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하루를 단위로 스물네 시간을 살아간다.
아침이 오면 동쪽에서 해가 뜨고 그 해는 중천을 지나 서쪽으로 기운다.
매일매일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반복되었던 일이다. 인류 역사가 시작되었던 때부터 그랬을 것이다. 지구가 생성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그러한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래서 이러한 일들이 무한하게 계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세월은 물 흐르듯이 무한 한 것이 아니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 하였다. 끝없이 흐른다고 하였다.
도대체 세월은 어떻게 생겼으며 어디에 있는가? 보이지도 않는 세월을 살아가면서 그냥 살아가면 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그냥 넘긴다. 필요할 때 언제나 쓸 수 있는 것이요, 얼마든지 많이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나훈아가 불렀던 가요 ‘고장 난 벽시계’ 가사의 일부다.
그러나 세월도 고장이 난다. 어느 때부터인가 갑자기 멈추어 버린다.
세상의 모든 세월이 다 고장이 나고 멈추는 것이 아니요, 내 세월만 고장 나고 멈추어 버리는 것이다.

세월도 고장난 벽시계처럼 멈추는 경우가 있다
죽음은 모든 것을 멈추게 한다. 죽음 앞에서는 세월도 멈춘다.
그러나 죽지 않아도 세월이 멈출 수가 있다.
사람이 살다가 병이 들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게 되었을 때, 그때부터 세월은 고장이 나고 멈춘다. 치매가 와서 아무것도 모르게 되어 버렸을 때, 그때부터는 아무리 많은 세월이 있어도 소용이 없다. 세월이 멈추어 버린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세월이 있어도 무슨 소용이 있는가.
사람에 따라서는 어떤 충격을 받아 그때 당시로 세월이 멈추어 버리는 사람도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어 버린 사람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 있다. 돌아버린 사람, 미쳐버린 사람, 치매에 걸린 사람이다. 그의 시계는 그런 일이 벌어지기 직전에서 멈추어 있다.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 물속에 수장된 아이의 부모는 아이의 열여덟 살, 그때의 세월에서 멈추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세월이라는 시계가 반쯤 멈춘 사람도 있다.
몸도 성하고 치매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직장을 잃고 할 일을 잃었다고 아무것도 않고 세월을 보낸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세월이 반쯤 멈춘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물리적인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은 병석에 누워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계가 멈춘 것이다.

해가 지듯이 세월도 질 때가 온다.
세월이라는 놈은 나쁜 놈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놈이 누구냐고 물으면 단연코 ‘세월’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월, 그놈은 참 나쁜 놈이다. 저 혼자 가도 될 것을 모든 것을 가지고 가버린다.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을 데리고 가버리고 소중했던 것들을 가지고 가버린다. 뿐만 아니라 젊음이라든가 아름다움, 패기마저도 가지고 가버린다.
젊었을 때 남자들이 줄 서서 따라다녔던 우리 동네 최고 미인 선녀도 세월 흘러 이제는 꼬부랑 할매가 되어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몸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다고 ‘세월 앞에 내가 서서’, ‘세월아 비켜라, 내가 간다’고 소리칠 수도 없다. 그래도 세월이란 놈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는 무정한 놈이기 때문이다.

세월 앞에 내가 서서 버티어 보아도 이길 수는 없다.
세월을 쓸 수 있을 때 마음껏 쓸 일이다. 일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일할 것이다. 쓰고 싶어도 쓸 수 없을 때가 온다.
오래 산다는 것은 세월을 많이 보낸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얼마만큼 활동했느냐이다. 10년 동안 꼼짝도 못 하고 병원에 누워 있는 사람은 10년이라는 세월을 그냥 보낸 것이다.
1년을 살아도 다른 사람들이 10년 동안 해야 할 일을 했다면 10년을 산 것이다. 얼마만큼 활동했느냐가 중요하다.
또 어떤 일에 세월을 투자했느냐가 중요하다. 유익한 투자가 그 사람의 세월 값이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세월을 투자한 사람은 세월을 잘 썼다고 볼 수 없다. 하루 종일 바보상자 앞에서 시간을 보내버린 사람과 컴퓨터나 핸드폰 앞에서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는 정보를 찾아다니며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도 세월을 잘못 쓴 사람이다. 지금은 그런 사람이 별로 없지만 전에 보면 술 마시는 일에 세월을 투자한 사람도 있었다. 결국은 이루어 놓은 일은 없고 병만 얻어 일찍 세상을 떠나버리고 만다.
나에게 주어진 세월이 멈추지 않도록 몸을 지키고 유익한 일에 열중할 일이다.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에 감사하고 힘써서 일할 것이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세월이 멈출 때가 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