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을 찾는 사람들의 바람 중 첫 번째가 ‘스님과 차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란다. 맞는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절을 찾는데 그 중에서 스님과 차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 기회를 얻는다는 것도 절을 찾아갔던 사람들 중 은덕을 입은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절에서 마시는 차는 찻집에서 마시는 차와는 사뭇 다르다. 절이라는 곳부터가 세상의 시끄러운 곳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며 절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마음가짐도 정숙하고 숙연한 마음 자세를 가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중생을 구원하고자 하는 구도자의 이야기를 겸하여 들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인 것이다.
여기는 임실군 오수면 대명리 해월암.
오수 시낭송회 회원들이 야외학습으로 이곳에 모였다.
오수 도서관에서만 수업을 하다가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와보지 못했던 해월암에서 야외 시낭송 수업을 해보는 것이다.
해월암은 고려 공민왕 때인 1352년에 해경대사와 월산대사가 세웠다 해서 두 스님의 첫 자를 따서 해월암이라 불린 고창 선운사의 말사다.
엄난희 선생님의 마을공동체 학습과 겸하여하는 수업이어서 엄 선생님이 미리 교섭을 벌여 주지스님의 다도 교육과 발우 교육을 함께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먼저 다도교육이 시작되었다.
자세부터 허리와 어깨를 펴고 머리를 들어 바르게 앉으며 마음을 모아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찻잔을 대하는 마음부터 정숙히 한다. 비록 작은 찻잔이지만 거기에는 세상 모든 것이 들어 있고 우주의 근본이 들어 있단다.
찻잔 하나가 만들어지려면 먼저 흙을 파와야 하며 그것을 토기장이가 정성을 들여 빚으며 뜨거운 불 속에서 구워내야 한다. 제대로 빚어지지 않는 것은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부서지기 때문에 찻잔 하나는 합격품인 것이다. 거기에 이 찻잔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거치는데 그 사람들은 찻잔으로 하여 생계를 꾸려나가는 혜택을 입는 것이다.
내 앞에 놓여 있는 둥근 찻잔 속에는 세상이 들어 있고 우주의 공간이 들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결코 아무렇게나 쓰는 하찮은 찻잔이 아닌 것이다.
거기에 한 잔의 차가 입속에 들어가기까지 많은 순서가 있다. 먼저 뜨거운 물을 조금 그릇에 담아 흔들어 그릇을 데운다. 그리고 다시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녹차를 넣어 일궈낸다. 잠시 후 차를 따르는데 차를 마실 사람의 수만큼 찻잔을 준비하고 차를 따른다. 먼저 자기가 마실 차를 반만 되게 따른다. 행여 다른 사람들의 몫이 적을까 모르기 때문에 자기 것을 조금만 따르는 것이다.
찻잔을 들어 첫 번째 차를 마시는데 그냥 마시지 말고 이 차를 마시기까지 수고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함께 차를 마시게 된 사람에 대한 칭찬의 마음으로 차를 마신다. 차를 마시면서 상호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차는 한 잔만 마시는 게 아니다. 두세 번 마시게 된다. 그때마다 감사와 칭찬의 마음을 함께 마시는 것이다.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 잔이 남아 있다. 이름 하여 ‘백차’라 한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물을 찻잔에 따라 마시는 것이다. 입안에 있는 잔재를 씻어내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깊은 맛을 내는 차란다. 신기하다. 실제 백차를 마셔보니 아까와는 다른 오묘한 맛이 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그런 맛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한 잔의 차를 마실 때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를 확실하게 배워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주지스님은 한 마디 더 하신다. 이제부터는 자기의 찻잔을 좋은 것으로 마련하여 차를 마실 때에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차를 마시듯이 마시라는 것이다.
이어서 발우공양(鉢盂供養)이 시작되었다.
발(鉢)은 식기를 뜻하고 우(盂)는 그릇이다. 승려들의 식기를 말하며 흔히 바리 또는 바리때라고도 한다. 공양(供養)이란 절에서 하는 식사를 말한다. 음식을 먹으면서 갖는 고마움과 공덕을 나타내는 말로 발우공양이라 한다.
발우는 밥그릇 하나, 국그릇 하나, 찬그릇 하나, 물그릇 하나로 모두 4개다. 발우는 제일 큰 밥그릇을 말하며 나머지는 분자라 한다. 새 개의 분자를 밥그릇에 담으면 하나로 포개진다.
식사를 할 때는 발우인 밥그릇은 왼쪽 앞에 놓으며 국그릇은 오른쪽 앞에, 찬그릇은 왼쪽 뒤에, 물그릇은 오른쪽 뒤에 놓는다. 부속물로는 수저와 젓가락, 발우 받침, 발우 수건, 수저집이 있다.
밥은 승려가 일정하게 퍼준다. 이때는 양이 적거나 많아도 합장하며 받는다. 그리고 그 승려가 다시 한 번 도는데 그때에 더 담거나 던다.
국이나 찬은 국통이나 찬통이 자기 앞을 지나갈 때 자기 양에 맞추어 먹을 만큼 가져간다. 이곳에서는 음식을 남겨서는 안 된다. 식사 도중 말을 해서도 안 된다. 묵언의 식사를 해야 한다. 먹기 싫다고 음식을 감추어서도 안 된다. 그러면 아귀가 그것을 먹으려고 접근하기 때문이다.
식사가 끝날 무렵에 숭늉을 돌린다. 이때 숭늉으로 발우를 깨끗이 씻는다. 미리 찬 중 하나를 남겨두어 그것으로 그릇을 닦는다. 그리고 그물을 마신다. 물그릇의 물로 다시 한 번 씻고 수건으로 닦는다. 그릇을 씻은 물을 걷으러 다니는데 그 때에 불순물이 있으면 그것을 마셔야 한다.
그렇게 닦아놓은 그릇은 한쪽에 잘 보관하여 두었다가 다음 식사 때 그대로 사용한다고 한다.
쌀 한 톨, 반찬 하나도 소중하게 여기며 감사하게 먹기 때문에 배부르게 먹을 욕심이 없어지고 먹을 만큼만 먹게 된다. 모든 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절제를 하게 된다.
해월암에서의 학습을 마치고 밖에 나오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아래 주차장까지는 젊은 여승이 차를 몰아 데려다준다. 운전도 능숙하게 잘한다. 해월암이 스님들이 새로 옴으로써 생기를 찾아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한다. 오늘 도우미로 일한 사람들도 해월암의 불자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