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이 약화된 경우 초기 항생제 치료 놓치면 사망률 80%에 달해
여름철 마른기침, 오한 고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 흔히 여름 감기로 착각하기 쉬운 레지오넬라증 신고 환자가 올 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국 레지오넬라증 신고 환자는 2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8명)보다 56.3% 늘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신고 환자는 599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지난 2001년 이후 최고치이다.
레지오넬라증은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호흡기 감염병으로 2000년 법정감염병(3급)으로 지정됐다. 레지오넬라균은 강·하천 등에 낮은 농도로 존재하지만 수온 25~45℃의 환경, 즉 건물 내 노후 배관, 냉각탑수, 급수시설 등에서 빠르게 증식한다. 증식한 균은 미세 물방울 형태로 공기 중에 퍼져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침투한다. 사람 간 전파는 일반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임상 양상은 폐렴형과 독감형(폰티악열) 두 가지로 분류되며 독감형은 독감과 유사한 호흡기 증세를 보이다 대부분 1주일 내 자연 회복된다. 폐렴형은 발열·마른기침·근육통·두통을 동반하며 50대 이상, 만성폐질환자,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서는 호흡 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레지오넬라증의 원인
레지오넬라증의 90% 이상은 레지오넬라 뉴모필라(Legionella pneumophila)에 의해서 발생한다. 레지오넬라균은 25~45℃의 따뜻한 물에서 잘 번식하며 수돗물이나 증류수 내에서 수 개월간 생존할 수 있고, 온수기, 에어컨의 냉각탑, 가습기, 온천, 분수 등에도 존재한다. 레지오넬라균에 오염된 물이 아주 작은 물 분무 입자의 형태로 공기 중에 퍼졌을 때 이를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균이 침투한다.
▮ 레지오넬라증의 증상
레지오넬라 폐렴은 발병 초기에는 기운이 없고 식욕이 저하되며, 두통과 온 몸이 쑤시는 증상으로 시작해서 오한과 함께 체온이 39∼40.5℃까지 급격히 오른다. 가래가 별로 없는 마른 기침이 나고 설사, 구역, 구토나 복통 증상이 있으며 발병 3일째부터 가슴 엑스레이 검사에서 이상 증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폐의 병적인 변화가 점차 진행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가슴 엑스레이 검사 상에 나타나는 이상 증상과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으므로,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여 환자가 호전 효과를 느끼더라도 가슴 엑스레이 사진상 폐렴은 계속 악화되고 있을 수도 있다.
가슴 엑스레이 사진 상 나타나는 이상 증상이 완전히 치료되기 위해서는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한 후부터 1∼2개월, 때로는 3∼4개월까지 걸린다. 폐렴 이외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심근염, 심외막염, 부비동염, 봉소염, 복막염, 신우신염 등도 일어난다. 폰티악 열 증상은 레지오넬라 폐렴의 증상과 같지만 폐렴이 발생하거나 사망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폰티악 열은 치료하지 않아도 대개는 2∼5일, 길어도 1주일 이내에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 레지오넬라 폐렴레지오넬라 폐렴 진단/검사
레지오넬라증은 다른 질환과 구별될 수 있는 특징적인 증상이 없기 때문에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때에는 레지오넬라균 감염을 의심하고 확진을 위해서 원인균인 레지오넬라균의 확인이 필요하다.
환자의 가래를 채취하여 특수배지에서 배양하여 레지오넬라균을 분리해낼 수 있다. 직접면역형광법을 사용하여 호흡기 분비물이나 감염된 조직에서 레지오넬라균을 검출하거나, 소변의 항원검사를 통해 레지오넬라 뉴모필라에 대한 항원이 존재하는지 또는 혈청 검사에서 항체의 양이 4배 이상 증가되었는지를 검사하여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되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중합효소 연쇄반응도 진단에 이용될 수 있다.
▮ 레지오넬라증의 치료
새로운 마크로라이드(macrolide)계 항생제인 아지스로마이신(azithromycin)과 퀴놀론(quinolone)계 항생제인 레보플록사신(levofloxacin), 제미플록사신(gemifloxacin), 목시플록사신(moxifloxacin) 등을 치료 약제로 사용한다. 아지스로마이신 500mg을 하루 1회씩 먹는 약으로 또는 정맥 주사로 3~5일간 투여할 수 있고, 레보플록사신 500mg을 하루 1회씩 먹는 약으로 또는 정맥 주사로 7~10일간 투여한다. 면역성이 떨어진 환자나 X선 촬영에서 침범 범위가 넓게 나온 경우에는 항생제 투여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 레지오넬라증의 경과/합병증
레지오넬라증은 환자가 기존에 갖고 있는 질환의 종류와 심한 정도, 환자의 면역상태, 폐렴의 심한 정도, 적절한 항생제의 투여시기에 따라 병의 경과가 다르다. 면역 억제제를 투여 받거나 다른 질병에 의해 면역력이 매우 약화된 환자의 경우 질환의 초기에 적절한 항생제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률이 80%에 달하기도 한다. 면역기능이 정상이면서 적절한 시기에 항생제를 투여 받은 환자의 경우에는 사망률이 0~11% 정도로 낮다.
▮ 레지오넬라증의 예방방법
레지오넬라균은 주로 온수기, 냉각탑, 가습기 등에서 많이 서식한다. 따라서 온수기, 가습기 등을 청결하게 관리하고, 건물의 냉각탑은 청소 및 소독을 철저히 하는 것이 레지오넬라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보건당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원 온도 상승, 대형 시설 급수 설비 노후화, 고령 인구 증가 등을 레지오넬라증 환자의 증가 원인으로 추정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환자가 늘고 있어 시설 검사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감염원 관리가 필요한 시설에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고, 개인적으로는 외출 후 손 씻기 등 기본 위생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참조> 서울대학병원 의학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