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결코 주눅 들지 않고 절정의 경치를 보여주는 자연의 도도함에 반하다
올 여름 최고 기온을 찍었던 지난 토요일, 경상도에 사는 20년 지기 친구 부부가 전주를 방문해서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함께 집에서 가까운 전주 수목원을 방문했다. 전주수목원은 톨게이트에서 전주시내로 들어오는 우회로 길목에 자리하고 있는 전주의 대표적인 힐링 명소 중 한 곳으로 정식 명칭은 <한국도로공사전주수목원>이다.

8월 초 뜨거운 태양 빛이 내리쬐는 오후 두 시 무렵 폭염속에 방문객이 거의 없는 전주수목원에 멀리 경상도 구미에서 달려온 친구 부부에게 전주의 명소를 구경시켜주려고 데리고 갔다.
최근 수 년동안 더욱 확장되고 새롭게 가꾸어져 산뜻하게 단장된 수목원 풍경에 친구 부부는 더위도 잊은 채 좋아 하면서 사진 찍기 놀이에 금새 빠져 든다.
전주수목원 중앙정원은 그늘이 하나도 없는 광장 형 정원인데 폭염에도 굴하지 않고 푸르름을 살아내는 꽃과 나무들의 강인한 생명력에 외경심마져 느껴진다. 작열하듯 내리쬐는 태양빛을 온 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내는 식물들의 고군분투에 비하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먼 발치에 보이는 수목원 중앙 잔디광장 둘레를 따라 가로수처럼 늘어선 배롱나무에도 진분홍 꽃이 활짝 피어 전주수목원의 한 여름 정취를 더해 주고 있다.
친구가 정원 광장에 달리기 하는 조형물 앞에서 똑같은 자세로 익살스럽게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50을 훌쩍 넘긴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여전히 장난기가 가득한 소녀 같은 친구의 모습에 나도 아이처럼 까르르 웃음이 터진다.
항상 사람들로 붐벼서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던 쉼터에는 무더위 때문인지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
5월말 경에서 6월 초에 방문하면 장미꽃으로 뒤덮인 풍경을 볼수 있는 장미 정원에는 잘 가꾸어진 사철 푸른 나무들과 늦 수국이 탐스럽게 피어 장미를 대신하여 풍경을 채우고 있다.
장미정원을 지나 수련이 피어있는 연못으로 내려가는 길에 배롱나무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데 신기하게도 흰 색 배롱나무꽃이 마치 팝콘처럼 피어 있는 진풍경을 보여 준다.

수련이 가득 핀 연못은 전주 수목원 최고의 핫 플레이스이자 포토존이다. 이 곳도 평소 같으면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다 지쳐서 돌아서기 일쑤인데 이 날은 우리 일행 뿐이라 마음 놓고 찍고 싶은 만큼 실컷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한 여름의 폭염에도 결코 주눅 들지 않고 절정의 경치를 보여주는 자연의 도도함에 반한다. 최고의 여름 풍경을 보기 위해 이 정도 무더위는 기꺼이 또한 즐거이 감수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스쳐가는 순간이다.
휴대폰 카메라 속의 친구 부부는 언제 봐도 기분 좋은 웃음이 나는 변함없이 다정한 모습이다. 긴 세월 함께 한 곳을 바라보며 걸어 온 두 사람 이제는 뒷 모습마저 닮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리석 징검다리가 놓여 진 수련이 가득 핀 연못은 가장 최근에 새로 꾸민 연못으로 전주수목원의 새로운 명소다. 이국적인 연못 풍경에 매료되어 더운 줄도 모르고 한 참을 또 사진 찍기 놀이 삼매경에 빠져든다.
인공적으로 만들어 띄워 놓은 것 같은 원형 쟁반처럼 생긴 신기한 식물이 연못 위에 둥둥 떠있는데 난생 처음 보는 식물이 무척 신기하고 궁금하다.

수목원을 한 바퀴 다 돌고 나와서 다시 수련 연못 앞 포토존에서 추억의 사진 남기기를 한다. 올 해만도 수목원을 서 너차례 방문했지만 올 때마다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이 날 처음으로 추억의 인생샷 찍기에 성공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무더위 속 수목원 방문도 더위와 정면으로 맞섬으로 오히려 더위를 잊는 나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언제나 지금처럼 변함없는 모습으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추억만 만들면서 살기를 바라며 전주수목원 방문기를 마친다.