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겁의 사색 속의 정혜연 그림 전시회

공평의 시간-진북생활문화센터에서 열려

작성일 : 2022-07-22 06:34 수정일 : 2022-07-22 08:10 작성자 : 이용만 기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마술사다.

평편한 종이 위에 십리 떨어진 산을 만들어 놓기도 하고 백리 구름을 잡아다 놓기도 하며 천리만리 먼 하늘의 별을 끌어오기도 한다. 손바닥만 한 종이에 수천의 나무와 풀과 살아 있는 생명체들을 모아놓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단순한 색칠 한 번으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서럽게도 하고 울렁거리게 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화가는 백 개의 손을 가진 사람이요 천 개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2022년 7월 16일부터 7월 31일까지 전주 진북동 진북생활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정혜연 그림 전시회에 가면 그런 생각이 더 든다.

본인 스스로가 이제 걸음마를 뗀 신출내기라고 말할 만큼 초보자라 하는데 그림 앞에 서면 심오한 경지 속으로 빠져든다. 작품 한 편에 들인 공력이 지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시회의 주제를 “공평의 시간”이라 정한 것은 성경을 배경으로 한 것이란다.

전시장 입구에 세워놓은 주제, ‘공평의 시간’ 앞에 서면 신은 과연 공평한가, 공평하다면 얼마만큼 공평한가 묻고 싶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깔끔하다. 수많은 작품을 빽빽하게 진열해 놓고 대동소이한 작품을 전시하는 사람도 있는데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은 몇 개의 소박한 작품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부터가 순수하고 서민적이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작가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은 관객이다. 미술에 대한 식견이 있든 없든 감동을 주는 작품이 나에게 좋은 작품이다. 무작정 필자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작품 앞으로 가보기로 했다.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이 ‘라벤더색 무제’다.

라벤더색은 지중해 연안을 원산지로 하는 허브차, 관상용으로 이용되는 꿀풀과의 박하 향기가 나는 라벤더의 꽃에서 유래한 연한 보라색을 말한다. 이색은 전부터 쓰여 온 색이 아니고 1796년 무렵부터 사용되어 온 색이다.

 

라벤더 색을 이용해 그려진 그림인데 구체적인 물체가 있는 것이 아니다. 푸른색의 바다 위에 노을로 물든 하늘을 연상케 하는 바탕 위를 햇빛인지 달빛인지가 비춰주고 있다. 라벤더 색깔이 눈길을 끄는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다음으로 발길이 머문 곳이 작품 ‘여지’ 앞이다. 붉은 노을로 덮인 하늘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빗방울이 아니고 비누풍선이라 한단다. 거기에 붙어 있는 방울은 유리란다. 유리 비누방울? 유리 빗방울?

생각해볼 여지가 참 많다. ‘여지’ 좋은 제목이다.

 

커다란 붉은 하트 위에서 길게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아이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인가 보다. 작품 이름이 ‘하루의 모험’이다. 이 작품은 네 개의 작품이 연관을 이루며 이어진다. 밝은 낮에 태양처럼 크고 밝게 빛나던 하트는 밤이 되자 바다 속에 잠겼다가 다시 떠오른다. 긴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작품을 만들었더니 작가의 아이 진이가 의견을 내어 아이의 생각을 반영했단다.

 

 

‘날 수 없는 곳까지 날아오르다’는 구름 같기도 하고 솜 같기도 한 하얀 띠가 지그재그로 하늘을 향해 오른다. 날 수 없는 곳은 어디이며 그곳까지 가면 무엇이 있을까? 거기에서 소멸되는 것일까? 다시 내려와야 하는 것은 아닐까?

 

‘탐색에서 계획으로’라는 작품은 까만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같은데 까만 저 하늘 복판에서 무엇을 탐색하고 그 끝에서는 무엇을 계획할 것인가? 탐색도 궁금하고 계획도 궁금하다. 

 

‘공백의 시간’은 파도치는 물결 어디에 공백이 있을까? 꽉 차있는 곳에서 공백을 보고 텅텅 빈 곳에서 빽빽함을 보는 예술가의 눈을 닮아볼 일이다.

 

‘닿다’에서는 파란 바다 위의 다리 위에서 하나의 소실점을 향해 무수히 벋어나가는 선들은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으며 어디에 닿는다는 것인가. 아마 그가 가고 싶은 세상을 향해 그렇게 끝없이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작가 정혜연은 그림을 그리면서 시를 쓰는 사람이다.

시를 쓰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겸손이요 낮은 자세다.

 

 

달이 일만 번 지고

해가 일만 번 차올라도

너는 그곳에서 여전히 붉어라

 

붓을 든 자가 누구여야

너의 기개가 질까

화백의 붓끝이 헤어져도

너는 내내 고고하다

 

기화요초(琪花瑤草) 마당이 쇠하여

먼지만 홀홀해도

 

화선에 새겨진

영영히 향기로울

사임당의 맨드라미

 

                            -정혜연의 지중화(紙中花) 전문-

 

 

이 시는 마치 오늘 전시회를 위해 미리 써놓은 시처럼 시와 그림이 한 통속이다. 그림 속에 시가 있고 시 속에 그림이 있다.

그림도 시도 서툴다는 그는 이제 한 단계 비상을 한 것 같다.

고고하게 붓을 들고 날 수 없는 곳까지 날아올라 공백의 시간을 메워 공평의 시간을 만들어 낼 때까지 정진하기를 기대한다.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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