸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윷판형 암각화는 넓적한 바위 위에 새겨져 있다. 암각화가 새겨질 때가 선사시대라 한다면 수천 년 동안 비바람에 씻기고 마모되어 왔을 터인데 지금까지 뚜렷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 아무래도 수긍이 가지 않는다.
내가 이 구멍들은 아무래도 후세 사람들이 손을 댄 것 같다. 구멍이 닳아서 희미해지니까 윷놀이나 고누를 두기 위하여 구멍을 다시 팠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자, 그러면 방사성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을 이용하면 바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는 사람은 재야 인문 사학자 천판욱 선생님. 그를 이길 재간이 없다.
그러고 보니 직접 윷놀이를 하고 고누를 두기에는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실제로 사용한 것은 아닐 것 같다.
이곳 윷판형 암각화는 길이 35m, 폭 9m의 바위 위에 여러 개의 윷판이 새겨진 것으로 윷판은 우리나라의 고유한 놀이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는 없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나 아래 하가마을에는 구석기 유적지가 있어 이를 묶으면 아주 소중한 유적지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소중한 문화유산이 보호막 하나 없이 아무나 발로 밟고 다녀서는 안 될 것 같다. 비바람 눈비에도 무언가 보호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단순한 기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