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다정한 시인 나태주의 최근 시집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다.
이 시로 인하여 나태주 시인은 “풀꽃 시인”이 되었다.

자신의 흉상 앞에 서 있는 나태주 시인
나태주 시인.
그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시인이다.
요즘은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시인이라 칭한다.
그는 얼굴에 새겨진 인상부터가 이웃집 할아버지 형상이다.
거기에 그의 시가 너무도 소박하다. 어려운 말이 없다. 그러면서도 긴 여운을 남긴다.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로 길지 않게 짧게 글을 써서 알리는데 여운을 남기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나태주 시인은 그 일을 한다.
나태주 시인이 이번에 시집을 새로 출판하였다.
발행일이 2026년 3월 11일이니 최근의 일이다.

나태주 시인이 최근에 발행한 시집 표지
『사람과 사랑과 꽃과』
끝이 ‘과’로 끝난 것으로 보아 무언가가 하나 더 있는 것 같다.
그게 뭘까? 거기에 들어가야 가장 적합한 말은 ‘나태주’다.
『사람과 사랑과 꽃과 나태주』
이렇게 하면 딱 어울린다.
그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을 하면서 살고, 풀꽃을 사랑하는 시인이다.
그의 시집 『사람과 사랑과 꽃과』는 모두 121편의 시가 실려있다.
1부 사람에서는 ‘슬퍼할 일을 마땅히 슬퍼하고’라는 부제를 달았다.
2부 사랑에서는 ‘입 차고 가득 차면 문득’이라는 부제를 달았고,
3부 꽃에서는 ‘누군가의 기도가 쌓여 피는’이라는 부제를 달았으며,
4부 시인에서는 ‘끝까지 남겨두는 말은’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부제만 읽어도 어떤 시가 있으리라는 짐작이 간다.

나태주 시인이 발간한 『사람과 사랑과 꽃과』 시집의 차례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람
눈을 둘 곳이 없다
바라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니 바라볼 수도 없고
부시기만 한 사람
- 「아름다운 사람」 전문 -
시집 『사람과 사랑과 꽃과』의 처음에 나오는 시다.
그는 서문에서 열다섯 살 무렵부터 한 여학생에게 연애편지를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바라볼 수도 없고 안 바라볼 수도 없는 눈부신 사람’이 그 여학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부터 여든 살이 넘는 지금까지 눈부시게 바라보았던 그 마음을 간직하면서 그 마음을 시속에 버무려 넣은 것이다.
그가 줄곧 연애편지를 쓰듯이 시를 썼다고 한 것은 그의 마음밭을 사랑으로 가꾸어 왔다는 말이다.

공주에 있는 나태주 풀꽃문학관
전주에 와
밥맛 없어 밥상에서
마누라와 싸운 날은
시외버스를 타고 전주에 와
콩나물국밥이나 콩나물비빔밥을 찾을 일이요
세상이 하 답답하기만 하여
살맛 나지 않는 날은
고속버스를 타고 전주에 와
풍남문 근처 태산목을 우러러볼 일이요
사람들한테 실망해
난초 향내 그리운 날은
기차를 타고 전주에 와
가람 선생이나 석정 선생이 남긴
난초 향내를 맡을 일이다
그러노라면
세상은 조금씩 밝아 오리니
세상 살맛은 조금씩 되돌아오고
눈길과 손길은 조금씩 부드러워지리니...
- 「전주에 와」 전문 -
시를 길게 쓰지 않는 나태주 시인이 조금 길게 쓴 시 가운데 「전주에 와」가 있다.
사소한 일로 마음이 상할 때는 전주로 오라는 것이다.
전주에 와서 콩나물국밥과 콩나물비빔밥을 먹으면 마음이 풀린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상이 답답하고 사람들한테 실망할 때도 전주로 오라는 것이다. 전주에 오면 신석정 시인이 가장 좋아했던 꽃인 태산목이 있고, 가람 이병기 선생이 남긴 난초 그림이 있을 거라는 것이다.
나태주 시인은 전주를 힘들고 어려운 일이나 아프고 상처 난 마음을 달래주는 다정하고 따뜻한 곳이라 여긴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가족, 아내와 딸
이번에 발간한 시집 『사람과 사랑과 꽃과』는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공감이 가는 서민들의 시집이다.
힘들고 어려워서 좀 지친 사람들,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극적이지 않은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이다.
가까운 사람들, 다정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친구에게, 연인에게, 부모님께,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다.
나태주 시인은 세월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는 사람이다.
젊었을 때나 늙어서나 똑같이 바쁘게 활동한다.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64년부터 43년간 초등학교 교직에 몸담았다.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1973년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했다. 이후 창작 시집과 시화집, 시선집, 산문집, 동화집 등 250여 권의 문학 저서를 펴냈다. 그 중 시선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국내외 판매 100만 부에 육박하며, 일본, 중국, 대만,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교직 퇴임 이후에는 공주문화원장과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했다. 2014년부터 공주시의 지원으로 ‘나태주풀꽃문학관’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또 ‘풀꽃문학상’,‘풀꽃동시상’, ‘해외풀꽃시인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나태주 시인은 유명한 시인, 유명한 시를 쓰는 시인보다 유용한 시를 쓰고, 유용한 시인이 되기를 바라는 시인이다.
시는 그저 자기 소모적인 시가 아닌 사람을 살리는 시가 되어야 하고 약이 되는 시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 인류가 처한 불안, 우울, 피로, 소외, 갈등, 불면, 열패감, 빈곤감에 도움을 주는 시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짧고, 단순하고, 쉽고, 임팩트 있는 시가 되어야 하고 민들레 홀씨처럼 몸피가 작고 가벼워서 멀리까지 날아가서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 가슴에 씨앗을 내려 싹을 틔우고 마음의 울창한 숲으로 자라야 한다고 한다. 이것이 나태주 시인으로서의 자세이고 시에 대한 바람이라고 한다.
나태주 시인의 『사람과 사랑과 꽃과』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소뱍한 사람들의 책이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어렵다 하지 말고 이 시집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