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돌아오는 잎, 왜당귀

회복은 거창한 처방이 아니라 매일의 성실함이다

작성일 : 2026-05-13 11:50 수정일 : 2026-05-13 13:59 작성자 : 김윤옥 기자

당귀(當歸)라는 이름에는 '마땅히 돌아온다'는 뜻의 오래된 약속이 깃들어 있다. 떠나갔던 기력이 돌아오고, 흩어졌던 피가 다시 제 길을 찾는다는 조용한 선언이다. 이름 자체가 이미 한 첩의 처방인 셈이다.

 

부모님 텃밭 한 귀퉁이에서 자란 왜당귀를 들여다본다. 짙은 자줏빛 줄기 위로 펼쳐진 연둣빛 잎이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빛난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잎사귀는 들리지 않는 풍경(風磬) 소리를 내고, 잎끝을 스친 손가락에는 알싸한 초록의 향이 남는다.

 

 

옛 의서는 당귀를 '여성의 약초'라 불렀다. 빈혈로 창백해진 얼굴에 혈색을 돌려주고, 차가워진 손끝과 발끝까지 따뜻한 피를 보내며, 생리통과 산후의 지친 몸을 묵묵히 일으켜 세우는 약재였다. 그 효능이 약학의 언어로 정리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 식물은 이미 수많은 어머니와 딸의 몸을 통과해 온 셈이다.

 

오늘날의 연구는 그 오랜 이름값을 새롭게 증명하고 있다. 혈액순환 개선과 보혈 작용, 간 보호, 인지기능 보호에 관한 보고들이 축적되어 왔다. 옛사람들이 '마땅히 돌아온다'고 부른 회복의 작용이, 사실은 우리 몸의 가장 깊은 순환을 어루만지는 일이었음을 과학은 천천히 따라잡고 있다. 이름이 먼저였고, 증명은 나중이었다.

 

그러나 왜당귀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약탕기에 끓여지기 전, 아직 푸른 잎으로 텃밭에 서 있을 때다. 갓 따온 잎을 헹구면 손목까지 서늘한 기운이 올라오고, 따끈한 밥 위에 온갖 쌈채와 함께 그 잎을 얹어 된장 한 술과 함께 입에 넣는 순간 잎의 청량함과 밥의 온기, 은은함과 알싸함이 한 점에서 겹친다. 가장 일상적인 형태의 보약이자, 가장 다정한 모습의 회복이다.

 

향이 짙은 참당귀와 달리 왜당귀 잎은 은은하고 부드럽다. 그래서 일상의 밥상에 내려앉을 수 있다. 보약은 멀고 무거운 곳에 있지 않다. 마당과 주방 사이의 짧은 동선 안에 이미 들어와 있다. 텃밭의 왜당귀가 조용히 일러주는 진실이다. 회복은 거창한 처방이 아니라, 매일 같은 자리에서 푸르게 자라나는 어떤 성실함이다.

 

건강의 회복도 사실은 그러하다. 거대한 결심이나 값비싼 처방이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일은 드물다. 오히려 매일의 식탁에서 한 줌의 푸른 잎, 그 작고 성실한 반복이 몸의 가장 깊은 순환을 되돌린다. 마땅히 돌아와야 할 것들은, 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 왜당귀는 성질이 다소 기름진 편이라, 평소 소화가 약하거나 설사가 잦은 분이라면 과량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약재로 달여 마실 경우 권장량은 건조 뿌리 기준 하루 3~4g 내외이며, 임신 중이거나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경우에는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기를 권한다.

 

 

 

김윤옥 기자 viator29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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