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호랭이가 물어갈 요상한 동생이 요상하지 않은 질문을 해야 쓰겠소.”
“또 무슨 질문을 하려고? 보나 마나 못 맞출 질문을 할 건데.”
“웃는 호랑이 석상이 어디 있는 줄 아시오. 내가 정확한 위치를 몰라 길을 나설 수가 없어서 묻는 말이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 있다더니 재야 인문 사학자 천판욱도 모르는 것이 있는가 보다.
여기는 임실 관촌역에서 신평을 향하여 잠깐 달려온 호암마을 입구. 여기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 호랑이 석상이 있는지 종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마을 앞 첫 집에 들어가 할머니에게 물으니 ‘모올라요’였다.
이럴 때 해결을 해 줄 사람이 있다. 전화 한 통이면 만사가 해결이 될 것이다. 임실군 지역 구석구석을 다 돌아다니며 문화재뿐만 아니라 마을의 시시콜콜한 것까지 이모저모를 다 모아 수천 장의 사진을 곁들여 각권 800여 쪽이나 되는 '사진과 함께 보는 임실의 마을들'을 세권으로 나누어 발간한 임실 땅덩어리 호적계장 김여화 회장님에게 물어보면 직통이다.
서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묻더니 신평 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제법 넓은 농로가 있을 것이고 조금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좁은 농로가 나오니 차를 거기 세워두고 농로를 따라 한참 걸어 들어가라고 알려준다. 내비게이션처럼 정확하게 일러준다.
경운기 한 대가 겨우 다니는 농로를 따라 걸어 들어간 길이 300여 미터. 저만큼 산 아래 돌덩어리가 보인다. 조금 떨어져서 봐도 호랑이 석상이 분명하다.
이 호랑이 석상은 마을 입구가 아닌 마을 뒷길에 있다. 아무런 안내판도 없이 허술하게 철책만 둘러 있다. 외톨로 서 있는데 입이 귀밑에 걸리도록 웃고 있다. 호랑이 석상이 웃고 있는 것도 드물지만 입이 호랑이가 아닌 사람의 입으로 만들어져 있다. 얼굴도 평면인 사람의 얼굴이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모양을 만들어 놓았을까?
이곳은 호암마을의 뒷길이다. 대부분 호랑이 상이라면 마을을 지키기 위하여 마을 입구에 세워놓아야 맞다. 그런데 왜 마을 뒷길에 세워놓았을까?
마침 논물을 보러 온 농부가 있어 물어보니 아는 게 없다. 혹시 절이나 암자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예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저 호랑이는 왜 입이 찢어지게 웃고 있을까? 저렇게 웃는 얼굴로는 다른 짐승이나 귀신을 쫓아내지 못할 것 같다.
무서운 호랑이가 아닌 다정하고 친근한 호랑이다. 무언가 별난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몸은 쪼그려 앉은 호랑이가 분명한데 얼굴은 둥그런 사람 얼굴을 하고 있다. 크기는 실제의 호랑이 크기에 걸맞을 만해서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몸은 짐승인데 얼굴은 사람이라? 그렇다면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있는 스핑크스? 동양에는 사자가 아닌 호랑이가 왕이니까 호암마을의 스핑크스?
그렇다. 저 호랑이가 스핑크스처럼 마을을 지키기 위하여 마을 뒤로 슬그머니 접근하려는 수상한 놈들을 붙잡아 어려운 수수께끼를 내어서 골탕을 먹여 쫓아내고는 통쾌하여 저렇게 웃고 있는 것이다.
이거 내 추리가 맞는 거 아냐?
혹시 절이나 암자를 지키는 호랑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호랑이가 앉아 있는 뒤부터는 군부대의 땅이라 접근도 할 수 없어 절이나 암자의 흔적을 찾아 나설 수도 없는 형편이다.
“여기 오디가 주렁주렁 달려 있소. 온 김에 오디나 따먹고 갑시다.”
어릴 적, 입이 새까맣게 따먹던 그때처럼 한번 따먹어보자고 입에 가득 넣어보았는데도 그 때 그 맛을 찾을 수가 없다. 뽕나무야 그 때 그 나무이련만 내 입맛이 달라져버린 것이다.
한 번 지나간 시절이 다시 돌아오지 않듯이 입맛도 그 맛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 놓아 버렸구나 생각하니 저기 있는 저 호랑이가 내 이 꼴을 보고 웃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든다.
논에 물을 품어대는 파이프 관에 벌겋게 알을 슬어 놓았다. 모포기에도 벌건 알이 한 움큼 달려 있다. 농부에게 물으니 우렁이 알이라고 대답한다. 내가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본 사람이요, 우렁이를 수없이 잡아먹어본 사람인데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우렁이는 몸속에 알을 배고 몸속에서 알을 키우는데.
저건 우렁이 알이 아니라 물방개 알이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멧돼지가 지렁이 잡아먹는다고 논둑을 파헤쳐 기분 상한 농부의 심정을 생각해서 입을 다물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자꾸만 웃고 있는 호랑이의 얼굴이 떠올라 궁금증이 늘어 가는데 웃고 있는 호랑이에 대하여 아무도 모른다는데 나라고 어찌 알랴, 저 호랑이 따라서 웃어나 보자.
하지만 호랑이처럼 대범하지도 못하고 숫기라고는 약에 쓸래야 찾을 수 없는 나인지라 소리도 못 내고 비실비실 혼자만 웃으면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