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오수 둔덕리의 둔데기 마을

한 동리가 한 면만큼 지니고 있는 유적지

작성일 : 2022-08-01 01:48 수정일 : 2022-08-26 08:58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전통 다도 교육과 전통 예절교육을 지도하고 있는 엄난희 선생님이 자기 차를 타라더니 둔데기를 가보잔다. 둔대기는 몇 번 가보았는데 모르는 척 따라나섰더니 차에서 내린 곳이 비로 이웅재 고가였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 하였던가? 이참에 둔데기 마을이나 둘러보고 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임실군 오수면 둔데기 마을은 한 동네 안에 있는 문화적 가치를 가진 자료들이 어지간한 한 면에 해당될 만큼 많다.

둔데기는 통상 '둔데기 이 씨'라 부를 만큼 전주 이 씨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동네인데 전주 이 씨만 사는 것이 아니라 진양 하 씨, 흥덕 장 씨, 순천 김 씨, 삭녕 최 씨, 청주 한 씨, 남원 양 씨 등이 함께 사는 곳이다.

 

행정구역상 임실군 오수면 둔덕리로 불려지지만 여기에는 자연부락이 9개나 된다. 주축을 이루고 있는 동촌 마을을 비롯하여 신기, 방축, 우번, 용정, 대정, 둔기, 구장, 운교 마을이 이에 소속된다.

조선시대에 남원부에 속해 있던 이 지역은 아산방의 후천, 봉현, 세심, 학정부락과 석현방인 삼계, 홍곡, 산수, 죽계부락, 말천방이었던 덕계, 두월, 뇌천, 삼은, 어은부락과 오지방이었던 오지, 신정, 망전부락을 합하여 임실군 삼계면으로 만들어지고 둔덕방이었던 동촌, 방축, 신기, 용정부락은 임실군 둔남면에 편입이 되었다.

따라서 옛 고서에는 둔데기 마을이 남원 땅으로 표기되어 있기도 한다.

 

둔데기 이 씨라 부르는 전주 이 씨 효령대군파는 춘성정 이담손이 16세기 초에 처가인 순천 김 씨를 따라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러나 47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다른 씨족보다 가장 번성한 씨족이 되었다.

전라북도 민속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된 이웅재 고가는 전주 이 씨 효령대군파 춘성정 종중의 17대손이 지키고 있는 종가다. 이웅재 고가는 효령대군의 증손인 춘성정 이담손이 낙향하여 1552년 경에 세운 것으로 470년이 된 고가이며 1977년에 도지정 민속자료 12호로 지정되어 보존하고 있다.

 

 

이웅재 고가는 화려하거나 집채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위엄을 갖추고 품위를 지니고 있다.

특히 최명희의 혼불에서는 이 집을 모티브로 삼아 상당수의 소설이 진행된다.

이곳에 이르면 말에서 내리라는 하마비도 있고 마구간에는 여러 마리의 말이 동시에 먹이를 먹을 수 있는 구유도 있다.

 

둔데기 마을에서는 해마다 7월 백중이 돌아오면 “둔데기 벡중 술멕이 축제”를 열었다. 2015년 제1회를 시작으로 해마다 열리는 이 축제애서는 잊혀져가고 있는 전통문화를 찾아내고 지켜가기 위하여 농림축산식품부와 전라북도, 임실군의 지원을 받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농문화교류를 통한 도시 사람들 초청 농촌 체험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둔데기 생생 월령가”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지역문화재인 이웅재 고가를 활용해서 봄, 여름, 가을 세시놀이를 통해 둔데기 마을을 소개하고 농경문화와 함께 공존하고 있는 종가, 로컬 스쿨, 삼계강사, 삼계 석문까지 완전한 공동체로써 그 가치를 찾아가는 월령별 시간여행 프로그램이다.

 

이 마을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삼계 강사다.

삼계 강사는 둔데기 마을과 주변에서 거주하고 있는 일곱 성씨가 동계를 조직해서 후학들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의 장소로 활용하였던 작은 학교였다.

1623년부터 제작된 계안은 무려 350여 년간 지속적으로 작성하여 온 것으로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160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구로정과 삼계 석문이 있다. 구로정은 1663년에 조직된 구로회 계원들에 의해 만들어진 누정이다. 누정의 아래쪽을 삼계라 불렀는데 삼계(三溪)란 산서로부터 지사를 거쳐 흘러온 오수천이 성수를 거쳐 오수로 흘러온 둔남천과 만나 합수하여 흘러온 거녕천과, 동남쪽에서 서북쪽으로 비스듬히 흐르는 율천, 둔덕리 남쪽에서 서북쪽으로 흐르는 오천의 세 개의 내가 합쳐져서 섬진강 상류를 이루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구로정으로부터 서쪽으로 7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높이 8미터 크기의 바위에 삼계 석문(三溪石門)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 글씨는 경남 하동 쌍계사에 있는 최치원의 글씨 쌍계 석문(雙溪石門))을 모방하여 1663년에 최유지의 아들 최기웅이 썼다고 한다.

 

둔데기 마을에는 자랑거리가 또 하나 있다. 바로 마을 용기(龍旗)다. 황룡이 그려진 이 기는 그동안 마을 창고 깊숙이 숨어 있다가 발견이 되었다. 이웃인 삼계면 말천방 들노래에 대한 자료 조사 중에 전국 민속경연대회에 출전할 때 동촌마을에서 깃발을 빌려서 사용했다는 기록을 토대로 마을기를 수소문한 결과 동촌마을 회관 선반에서 오래된 상자를 하나 발견하였는데 거기에 마을 용기가 보관되어 있었다.

마을기의 기폭이 너비 477cm이고 길이가 302cm의 대형이며 하얀 천에 32cm 크기의 면포 8개를 일일이 꿰맨 상태였다. 제작 연대는 깃대를 매는 쪽에 계유년(癸酉年)이라는 글자가 있는데 1933년으로 추측된다.

 

작지만 큰 마을인 둔데기 마을 사람들은 문화적 가치가 큰 문화유산이 많은 둔데기를 지키는 둔데기 지킴이 역할을 다 하느라 오늘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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