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 주천마을을 찾아서

술과 관련된 특이한 마을

작성일 : 2022-08-05 08:27 수정일 : 2022-08-05 10:02 작성자 : 이용만 기자

 

 

 

임실군 오수면 주천리(酒泉里)는 술 주(酒) 자를 쓴다.

마을 이름에 술 주(酒)자를 쓰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호기심이 발동한다.

마침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근무하는 엄난희 선생님이 주천을 한 번 가보잔다. 전에 지어 놓은 건물 앞에 또 하나의 재실을 딱 붙여서 지어놓은 이상한 재실이 하나 있다는 것이다.

 

주천리는 오수면에 속하는 마을인데 마을 뒤에 해발 440m의 노산(魯山)이 임실읍에서부터 벋어 나와 주천 뒤를 든든하게 막아주고 있다. 이 산은 삼계까지 벋어나간다. 이 큰 노산 아래 수레기, 산정, 등물, 맛바우, 산직밑, 앞몰 등의 마을들이 있다.

 

주천 마을은 조선 초기에 현풍 곽 씨(玄風郭氏)인 곽도가 세조 때에 이곳으로 낙향을 한 후부터 자리를 잡은 마을이다. 그 후 갑자사화 후에 효령대군파 칠산군 이선손의 아들 호은 이수가 이 마을에 정착하여 살게 되었다.

 

주천 마을의 유래에 대해서는 전주 이 씨(全州李氏) 이수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 마을에 술이 나오는 바위가 있었는데 이수가 이곳으로 온 후 매일 술바위에 와서 술을 마시며 게을러지고 나태해지자 이수를 바르게 잡아주려고 술바위가 술을 나오지 않게 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전설은 술이 나오는 술바위를 안 스님이 매일 술을 마셨는데 더 마시려고 술 구멍을 막대기로 쑤시는 바람에 술이 끊겼다는 것이다.

 

노산 자락에 자리 잡은 주천리에는 노산의 정기를 받아서인지 사람이 살기에 좋은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고가도 많고 재실도 많이 있다.

그중에서 필자가 찾아간 곳은 현풍 곽 씨(玄風郭氏)의 재실 영모재(永慕齋)였다.

영모재는 현풍 곽 씨들이 1986년에 지은 정면 2칸, 측면 1칸의 재실이다. 그런데 그 재실 바로 앞에 화락정(和樂亭)이라는 정자가 있다. 장소가 비좁아서인지 일부러 나란히 지었는지 알 수 없으나 연못을 끼고 있는 두 정자는 어찌 보면 어울리기도 하고 어찌 보면 정자가 재실을 가려 어색하기도 한다.

 

 

화락정 정자 안에 화락정기(和樂亭記)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건물을 지을 때의 기록이 있는데 추진위원장 곽철훈을 비롯하여 이십여 명의 위원들의 이름이 있고 후원금을 낸 곽화훈을 비롯한 십여 명의 사람들의 이름이 쓰여 있다. 금액은 3천 원부터 46만 원까지 다양하다.

영모정 뒤에는 넓은 잔디밭에 현풍 곽 씨 묘소가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남효 현풍 곽공 병영지묘(南湖玄風郭公秉永之墓)라 쓰여 있는 묘지석이다.

 

묘지석에 따르면 현풍 곽 씨 병영(秉永)은 1903년 계유(癸酉)년 2월 28일에 태어났으며 자를 복성(復成)이라 하고 호를 남호(南湖)라 하였다.

효심이 지극하고 형제간의 우애가 깊었으며 부모상을 당하여 3년 동안 예를 다 하였다 한다. 빈궁한 사람들을 돕고 선악을 구별하여 가르치는 일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경인국치를 당하여 타진(打盡)을 면치 못하였으니 1950년 12월 21일 타계하였다고 한다.

 

조금 뒤에는 3‧1의사 현풍곽공 병민(玄風郭公秉珉)의 묘지석이 있다. 곽병민은 자(字)를 윤여(允汝))라 하고 호(號)를 모천(慕泉)이라 하였는데 3‧1운동 때 만세운동에 참여하여 옥고를 치렀다 한다. 애국지사인 것이다.

 

이 재실은 뒤로는 명산인 노산(魯山) 아래 멀리 남원 사매의 천황봉을 바라보는 곳에 있다. 이 산은 오수 쪽에서 바라보면 유난히 뾰쪽이 돋아 있어 금방 눈에 띄는 산이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의 하나다. 천왕봉은 많아도 천황봉은 드물다. 지리산에 있는 산도 천황봉이 아니라 천왕봉이다.

 

주변의 어느 집에 천황봉이 잘 보이는 마루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천황봉 맑은 정기 아침 해 받아 그 빛깔 찬란하다. 늠름한 기상 드높이 솟구쳐라. 꽃을 피우자.”

천황봉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매일 바라보며 늠름한 기상을 키우고자 하는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아니, 노산 아래 천황봉을 바라보며 사는 이곳 주천리 사람들은 모두가 행복한 사람들이다.    

 

이용만 기자 ym6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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